아스테리스크 문양같은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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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보컬 어레인지 곡 번역 가끔 합니다
by Lunawh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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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뒤로가기와 창 닫기 버튼은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홍마관, 레밀리아의 방.

"사쿠야. 오늘 저녁은 뭐야?"
"야타가라스의 알을 사용한 오무라이스랍니다. 우연치 않게 얻을 기회가 있었어요."
"야타가라스의 알... 그 인공태양을 만드는 까마귀의?"
"네. 인간 마을에서 만난 모리야 신사의 무녀가 줬답니다."
"후후, 태양을 싫어하는 나를 비꼬는 의미로 준걸까? 다음에 만나면 답례는 후하게 줘야겠어."

큭큭큭, 하고 처절하게 웃는 레밀리아.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자신을 모욕한 그 '모리야 신사의 무녀'에 대한 복수를 생각하며 웃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평범하게 오늘 저녁이 오무라이스라서 텐션이 오른 것 뿐이었다.

"저기 사쿠야. 아까전에 그거, 어떻게 생각해?"
"그거, 라고 말씀하심은."
"그 틈새요괴 말이야."

레밀리아는 불쾌한듯 표정을 찡그리며 이야기한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그 '틈새요괴'라는 존재는 입에 올리는것만으로도 불쾌한 존재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사쿠야의 손에서 미묘하게 피망 냄새가 났기 때문에 표정을 찡그린 것이다. 흡혈귀는 감각이 날카롭고, 레밀리아는 피망을 싫어했다. 명백하게 오늘의 오므라이스엔 피망이 들어가 있으리라.

"'손님이 올테니, 여기서 지내게 해주면 고마울거야,' 라니. 그 여자는 여기를 여관인가 뭔가로 착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지극히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아가씨..."
"뭐야."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그녀가 건낸 과자 바구니는 거절하는 편이 나았던게 아닐까 하고."
"윽."

침대 옆 테이블에 있는 바깥세계의 과자로 가득한 바구니를 지적당해 숨을 흘린다. 하지만, 레밀리아는 이내 웃음짓는다.

"이런거, 받아 놓은 뒤에 나중에 오는 그 손님이라는 녀석은 내치면 그만이야."
"역시나 아가씨. 요괴의 현자조차 속이는 그 솜씨, 감탄했습니다."
"후후후, 물론이지."

고고하게 웃는 스칼렛 데빌이었지만, 역시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조금 붉히고 있다.
표정도 무마시킬겸, 침대에 걸터 앉아 있던 레밀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득 창문으로 향한다. 그저 변덕으로써.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아무 의미도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 행위는.

"어머?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창문 아래로 보이는 정원, 그 중앙을 문지기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한명의 청년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웃어 넘길 수 없는 농담이자 마른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레밀리아의 능력은 '운명을 조종하는 능력'. 그녀 자신이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다만, 그 능력은 진짜다.
그것은 레밀리아의 자의였을까, 혹은 사고였을까.
레밀리아에 의해 관측되어버린 불쌍한 바깥 세계의 청년의 운명은 이 순간. 압도적으로 뒤틀려버렸다.

"후후, 재밌어 지겠는걸."

레밀리아의 혼잣말. 만일 이 사실을 후에 청년이 알게 된다면 반드시 이 말을 했을 것이다.
'지랄 마 씨발! 하나도 재미 없어. 빌어쳐먹을 모기년아!', 라고.












기묘한 감각이었다.
어둠속에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것만 같은 몽롱함을 느끼며 그저 떠다니는 그런 감각. '아아ーーー이것이 죽음인가' 라고 중2병 풀 전개한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뭔가 그건 아닌거 같다.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죽은건 아닐거라는 묘한 확신이 느껴졌다.
그럼 여긴 어디지? 아까, 마리사에게서 파츄리의 마법책을 회수했는데, 마리사 때문에 그 책이 내 손 안에서 펼쳐져서... 으음. 납득이 안되는 전개로군. 돌아가면 마리사한테 한소리 해야겠다.

"어서오렴, 귀여운 내 아가."

그때,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가라니? 혹시 나보고 말하는거 아니겠지?

"우리 엄마 목소리는 이렇게 오오하라 사야카 같지 않은데? 뉘셔?"
"에?"

깜짝 놀라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주위의 풍경이 일변한다. 어두운건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뭐랄까. 레트로풍의 디지털 세계에 온듯한 풍경이다. 그 있잖아, 선이랑 색으로만 3D를 표현하던 그거. 가만 있어봐, 여기가 여전히 환상향이고... 아까전에 파츄리가 말했었지?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연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그 사실을 고려하면, 여긴 마계일거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는...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우왓, 뭐야 이거."

방금전까진 완전히 어둠속이라 몰랐는데, 내 몸을 내려다보니 입고 있던 양복은 온데간데 없고, 나체 상태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기다가 거시기도 안보이고. 내...내가...곶...!
농담은 됐고, 아마 정신체만 마계로 날려보내진 모양이다. 으음, 바깥세계에 있을때 서브컬쳐를 너무 많이 쳐먹어서 그런가, 스스로도 납득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거 같아서 걱정되긴 하는군. 돌아가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질런지 모르겠네.

"저기...?"
"?"

고개를 들어보니, 3쌍의 이형의 날개를 등에 펼친채 조심스레 나를 내려다보는 은발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대한 묘사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서 영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작군. 저 커다란 날개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거 같지만.
신키, 마계의 창조신. 이 레트로 디지털 세계의 지쟈스 되시겠다.

"누구신가요?"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묻는 신키. 근데 그건 내가 해야할 질문이 아닌지?

"쇼우이치라고 합니다만?"
"우리집 아이... 앨리스랑 아는 사이신가요?"
"앨리스는 뉘겨?"
"미, 미안해요! 사람을 잘못 불렀어요!"
"아, 그러십니까."

미안한듯 연신 고개를 꾸벅이는 신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저기, 그 뭐냐. 사과는 안해도 되는데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좀 알려줄래?"
"간만에 우리 애의 마력이 느껴져서 그만."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간만에 내 딸인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마력이 느껴져서 그만."
"그쪽 디테일 말고! 상황을 좀 더 설명해 달라고!"
"아하."

아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여간, 그녀의 이야기를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정보를 빼고 설명하자면...
몇달전, 신키는 마계의 어느 지역에서 오래전에 환상향으로 떠난 자신의 딸,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마력을 느꼈다고 한다. 호기심에 그녀가 그 지역... 그러니까 지금 내가 있는 이 지역에 와보니, 아무래도 환상향과 이곳을 직접적으로 잇는 통로를 만드려는듯한 마력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본래라면 적당히 마력을 흩어내서 마법을 무효화 시켰겠지만... 신키는 그러지 않는 대신, 마법에 세공을 가했다. 통로의 마력이 활성화 될때, 그 통로를 통해 시전자의 영혼을 강제로 이곳으로 소환하는 세공을. 앨리스의 마력이 느껴졌으니, 십중팔구 앨리스와 만날 수 있을거라 굳게 믿고서.
뭐, 그 통로의 마력이 아까전에 그 책을 펼쳤을때 활성화 되었고, 그 책을 들고 있던 내가 시전자로써 인식되어 지금 이렇게 소환됐다... 라는 모양.
아니, 이 아줌마는 이 짧은 내용을 어떻게 1시간 동안이나 늘려서 말할 수 있는거냐. 일종의 재능이구만.

"음? 그러고보면... 내가 여기에 있다는건, 내 육체는 어떻게 되는건데?"
"어머, 걱정할거 없어. 평범한 인간이 아닌 이상에야, 영혼이 육체를 떠난것만으론 크게 지장은 없을 거야. 사식, 사충의 마법 정도는 익히지 않았니?"

이 아줌마는 은근슬쩍 뭔 소리를 하는거야?

"...잠깐만, 신키. 확인차 다시 묻는데, 그럼 평범한 인간이 그 마법인가에 휩쓸리게 되면, 그 시점에 죽는다는 이야기야?"
"육체 기능의 정지를 죽음으로 정의하자면, 그렇지. 하지만 쇼우이치, 당신은 마법사잖아?"
"...뭔 소리야. 나, 평범한 인간인데?"
"???"
"??????"
"에??하지만... 에????"

창조신의 입에서, 얼빠진 추임새가 흘러나왔다. 야야, 잠깐만 있어봐. 이거 그러니까 그거지?

"야."
"...네."
"나 그럼 1시간 전에 너한테 살해당한거냐?"
"......"

내가 얼굴을 들이미니,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신키. 그 얼굴은, 놀라울정도로 경직되어 있었다.

"잠깐만. 인간의 육체는 활동이 정지 되도 2-3분 정도는 버틴다고 들었...지만, 1시간이나 지났네. 어째서더라? 맞아. 어디 사는 아줌마가 3분이면 끝날 이야기를 1시간이나 끌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 말이 쐐기가 되었는지, 내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의 말을 입에 올리는 신키. 하지만 나는 이런걸 듣고 싶어서 이 말을 한게 아니다.

"되돌아갈 방법은 없어?"
"에?"
"내 몸으로 되돌아갈 방법 말이야. 댁 그 날개도 그렇고, 아까 말하던 말투도 그렇고, 뭔가 이것저것 능력이 있는거 같은데. 뭐 방법 없어?"
"돌아갈 방법..."
"예를 들어 죽은 육체를 되살린다거나."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이미 상하기 시작한 육체를 되살려서 그 안에 돌아가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지도."
"그거야..."

일정시간 이상 뇌에 피가 가지 않으면 뇌가 망가진다고 들은 적이 있는거 같다. 아까 말한 2-3분도 그 언저리의 이야기다. 그게 1시간이나 되었다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으음, 네 기술론 그 후유증을 없앨 수 있어? 마법이라던지."
"...장담할 순 없어. 쇼우이치, 당신이 마계 출신이었다면 충분히 되살릴 수 있었을텐데."
"흐음."

아무리 창조신이라도 이세계의 오브젝트에 간섭하는데엔 한계가 있다는건가. 개발 환경이 너무 다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려나. 개발 환경이라, 프로그래밍이었다면 포팅 작업을 거쳐서 개발을 진행하면 되는데...
...포팅?

"신키, 혹시 내 몸을 마계의 것으로 바꿀 수는 없어?"
"뭐?"
"만화나 그런거 보면 그런거 있잖아. '마력의 침식으로 이계의 존재로 바뀌어' 어쩌고저쩌고 하는 전개. 그런거 가능할까?"
"...그런..."
"그런?"

그런 되도 않는 소리를- 같은 말을 하려나. 하긴,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소리이긴 하다. 아무리 마계신이라고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예?"

없는 모양이다. 마계신의 마력은 만능입니까?

"맞아. 네 육체는 이미 상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혼의 주소는 남아 있어. 그 주소값을 유지한채로, 몸을 마력으로 침식, 강화 한다면... 충분히 되살릴 수 있겠어!"
"오오..."
"이런 일은 처음 해봐. 너한텐 불쾌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슴이 뛰는걸. 마계에선 이런 '처음'이라는 자극이 부족하거든."
"괜찮아. 살려 준다면야 뭐."
"마침 네 몸은 아직 매개체의 근처에 있어. 당장이라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
"얼마나 걸리는데?"
"5분?"

무슨 윈도우 업데이트냐.
...그나저나, 마계의 것으로 몸의 성질을 바꾼다라. 내가 말을 꺼낸거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엄청 무모한 이야기 아닌가? 거야 이대로 죽는것보단 낫겠지만...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저기, 신키."
"왜?"

뭔가 허공에서 콘솔창 같은걸 꺼내 두드리는 신키에게 말을 걸자, 신키는 바쁜지 내쪽에 시선도 안준채 대답한다.

"아, 묻고 싶은게 있는데... 작업 끝날때까지 기다릴께."
"아니야, 괜찮아. 이래뵈도 마계의 창조신인걸. 그정도 멀티태스킹은 가능해. 뭐든 물어봐."
"...은근슬쩍 엄청난 명함을 들이미는군. 아무튼, 지금 하는 작업으로,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으음~ 글쎄? 일단 무조건 수명은 늘어나지 않을까? 마계의 지성체들은 기본적으로 수명이 길거든. 심지어 지금 네 몸을 바꾸고 있는건 내 마력이니까... 최소한 200년 정도는 기대수명이 늘어날거야."
"200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네가 평범한 인간으로써 생활을 이어나간다면 그렇다는거야. 네가 만약 마법을 쓰게 된다면..."
"...설마, 몸이 마법의 부하를 견디지 못해서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아니? 닫혀있던 마력회로가 열려서 불로불사가 될거야."
"......"

200년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불로불사라고?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와닿질 않는데. 아니, 그보다 마법? 나 마법도 쓸 수 있게 되는거야?

"그리고 또, 보자... 아마 외형에도 살짝 변화가 있을거야.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겠지만, 혹시나해서 말해둘께."
"뭐, 귀가 엘프처럼 길어진다거나 그 언저리야?"
"음~ 그런 느낌일까나."

종족값이 달라지는 셈이니, 어쩔 수 없는걸까. 아까 수명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훨씬 수수하다.
근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거 오히려 내가 댓가를 치뤄야 할 정도로 불공정거래 아닌가? 설마, 나중에 뭔가를 요구한다거나 하는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로 미안해."
"잉?"
"나는 오랜만에 우리 딸을 만나고 싶었을 뿐이야. 설마 거기에 평범한 인간이 말려들 줄은... 이걸로 용서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하지만, 적어도 내 성의라고 생각해줘."
"...그래놓고, 나중에 댓가를 요구하거나 그러는거 아니지? 쉐어웨어 마냥. 저지른 일에 비해서 주는게 투 머치라구."
"쉐어웨어가 뭔진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확실히, 갑자기 이렇게 들이밀면 의심스럽겠지... 그래, 이걸로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신키는 한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방울을 빼내어, 내게 넘겨준다. 그걸 받아들자, 놀랍게도 머리방울은 정신체일터인 내 손바닥 위에 아무런 문제 없이 놓인다. 정확하겐, 방울부분만. 끈부분은 반투명한 내 손바닥 안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건?"
"내가 창세때부터 지니고 있던 악세서리야. 반드시 네 여정에 도움이 되겠지. 팔아도 좋고, 어딘가에 사용해도 좋아."
"...꽤 중요한 물건 같은데."
"이걸로 날 믿어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줄께."
"......"

아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는데 왜 더주는거야...
하지만 조금 의외로군. 창조신이라고 하길래, 죄책감이나 양심같은건 이미 닳아 없어졌거나, 애시당초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걸지도 모르겠다.
...그 이전에, 이젠 분위기상 이 이상 의심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이 머리방울, 이렇게 들고 있는것 만으로도 힘이 흘러들어오는 확실한 실감이 든다. 뭐, 분명 도움은 되겠지.

"자, 작업은 다 끝났어. 준비는 됐어?"
"어? 아, 응. 그거야 물...론?"

신키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니... 어느샌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또 다른 머리방울이 묶고 있었다.

"...아까 머리 풀지 않았어?"
"응. 이건 방금 만든거야. 말했잖아? 창조신이라고."
"오, 오우..."

창조라는 거창한 능력을 참 수수한 방향으로 사용하는구만.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원래의 몸으로 되돌려 보내줄께... 아, 혹시... 괜찮으면, 하나 부탁 좀 들어줄래?"
"뭔디?"
"앨리스라는 아이를 보면, 안부 좀 전해줘. 그리고 가끔씩은 집에 돌아오라고도 말이야."
"...얼굴도 모르는데?"
"보면 알거야. 엄~청 귀여운 애거든!"
"아, 그러셔."

뭐, 사실 특징은 알고 있으니 구분해내는데엔 문제 없을거다.

"이렇게나 도와줬으니, 그정도 부탁은 당연히 들어줘야지."
"고마워. 쇼우이치. 그럼,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그래, 다음에 또 보자고. 신키."

미소를 지으며 하늘하늘 손을 흔들어주는 신키의 모습이 보이다가, 주위의 모든 풍경이 암전된다.

























".....???"

암전되는 시간이 너무 긴데? 렉이라도 걸렸나?

- 파삭! 후두둑!

'머시여 씨벌!?'

갑자기, 무언가가 쏟아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그보다, 좁아!? 여긴 또 어디야! 이것도 몸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중 하나인가?

[흑...제길...제기랄...!]
[제대로 덮어줘.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야.]
[으으윽... 흐윽...!]

뭔가 위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에 둘러쌓여 있어서 잘은 안들리지만... 마리사랑 사쿠야인가?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가만 있어봐. 내가 있는 곳... 관짝 안 아냐? 맞는거 같은데?

-파삭! 후두둑!

"아....!?"

목소리가 안나와!? 심지어 아까부터 이상하리만큼 몸이 뜨겁고 무겁다. 감기몸살이라도 걸린거 같은 기분이다. 문제는 지금 목소리가 안나오면 많이 곤란하다는거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건 알려야 생매장은 안될거 아냐!

"으...아...ㅆ..."

- 파삭! 후두둑! 파삭! 후두둑!

이게 뭐야 씨벌. 되살아났다 싶더니, 몸이 말을 안들어서 다시 뒤지게 생겼자녀. 그보다 벌써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관짝에 있으니 당연한걸지도 모르겠군.
세상에나 씨발. 책 펼쳐서 뒤진것만으로도 다윈상급인데, 되살아났는데 관에 갇혀서 다시 죽는거니까 다윈상 2관왕이네. 별로 기쁘진 않지만...

- 파삭! 후두둑! 파삭! 후두둑!

"후우..."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공포는 없다. 솔직히, 더 발광해야하는게 옳지 않을까 스스로도 의문이 들지만 그럴 마음은 들지 않는다. 한번 죽어봐서 그런걸까? 아니면 내가 지나친 상황에 정신이 나간걸까? 에고고, 이래서야 신키한테서 받은 머리장식도 말 그대로 장식으로 썩히겠군.
아 젠장. 어짜피 디지는거, 걍 잠이나 자자. 몸도 무겁고 열도 나겠다, 한숨 자면 괜찮아지겠지.
...못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 파삭! 후두둑! 파삭! 후두둑!
- 파삭! 후두둑! 파삭! 후두둑!
- 파삭! 후두둑! 파삭! 후두둑!
- 파삭! 후두둑! 파삭! 후두둑!
...............
..........
......
...
..
.



























[...코이시님. 진짜로 해요?]
[응. 여기 뭐가 묻혀 있는지 궁금한걸.]
[아무리봐도 무덤으로 보이는데...]
[무덤이면 오히려 좋은거 아냐? 오린, 네 생업이잖아.]
[저, 장례식장은 덮쳐도 무덤을 파헤치진 않는데요...]
[빨리빨리! 시체면 오린이 가지고 보물이면 반반 나눠가지면 되잖아?]
[하아... 어쩔 수 없지. 어디보자, 삽이 분명 여기에...]
[무덤은 안 파헤친다며? 왜 삽을 가지고 있는거야?]
[에? 아... 아하하~]

뭔가 소란스럽다. 사람 무덤 앞에서 대체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거야?

- 팍! 팍! 팍!

...가만 있어봐. 나 왜 안죽었지? 거기다가 열도 내리고 무거웠던 몸도 완전히 가벼워졌다. 진짜로 자고 나니까 괜찮아졌네. 정말로 감기몸살이었나?

- 팍! 팍! 팍!

산소는 어떻게 된거야? 보통 관 속에서 인간은 6시간도 못 살고 죽는다고 어디서 봤는데. 어디 구멍이라도 뚫려 있나?

- 팍! 팍! 팍!

"......???"

- 팍! 팍! 팍!

어라, 나 숨 안쉬고 있네. 그런 주제에 몸은 또 움직이고. 신키의 마력으로 몸을 침식 시키긴 했지만... 이거, 설마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된건가? 산소도 필요 없는? 이건 좀 이상한 기분인데. 의도해서 숨을 쉬어보지만, 딱히 숨이 막힌다거나 그런 불쾌함은 없다. 오히려, 뭔가 따뜻하고 건강한 기운이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는 그런 느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고?

- 팍! 팍! 팍!

그보다, 아까부터 위에서 존나 시끄럽네. 뭐야 대체? 흙 파내는거 같은 소리가 자꾸 들리는데. 군대 있을때 생각나서 PTSD 올거 같으니까 그만뒀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근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네. 설마 이거, 내 무덤을 파내고 있는거야? 나한텐 좋은 소식이긴 한데, 뭔가 복잡한 심경이 드네.

- 팍! 팍! 쿵!

"어메 씨벌."

아무래도 무덤을 파내던 삽이 드디어 내 관에 도달한 모양이다. 약간의 진동과, 커다란 소리가 관 전체를 울렸다.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려서 깜짝 놀랐네.

[코이시님!]
[뭔가 있어?]
[그... 관인거 같은데요!]
[에엥~? 보물상자라던가, 그런거 아니고?]
[안타깝게도 아닌 모양이에요!]
[어쩔 수 없지~ 그 관이라도 꺼내보자.]
[...진짜로 해요? 아무리 화차인 저라도 이건 좀 아닌거 같은...]
[어허! 자꾸 말 안들으면 언니한테 이를꺼야!]
[그거 반대로 코이시님이 혼나실테니까 그냥 이르지 마세요. 어쩔 수 없지...]

- 팍! 팍! 팍! 팍!

꽤나 열심히 땅을 파내는 소리가 들린다. 옆을 파내서, 정말로 내가 들어 있는 관을 꺼낼 생각인가보다. 그보다, 화차? 코이시? 설마, 지금 환상향의 주민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토리 요괴랑 잔기털이 고양이가 내 묘지를 파내고 있는거야? 이걸 좋아해야해 말아야해? 점점 혼란스러워지는데.

[코이시님! 근데 이거 조금 오래 걸리겠는데요! 정말 관째로 꺼낼까요?]
[그럼 내용물만 꺼내자. 할 수 있겠어?]
[네! 그, 죄송한데 수레에서 빠루 좀 던져다 주시겠어요?]
[빠루?...이거 말이야?]
[네! 그거에요!]
[던질께~]

- 터엉!!!

"ㅆㅂ!?"

조온나 시끄럽네, 이거!? 무슨 고문 당하는 기분이다.

[어라?]
[미안~ 혹시 맞았어?]
[아, 아뇨. 맞은건 아닌데... 안에서 소리가...?]

스윽, 하고 무언가 가져다대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소리를 듣기 위해서 머리를 갖다댄걸까? 문맥상 그럴거 같은데. 그럼 이걸 안할 수가 없지.

"WRYYYYYYY......"

[...으, 으응!?]
[왜 그래~?]
[아, 아뇨.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거 같은...]
[이상한 소리 하지말고 얼른 꺼내! 빨리 안하면 저녁밥 안줄꺼야!]
[...한번도 준적 없으시면서.]

아, 보람차다. 이런 반응을 원했단 말이지. 근데 잠시만, 지금 이거 연다고? 그것도 빠루로? 잘못하면 내용물(=나)에 영향 가는거 아냐? 막 관 파편 같은게 몸에 박히고? 그런건 싫은데. 알려주면 조심해서 열려나? 좋아, 관짝 문을 두들겨서 내가 안에 있는걸 알리자. 그럼 조심해서 열겠지. 으윽, 좁아서 팔 움직이는것도 불편하네. 기왕 관에 넣어주는거, 큰거에다가 좀 넣어줄 것이지.
후우, 겨우 자세 잡았네. 두드리는 정도로는 안들릴 수도 있으니, 전력으로 문을 때리자. 자세가 이러니 힘도 제대로 안들어가겠지만. 좋아... 하나, 둘...!
아, 근데 이거 주먹으로 치면 아플거 같은데.

- 쾅! 빠직!

"?"
"???"

막판에 겁먹어서 어설프게 때려버린 관짝 문. 하지만 내 어설픈 주먹에 관짝 문은 굉음을 울리며 쪼개져, 내 상반신이 드러나는 정도의 범위가 박살났다. 어... 부실공사 같은건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시간이 지나서, 관이 썩은건가? 아니, 그렇다 쳐도 이 위력이 설명이 되지 않는데...
그보다 관짝 옆에서 빠루를 들고 있는 붉은 머리의 네코미미 소녀랑 눈이 마주쳐서 굉장히 어색하다. 이, 이 상황을 타개할 드립이 필요하다! 어...

"관짝 속에서 곤니치.... 어?"
"......???"

여전히 상황을 이해 하기 위해 정지된 네코미미 소녀의 모습. 드립은 명백하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것 따윈 아무래도 좋을 정도의 위화감이 내 머리 속을 맴돈다.
목소리가, 다르다.
내가 낸 목소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요염했다. 굳이 따지자면 아사카와 유우에 가깝다. 코바야시 유우랑 비슷한 느낌도 어느정도 나기도 하고... 아니, 지금은 성덕으로써의 어필을 할때가 아니지.

"오린!?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괜찮아!?"
"아... 코, 코이시님! 아, 안에... 사람이...!"
"관이라며? 사람이야 당연히 있겠지. 그거 화차가 해도 되는 대사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 하지만... 살아 있는데요?"
"에? 뭐라고? 나도 볼래!"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죽었다 살아나는건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원래 이런거야? 구글에 치면 나오나? 아, 그러고보니 신키가...

'- 그리고 또, 보자... 아마 외형에도 살짝 변화가 있을거야.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겠지만, 혹시나해서 말해둘께.'

라고 말했었지. 근데, 목소리의 변화를 외형의 변화라고 쳐도 되는거야? 거야 게임에선 외형변화 시킬 때 목소리도 바꿀 수 있는게 있긴 하지만...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리고 아까전에 그 힘... 그건 대체...

"와! 진짜네? 정말로 살아 있잖아!"
"!?"

정신 차려보니, 동공이 텅 비어 있어 일말의 공포마저 느껴지는 소녀의 얼굴이 상당히 가까이 와 있었다. 에메랄드색 눈동자, 옅은 멜론색 곱슬머리, 그리고 가슴팍에 보이는 닫혀진 제 3의 눈.
닫혀진 사랑의 눈동자, 코메이지 코이시.

"저기~ 이름이 뭐야? 왜 이런데 누워 있어? 내 말 알아 들을 수 있니?"
"코이시님, 일단 관에서 꺼내주는게..."
"아, 그렇구나. 근데 아까 그 소리는 뭐였어?"
"관의 문이 부서지면서 난 소리에요."
"오린이 한거야? 빠루로 그런 소리가 나다니, 오린은 대단하네~"
"아, 아뇨. 한건 제가 아니라 그 관 속에 있는 여자애가..."
"에? 얘가? 그럼 정말로 왜 이런데 누워 있었던걸까? 스스로 나오면 될텐데. 신기하네."

읏차, 하고 관에서 비키는 코이시. 그러자 옆에 있던 네코미미 소녀... 오린이 빠루를 들고 다가와 관짝 문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이대로도 나오기야 나올 수는 있겠지만, 좀 어설프게 박살나서 많이 불편하긴 하다. 뜯어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네.
...잠시만 있어봐. 방금 놓쳐선 안되는 묘사를 오린이 나한테 한거 같은데. 아닌가? 내가 잘못 들었나?

"무슨 사정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꺼내줄테니까 기다려봐, 언니야! 끙~차!"

- 쩌쩌저적!

오린이 빠루를 관짝 문에 박고, 힘을 줘 들어올리자 나무가 뜯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문짝이 들어올려지기 시작한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했다곤 해도, 보아하니 꽤나 단단하게 박혀 있었던 모양인데... 꽤나 어렵지 않게 여는걸 보니 역시 요괴는 다르다, 라는 느낌이 드는군.
...그보다, 또 뭐라고? 아까 '여자애'라고 하길래 잘못 들은줄 알았더니, 이번엔 '언니야'라고? 대체 뭔 소리야? 내 얼굴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여자로 보기엔 상당한 무리가... 무리...가...?

'- 그리고 또, 보자... 아마 외형에도 살짝 변화가 있을거야.'

...설마하는 마음에, 오른손을 뻗어 고간으로 향하게 한다. 아니겠지... 아니야. 설마. 아니죠? 마계신님, 외형만 변한거죠? 목소리는 외형에 맞춰서 바꾼것 뿐이죠?

"어...어억...?!"

어... 없어? 마이 존슨이, 없다고? 하반신에 감각은 있는데, 존슨만이 없다고? 아니, 그 이전에, 진짜 말 그대로 고간에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가 있다는 느낌조차 없어. 이... 이게 무슨 일인고?

"읏~차! 자! 어서 나와!...왜 그래? 표정이 안좋은걸."
"잠시만 기다려봐. 지금 급작스럽게 떠난 마이 선을 추모하고 있는 중이니까."
"????"

후우, 미안하다 존슨... 결국 예행연습만 하다 갔구나. 흑흑, 못난 주인이 미안해...
뭐, 궁상 떠는건 적당히 하고.

"음?"

두 사람(?)이 보고 있어 계속 누워있을 순 없기에 몸을 일으키자, 발치에 무언가 닿는게 느껴졌다. 내 가방이다. 아무래도 나를 묻어줄때 같이 넣어둔 모양이다. 어디보자, 가방 안에 넣어둔 폰은... 아직 살아 있군. 근데 왜 배터리 용량이 100%지? 마지막으로 봤을때 50% 언저리였고, 보조 배터리도 안꽂아놨는데... 버그났나?
그보다, 이틀이나 지나 있었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군. 기껏해야 8시간 잔 줄 알았더니.

"아, 그거 휴대 전화지? 전에 본적 있어! 그런데 크기가 다르네?"
"기종마다 다른 법이지. 바깥세계엔 심지어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도 있다고."

개인적으론 어마금 시리즈에 나오는 시라이 쿠로코가 쓰던 롤러블 디스플레이형 스마트폰을 갖고 싶었지만, 나온다더니 결국 안나오더라고.

"바깥세계? 그럼 넌 바깥세계에서 온거야? 그런데 이런데 왜 묻혀 있었어?"
"글쎄다. 정신 차려보니 관짝 안이었거든. 설마, 살아서 나오리라곤 생각 못했지만."
"헤헤, 그럼 나랑 오린이 생명의 은인인 셈이네?"
"???"
"......"
"응???"

내가 시선을 오린에게 옮기니, 오린은 내게서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무덤 도굴꾼이 갑자기 생명의 은인 행세라니, 다리오 브란도도 깜짝 놀랄 뻔뻔함이군. 오린은 적어도 거기에 동조할 생각은 없어보이지만.

"그... 일단 여기서 나가자고."
"그, 그래요. 코이시님. 우선 여기서 나가죠."
"응? 응?"

나와 오린을 번갈아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코이시였지만, 일단은 무시한다. 그나저나 조금 깊군. 저 앞에 날아서 올라가는 고양이 요괴처럼 나도 날 수 있으면 편하겠지만... 다행히 땅을 꽤나 체계적으로 파놔서, 기어올라가는것보단 편하게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마인크 좀 해봤나본데, 오린.
이틀만에 본 하늘은 노을이 져가고 있었다. 자, 이제 어쩐다. 홍마관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둘한텐 은혜를 갚고 싶다. 경위가 어찌 되었던, 결과적으로 이 묏자리에서 기어나오게 해줬으니까. 거기다가 이 몸...

"으헤... 이거, 겉모습은 빼박 여자구만."

폰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돌려, 몸을 확인해본다. 키는 그대로 170 중반이지만, 몸은 기존에 멸치같은 남정네가 아닌, 슬렌더한 준 모델급 여성의 몸으로 변해 있었다. 얼굴은 중성적이지만 확실히 여성스러움이 엿보인다. 원래 얼굴의 요소가 거의 없는 점은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나마 남은 요소는 머리카락 정도려나. 원래 어깨까지 오는 장발이었으니.
하지만, 생식기는 없었다. 딱히 벗어서 확인한건 아니지만, 확실하게 없다는걸 느낄 수 있다. 이래서야 모델링 된 여캐랑 뭐가 다른건지. 아, 물론 야겜이 아닌 경우를 말한거다.
...그보다, 어느새 화각에 들어와서 손으로 V를 날리고 있는 코이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기?"
"응? 왜? 사진 찍는거 아냐?"
"에라 모르겠다. 브이~"
"이~"

- 찰칵!

제길, 코이시 이 녀석 귀엽잖아. 심지어 나도 꽤 이쁘게 찍혔다. 아, 젠장. 이 얼굴 적응 안되네... 얼굴이 바뀌는게 이렇게까지 위화감을 줄 줄이야. 요새 신선한 경험 많이 하는구만.

"그래서? 너는 누구야?"
"그러고보니 대답하지 않았구나. 나는..."

가만 있어봐. 이 겉모습으로 쇼우이치는 좀 이상하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남자이름 같잖아. 그럼...

"...우이야."
"우이? 겉보기보다 귀여운 이름이네?"
"......"

생각해보니 이 떡대로 우이라는 이름도 이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바꿀 수도 없어보인다.
하여간 원제로 돌아와서. 이 몸으로 홍마관에 돌아가봐야 나를 알아볼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생각해보니 레이무도 나 못알아보는거 아냐? 그럼 환상향에서 못나가는거 아님? ㅈ된거 아냐 이거?

"나는 코메이지 코이시! 그리고 얘는 언니의 펫인 오린!"
"풀 네임은 카엔뵤 린이지만 말야."
"음. 코이시에 오린이지? 뭐가 어찌 됐던간에, 꺼내줘서 고마워."
"히히, 뭘."
"은혜는 은혜니까, 갚고 싶은데 말이지. 너희 둘한테. 뭔가 바라는게 있어? 가능한 한도에서 도와줄께."

사실 당장 오늘 묵을 곳도 없어서 곤란한 형편이긴 하지만... 뭐, 그 부분은 관속에서 이틀이나 잔 덕에 이젠 노숙도 편할거 같다는 낙관적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한텐 굳이 안그래도 돼, 언니야~ 난 코이시님의 명령에 따랐을 뿐인걸."
"그럼 나한테 두배로 해주면 되겠네! 그치? 오린?"
"어... 무, 물론이죠. 코이시님."
"...뭐, 본인이 그렇게 원한다면야. 그럼 코이시, 바라는걸 말해봐."
"내 펫이 되줘!"
"기각."
"에!? 뭐든지 들어주는거 아니었어?"
"가능한 한도에서, 라고는 말 했지. 약관은 잘 읽어봐야 하는거란다."
"그럼 펫은 한도 밖이라는거?"
"안타깝게도."

내가 그런 취향이었다면 즉답으로 yes라고 말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취향은 아니다.

"펫은 안되지만 친구라면 되어줄 수 있는데. 물론 이건 들어주는 소원엔 안들어가."
"...친구?"
"응. 친구. 안될까?"
"......"

갑작스레 침묵하는 코이시. 어, 어라. 뭔가 내가 말을 잘못 했나? 초면인데 갑자기 '친구가 되어줄께' 같은 건방진 소리를 해서 화난걸까?

"이래도 나랑 친구가 될 수 있을거 같아?"
"???"

갑자기 무슨 소리래, 얘는?
고개를 갸웃하며 오린을 바라봤더니, 정작 오린은 코이시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 이전에, 우리를 무시하고 묏자리에 다시 흙을 뿌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말 실수에 상관하기 싫어서 저러는걸까. 으음.

"......거봐. 조금만 제어를 푼것 만으로, 나를 완전히 놓쳐버리는걸. 그러면서 어떻게 친구가..."
"뭔 소리여. 너 계속 내 앞에 서 있잖아."
"어????"
"????"

의아함과 놀람으로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코이시. 얘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
가만 있어봐. 이거, 코이시의 능력이 발동되고 있는건가?
코이시는 사토리 요괴다. 마음을 읽는 요괴.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녀는 마음을 읽는 제 3의 눈을 닫아, 그 능력을 잃었다. 그 부작용일까, 아니면 닫았기에 열린 능력일까, 그녀는 무의식을 조종하는 능력을 얻었다.
그 능력은 간단하게 말해서, 정말 간단하게 말해서 모두의 인식에서 사라지는 능력이다. 물론 언니인 코메이지 사토리는 그녀를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오린이 그녀와 함께 행동할 수 있었던건, 코이시 자신이 그 능력을 제어했기에 가능한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오린이 우리를 무시하고 작업을 시작한건, 내 말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코이시가 능력을 발동했기 때문이리라.
근데 문제는 이거지. 왜 나한텐 효과가 없을까?

"내, 내가 보여? 내 목소리가 들려?"
"물론 보이고 들리지. 뭘 그리 놀라? 혹시 뭔가 했어?"
"어...어라? 잠깐만? 혹시 상태가 안좋나...?"

고개를 갸웃하면서, 갑자기 주위에 떨어져 있던 굵은 나뭇가지를 줍는 코이시. 그리고는, 오린의 엉덩이를 냅다 후려쳤다.

"냐아아아앙!? 뭐, 뭐야!? 언니야? 언니야가 한거야?"
"아니, 난 안그랬는데."
"냐아아앙..."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주위를 둘러보는 오린.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코이시를 알아채진 못했다. 꽤나 기묘한 광경인걸, 이거. 만약에 코이시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생각도 하기 싫어진다.

"...이상한걸. 능력은 발동 되고 있는데."
"얌마. 겨우 그거 확인할려고 때린거야?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어?"
"!?...정말로 내가 보이는거야, 우이?"
"아니, 반대로 난 니가 뭔소릴 하는지 모르겠는데."
"......"

침묵한채 나를 올려다보는 코이시. 하지만 아까처럼 화난건 아닌거 같다. 오히려, 뭔가 신기한걸 봤다는듯한 그런 표정. 아, 이거 딱 내가 동물원에서 펭귄 처음 봤을때 이런 표정이었는데.

"...저기요?"
"알겠어."
"뭐가?"
"친구가 되어줄께, 우이."
"오오... 근데 말은 내가 꺼내긴 했지만, 이럴때 뭐라고 답해야하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어... 그럼... 잘 부탁해. 코이시."
"응, 앞으로 잘 부탁해, 우이!"

베시시 웃는 코이시. 오, 오우... 언어능력이 퇴화될것만 같은 귀여움이군. 얘 진짜로 요괴인가? 천사가 아니라?

"그러고보니 우이, 혹시 약속 같은거 있어?"
"나 방금 무덤에서 기어나왔는데, 약속 같은게 있겠냐..."
"그래? 잘됐다. 그럼 우리집에 놀러와! 궁금한 것도 생겼구, 이렇게 만난거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제안인걸... 근데, 지금 당장 가는거야?"
"응! 날도 어두워졌고, 아직 밤엔 추운걸. 오린, 돌아가자!"
"아, 네! 언니야, 가방 여기다 넣어."
"오, 땡큐."

오린의 화차에 내 가방을 넣고, 코이시와 오린의 뒤를 따른다.
갑작스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죽기도 했고, 되살아나기도 했고, 생매장 체험도 했고, 이걸 TS라고 불러도 될지 어떨지도 모를 기괴한 신체변형도 일어났고, 이젠 내 소지품을 시체 넣는 수레에 넣어보기까지. 어메이징 그 자체로군.
하지만,

"뭐해, 우이! 빨리 가자!"
"아니, 평범하게 따라가고 있었거든."
"더 빨리! 집중선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으로!"
"끼요오오오옷!! 이렇게?"
"아하하하하! 바보 같아! 근데 맞아! 그런 느낌!"

이유는 없지만 코이시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정말로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잘 끝났으면 좋겠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홍마관, 레밀리아의 방.

"사쿠야, 오늘 저녁은 뭐야?"
"야타가라스의 알을 사용한 오무라이스랍니다."
"...이틀 전에도 먹었고 어제도 먹었잖아. 오늘도 또?"
"하지만 이번엔 피망을 넣지 않았답니다."
"훗, 이번만은 봐주도록 할께."
"감사합니다, 아가씨."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쿠야. 사실, 그녀는 이틀전에 사고로 쇼우이치를 죽게 한 탓에 상당히 심란한 상태였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건 마리사였지만, 제대로 감시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감이 남아 있었다.
사실, 그녀 자신도 신기했다. 흡혈귀의 시종으로써 살아오며,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봐왔지만, 사람이 죽은 것으로 이렇게까지 흐트러지는건 그녀로썬 이번이 처음이었다. 얼마나 흐트러졌는지, 주인의 저녁 메뉴를 3일 연속으로 같은걸 내올 정도였다. 필살기(피망 빼기)로 어떻게든 넘기긴 했지만, 다음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머리속으로 최대한 쇼우이치에 대한 죄책감을 밀어내는 사쿠야였지만...

"그러고보니, 그는 좀 어때? 일은 잘 해내고 있어?"
"...그, 라고 말씀하심은?"
"그 있잖아. 그 불쾌한 틈새요괴가 부탁했던 남자. 설마 레이무의 소개장까진 가져왔을 줄은 몰랐는데."
"어..."
"하지만 깜짝 놀랐어. 설마 플랑한테 붙잡혔는데도 상처 없이 돌아올 줄이야. 꽤나 흥미로운 인간이야. 플랑도 마음에 들어 하는거 같고."
"그..."
"그러고보니 제대로 만나서 인사도 안한 것 같네. 저녁 먹기 전에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아, 아가씨... 그..."
"응?"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는 레밀리아에게, 사쿠야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면목 없습니다, 아가씨! 그 남자는, 들어온 그날 사고로..."
"뭐???"
"파츄리님께서 연구하시던 위험한 마법책을 실수로 여는 바람에, 그대로..."

사실 사쿠야는 쇼우이치의 죽음을 일부러 숨긴게 아니었다. 말할 틈이 없었고, 말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인을 이틀간 속인게 되니, 사쿠야는 허리를 숙여 사죄한 것이다.
다만, 레밀리아는 다른 벡터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말도 안돼! 그는 이틀 전에 죽을 운명이 아니었단 말야!"
"예?"
"적어도 내가 맡는 기간 동안엔 절대로 죽지 않도록 운명을 바꿔놨다구! 만일 우리 저택에 있다가 죽으면 레이무한테 미움받을거 같아서!"
"그, 그렇다는건..."
"사쿠야, 그의 사체는 어떻게 했지?"
"관에 그의 유품을 담아서,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묻었습니다만..."
"안내해, 얼른! 이틀이라면 그래도 어떻게든 될거야!"

고개를 숙인뒤, 신속하게 외출 준비를 하는 사쿠야와, 초조한듯 발을 구르는 레밀리아.
그녀들이 파내어진 쇼우이치의 무덤과 텅 빈 관을 발견할 때까지, 앞으로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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