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리스크 문양같은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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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보컬 어레인지 곡 번역 가끔 합니다
by Lunawh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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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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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여기가 소문으로만 듣던 그 섬인가..."

 

요괴의 호수 인근. 하쿠레이 신사에서 출발해 나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생각했지만, 벌써 해가 어둑어둑 져간다. 어두워질수록, 호수 한가운데의 있는 섬에 위치한 붉은 저택은 더욱더 공포를 더하고 있다. 절대로 가까이가면 안될거 같은 그런 오라가, 저택에서 나오고 있었다.
섬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육로는 눈앞에 있는 이 돌다리. 외적으로부터 주인을 지키기 위한 요새로써의 위치 선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환상향엔 날아다니는 놈들이 천지에 널렸다. 그러니 요새로써의 의미보단 아마 주인의 취향이 아닐까.
그러고보면, 저택 입구에 문지기가 있을터. 홍 메이린이라는 이름의 중국권법을 잘 쓰는 요괴다. 어째서 중국의 요괴가 서양 요괴가 사는 저택의 문지기 같은걸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으으, 역시 이 언저리는 춥네."

아무래도 호수 위라 그런지, 이곳은 주위에 비해 온도가 적어도 3도 정도 낮은것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곧 있으면 해가 진다. 밤이 되면 한자릿수로 온도가 떨어지는게 아닐런지.
그나저나, 어떻게 잘 이야기가 되면 좋을텐데. 솔직히 이 시간에 문전박대를 당해버리면 답이 안선다. 인간 마을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다가, 애시당초 여관이 있을지도 불명이다. 떠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적은, 폐쇄된 세계이니.

"저기가 입구인가... 음."

돌다리를 건너, 조금 걸으니 홍마관의 정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은 굳게 닫겨 있고, 그 문 앞에는 갈색의 중국풍 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굳건히 서 있다가... 내가 오는걸 봤는지 뭔가 권법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주 당연하지만 경계 당하고 있군. 으음, 메이린은 자주 존다는 설정을 알고 있어서, 혹시나 자고 있으면 몰래 지나갈 수 있는거 아닐까 하고 살짝 기대하고 있었는대.

"거기! 그 이상 다가오면 쫒아내겠어!"

메이린의 경고가 날아든다. 하지만 목소리 자체가 귀여운지라 그다지 효과가 없다. 성우로 따지자면 후치가미 마이 언저리려나...

"여기서 일하고 싶어서 찾아 왔는데요?"
"...뭐? 보아하니 인간인데, 여기가 어딘진 알고 찾아온거야?"
"흡혈귀가 사는 저택이라면서요? 혹시 잘못 찾아왔나?"
"아, 아니. 잘 찾아오긴 했는데... 으음???"

어이가 없었는지, 자세를 풀고 고개를 갸웃하는 메이린. 아무래도, 나같은 케이스는 처음인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긴 해.

"거기에 하쿠레이의 무녀한테 소개장도 받아왔는데. 들여보내주면 안될까요?"
"자, 잠깐만. 으음.... 그 소개장이라는거, 확인해도 될까?"
"뭐, 좋으실대로."

가방에서 레이무에게 받은 편지봉투를 꺼내, 문앞으로 걸어가 메이린에게 내민다. 하지만 메이린은 딱히 봉투를 받아들어 내용을 확인하려고 하진 않고, 얼굴을 조금 가까이 해 편지봉투의 냄새를 확인한다.

"...확실히, 무녀에게서 나던 냄새가 나는군. 하지만 여전히 수상해."
"뭐,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말이죠."
"......"

메이린은 그 청옥색의 눈동자로 나를 들여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쉰다.

"거짓말을 하는것 같진 않고. 하지만 그냥 들여보내주기엔 좀 그러니까, 내가 저택 안까지 동행한다. 이의는 없지?"
"아휴, 물론이죠."

애시당초 순순히 안에 들여보내줘도 문제다. 내부는 겉보기보다 넓다고 하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건물도 그닥 작지는 않다. 한 3층쯤 되어보이는데다가 심지어 이 건물, 지하도 있다며? 그런 곳에서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태로 말이 통할만한 인물을 찾아다니는게 그렇게 쉬울거 같진 않다.
오히려 메이린이 동행해주는게 나로썬 훨씬 낫다는 이야기.

"옷차림을 보니 마을에 사는 인간은 아닌거 같네. 바깥에서 흘러 들어온건가?"
"뭐, 그렇죠."
"바깥 세계엔 별난 인간도 다 있네.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제 발로 와서 일하게 해달라고 한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아하하..."

앞서 나아가며 쓰게 웃는 나를 곁눈질하는 메이린. 여전히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네. 듣던 소문보단 깨어 있는 사람...아니, 요괴인가보다.

"우선 사쿠야씨한테 데려가면 되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뭔가를 중얼거리는 메이린. 사쿠야라, 말 나온김에 이곳에 사는 주요 인원들을 되짚어보자.
첫번째로, 눈 앞에 있는 문지기 '홍 메이린'. 중국식 이름에 중국풍의 의상을 입고 있고, 중국권법의 달인이니 아마 중국출신이겠지만, 환상향에선 드문 '루츠'를 알 수 없는 요괴다. 뭐, 홍마향은 구작과 신작의 경계선에 있으니, 대충 설정한 거겠지만...
두번째로, '파츄리 널리지'. 홍마관 내에 위치한 마법도서관의 주인이고, 마법사다. 원소마법이 특기인 모양인데... 사는 곳 특성상, 천식이 있다던가.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전성기때의 젊음을 유지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죽지 않는다거나, 그런건 아니라는 모양이다.
세번째로, 아까전에 이름이 나온 '이자요이 사쿠야'. 이 저택에 사는 유일한 인간이자, 홍마관의 메이드장. 말이 인간이지, 시간을 조종한다는 사기급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홍마관의 내부가 넓은것도, 그녀가 한 일이라고 한다. 그... 아마 미래의 공간을 현재로 불러와 공간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나도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으니, 자세한건 오! 나의 여신님에 나오는 스쿨드한테 물어보자.
그리고 네번째. 이 홍마관의 주인이자, '스칼렛 데빌'이라는 거창한 이명을 지닌 '레밀리아 스칼렛'. 겉보기엔 어리지만, 500년 이상을 살아온 흡혈귀이다. 참고로 '스칼렛 데빌'이란 별명은, 그녀 자신이 소식가인지라 피를 양껏 마신 뒤에 남은 대량의 피가 그녀를 듬뿍 적셔서 그렇다고 한다. 절대 뷔페엔 데리고 싶지 않은 성격이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이봐. 거기서 뭐해?"
"응? 오오..."

메이린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생각하다보니 눈치를 못챘는데, 우리는 벌써 홍마관 안에 들어와 있었다. 여기는 로비인가? 발치의 붉은 마법진에서 뭔가 드라이아이스같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고, 주위의 광원은 바닥의 마법진과 여기저기 설치 되어 있는 촛불 뿐이라 어둑어둑하다. 다만,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는 복도 쪽은 꽤 환한걸 보니 로비만 이렇게 분위기를 살려놓은 모양이다. 주인의 취향이 느껴지는군.
그래그래, 마지막 다섯 명째의 주요 인물. 그녀의 이름은 '플랑드르 스칼렛'.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인인 레밀리아 스칼렛의 친족이다. 구체적으론 여동생. 굉장히 강력한 능력을 지닌 흡혈귀이지만, 그때문인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오랜 기간 동안 지하에 유폐되어 있었다고 한다. 가둬봐야 더 도지기만 할거 같긴한데. 하여간, 솔직히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같은 애라서 별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인물 순위 1위다.
참고로 겉모습은 미디어믹스에서 흔히 보이고, 그렇기에 인기가 많은 금발적안이다. 게다가 옷 디자인도 귀여운데다가, 날개가 꽤 인상적이다. 나뭇가지에 7색의 보석이 열린듯한, 그런 날개다.
그래, 저기 마침 보이네. 저거다. 으음, 직접 보니까 사탕같아 보이기도 하네. 햝으면 색마다 맛도 다를까?...아까 스이카 뿔로 반성해놓고, 나란 놈은 배우질 않는구만.
...가만? '저기 마침 보이네' 라고?

"어라? 메이린, 무슨 일이야?"
"자, 작은아씨?!"
"뭐야~ 갑자기 놀라고. 나 몰래 맛있는거라도 먹고 있었어?"
"아니요, 그..."
"응~? 어라라? 뭐야, 그거? 인간?"
"아~...네에.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에? 일하고 싶대? 여기서?"
"네..."

그 말을 듣고 다다다 달려와, 내 앞에 서는 소녀. 금빛의 웨이브진 단발, 홍옥보다 붉고 요염하게 빛나는 눈동자.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입술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워보이는 송곳니. 그리고, 이 귀엽고 배덕적인 매력을 지닌 외모와 상반되는 압도적인 아우라. 고양이 앞에 선 생쥐가 이런 기분일까. 루미아에게 산 채로 먹힐뻔하던 순간에도 느끼지 못했던 공포에, 식은 땀이 흐른다.

"흐응~ 좋아! 정했어! 얘, 내가 데리고 갈래!"
" "예?" "

나와 메이린이, 동시에 되물었다. 하지만 플랑드르는 개의치 않고, 이번엔 내 팔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며? 마침 같이 놀던 요정도 고장나버렸고, 타이밍 좋네!"
"그, 그렇지만 작은아씨. 그 인간은 하쿠레이의 무녀가 준 소개장을 가지고 있어서..."
"뭐야, 언니한테 먼저 알려줘야 된다는거야?"
"네에...그러니 일단은..."
"싫은데?"
"예?"
"인간, 그 소개장이란거. 줘봐."
"잉? 아, 여기."
"이봐, 잠ㄲ..."

아차, 나도 모르게 플랑드르한테 소개장을 주고 말았다. 대화 흐름이 너무 스무스해서 무심코.
소개장을 받아든 플랑드르는, 등 뒤에서 나타난 또 한명의 플랑드르에게 그걸 넘겨준다. 그러자 그 플랑드르는, 어디론가 달려가버린다.

"자, 언니한테는 내가 이야기 할께. 그걸로 된거지?"
"그건..."
"자, 가자. 인간! 나, 마침 하고 싶은게 있었어!"
"으어어어"

저항하면 팔이 찢겨나갈거 같은 힘에 이끌려, 나는 그녀에게 끌려간다. 돌아보니, 메이린이 나를 도축장에 끌려가는 돼지를 바라보는듯한 연민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동정할거면 한번만 더 설득을 해보라고. 사실 자업자득이지만.















"...근데, 난 왜 이러고 있는거람."
"아하핫, 간지러워."
"얌마. 움직이지 마. 아무리 요괴라도 고막 찢어지면 불쾌할거 아냐."

홍마관 지하, 플랑드르의 방.
완전히 메르헨 느낌 풀 전개인 방이거나,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는 방일거라는 예상을 제치고, 그녀의 방은 생각보다 간단하며, 기능적이었다. 오히려, 누군가의 개인실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몰개성했다.
그런 방에 끌려 들어간 내가 그녀에게 명령 받은건... 귀파기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인간, 은근슬쩍 반말하고 있지 않아? 이래뵈도 난 너보다 나이도 많고, 신분도 너보다 위라구?"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따지면 난 댁을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는데. 그래도 된다면 그러지."
"으... 됐어. 할머니는 싫은걸. 아, 거기... 응, 거기야 거기."
"......"

금발 적안의 흡혈귀의 머리를 내 허벅지 위에 얹고(플랑드르가 시켰다), 심지어 그 귀를 파주는 상황.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이 되는걸까. 거기에 아까전에 느껴졌던 플랑드르의 아우라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너, 귀 파기 잘하네... 사쿠야 레벨까진 아니지만, 꽤나 근접한 실력이야."
"귀파기 ASMR 영상을 좀 많이 봤거든."
"A...뭐?"
"그런게 있어."

설마 도움이 될줄은 몰랐지만. 그보다 생각보다 귓밥이 생겨있군. 요괴도 귓밥이 생기는구나... 하긴, 어찌보면 당연한건가. 식사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이니, 당연히 노폐물도 생기겠지. 귀의 구조도 인간과 별다를바 없고.

"그보다 인간이라고 그만 불러. 자꾸 그러니까 내가 종 대표가 된 기분이잖아. 나한텐 무거운 짐이라고."
"그치만 이름 모르는걸."
"그럼 묻던가... 쇼우이치다. 너는?"
"플랑드르 스칼렛... 앗, 거기 조금만 더 해줘."
"오냐."

왠지 여동생한테 귀파기 해주는 기분이다. 여동생은 없었지만.

"쇼우이치... 기네. 우이라고 불러도 돼?"
"야. 니 이름이 더 길거든? 근데, 우이라니?"
"쇼'우이'치니까 우이."
"...적어도 남자한테 붙일만한 별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그런게 어딨어. 귀여우면 그만이지. 그래도 되지? 거기다 우이는 내 시종이 될테니까, 부르는 방법은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그려, 마음대로 하쇼. 그럼 난 뭐라고 불러. 아까 그 메이린인가 하는 사람처럼 '작은아씨'라고 불러?"
"플랑이라고 불러줘. 짧은게 편하잖아?거기다..."
"귀여우니까?"
"물론♪ 잘 알고 있네~"

즐거워졌는지 누운채로 다리를 흔드는 플랑. 귀엽긴 한데, 귀 파는데 방해된다.

"플랑, 조금만 얌전히 있어. 이 뒤쪽에 달린 털뭉치로 마무리 할테니까. 이거 이름이..."
"아! 나 그거 이름 알아! 사쿠야가 가르쳐줬어. 그... 뭐였지? 보...보..."
"보?"
"보우건?"
"전혀 상관 없는 단어가 나와버렸다... 말해도 돼?"
"안돼! 내가 떠올릴 거니까! 으... 뭐였더라..."
"그래, 그렇게 얌전히 있어라."

참고로 정답은 본텐, 한자로 읽으면 범천이다. 인도의 신 브라흐만을 일컫는 말이지만 귀이개에서의 본텐은 딱히 그거랑은 관계 없고 수도승이 입는 본텐게사(梵天袈裟)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걔네 복장에 이런 털뭉치가 있거든. 궁금해서 예전에 찾아봤었다.
하여간, 본텐으로 플랑의 귀 안을 살살 털어내기 시작하자, 그녀의 몸이 작게 떨려오는게 느껴진다. 역시 좀 간지러울려나. 이건 어디까지나 마무리 작업. 길게 해봐야 크게 의미는 없다. 기분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 됐다... 자, 반대편 하자."
"우응..."
"뭐야, 졸리냐? 그럼 베게 베고..."
"......"
"...이거야 원."

얼굴을 들여다보니, 곤히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붙잡아 오더니 귀파기를 시키질 않나, 기분 좋아졌다고 잠들지를 않나, 멋대로구만. 뭐... 생각해보면 바라지도 않은 좋은 전개긴 하지만. 목숨이 붙어 있잖아?
그나저나, 그렇게까지 기분이 좋았던걸까... 혹시 나, 귀파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거 아닐까? 사실 이거, 오늘 처음 해보는거란 말야. 플랑한텐 이야기 안했지만.

- 똑똑!

[작은아씨, 계십니까? 사쿠야입니다.]

그때,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대답했다간 플랑을 깨울것 같아 조용히 있었더니, 얼마 안가 방문이 스르르 열린다. 그리고, 문 너머에 있던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메이드복을 입은 회색 머리칼의 소녀. 구렛나루쪽에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게 인상적인 여자애다. 그녀의 사파이어색 눈동자는, '뭘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되냐'라는 듯이 크게 뜨여져 있었다.
홍마관의 메이드, 완벽하고 소쇄한 메이드, 트릭없는 마술사, PAD장(이건 2차 창작이지만), 이자요이 사쿠야.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허벅지에 실린 무게감이 확 가벼워진다. 내려다보니, 자고 있던 플랑은 사라지고, 왠 종이 한장이 놓여져 있었다. 뒤집어 보니, '밖에서 이야기 하자. 조용히 나와' 라고 적혀 있다. 생각보다 글자가 귀여운건 일단은 넘어가자.

"호오..."

자리에 일어나 뒤돌아보니, 플랑은 어느샌가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시간을 멈춰서 플랑의 위치를 옮긴건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엄청나게 당황했겠군. 뭐, 사전 지식이 있는 나조차도 꽤 깜짝 놀라고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레이무가 날아다니는건 아무런 생각 없이 봤는데, 난 왜 이제와서 놀란걸까.
하여간, 방에서 나선 뒤 문을 살짝 닫아주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쿠야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데... 뭐, 로비로 나가보면 알겠지.
홍마관의 지하는 듣던대로 미로처럼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에 갈림길이 있고, 심지어 눈에 띌만한 이정표도 없이 그저 돌로 된 복도만이 쭈욱 펼쳐져 있어서, 만약에 플랑이 나를 기절시켜서 여기로 데리고 왔다면 정말로 지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디보자,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3개 정도 갈림길을 지난 뒤에 왼쪽으로 간 뒤에... 찾았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
그런데, 계단을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벽에 기대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쿠야가 있었다.

"그 미로 같은 지하에서 이렇게 빨리 빠져나오다니, 조금 감탄했어."
"미로같은줄 알고 있었으면 아까 방문 앞에서 기다려주지?"
"뭐, 일종의 입사시험 같은거라고 생각해줘. 자, 따라와."
"입사시험, 이라."

그러고보니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면접 떨어진 뒤에 집에 가고 있었지... 생각해보면, 면접도 떨어졌는데 차에까지 치이다니. 대체 얼마나 좆박은 인생인거야? 심지어 그 뒤엔 이상한 세계로 날아가기까지 했으니 원.

"그나저나, 어떻게 한거야?"
"뭘?"
"작은 아씨가 장난감을 망가뜨리지 않은건 처음이거든. 아, 혹시 내상?"
"살벌한 소리를 하는구만. 멀쩡하거든? 그리고 난 플랑이 원하는대로 귀파기를 해줬을 뿐이야. 별다른건 아무것도 안했다구."
"귀파기? 아아, 그러고보니 최근에 해드리질 못했네..."
"아까전에 문지기도 그렇고 그쪽 반응도 그렇고, 이 집의 작은 아씨는 꽤나 트러블메이커인가 보네."
"...솔직히 네가 살아있는게 신기해. 소식을 듣자마자 시체 뒷정리할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정신 나간 곳에 들어와버렸군."
"네 발로 들어왔잖아?"
"아 ㅋㅋ 진짜로 이정도일줄은 몰랐지~"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어이가 없다는듯 내게 눈길을 보내는 사쿠야. 그리고 얼마 안가, 어느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사쿠야는 방 문을 열며 말한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가씨는 식사중이니까, 식사가 끝나시는대로 여기로 오실꺼야."
"그러고보니 벌써 저녁 식사시간인가."

때마침 복도 밖으로 보이는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먹었네... 오늘 먹은거라고 해봐야 레이무네 신사에서 얻어먹은 차랑, 오는길에 가방에서 꺼내 먹은 스○커즈 하나 뿐이다. 떠올리니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빵 정도라면 챙겨줄 수 있는데?"
"진짜? 부탁해도 될까?"
"...상당히 배가 고팠나보네. 알겠어. 금방 가져올께."
"오오, 고마워. 아, 그..."
"사쿠야야. 이자요이 사쿠야."
"고마워, 사쿠야. 난 쇼우이치."
"쇼우이치... 응. 외웠어. 조금만 기다려."

라고 말하자마자, 사쿠야는 약 0.1초 동안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손에 빵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기다렸지?"
"...0.1초정도?"
"어머나. 이렇게 나타나도 놀라질 않네. 바깥 세계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초장부터 하늘을 날아댕기는 무녀를 만나서 말야."

사실 그 이전에 사람 잡아먹는 요괴를 만나긴 했지만.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쿠야의 말도 일리가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환상향으로 날아온 시점에서 패닉을 일으켰을 것이다. 사전 지식이 있다곤 해도, 되돌아보면 지나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것 같다...마음 속 한구석에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그러고보면 뭔가 환상향에 왔다는 제대로 된 실감을 아직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으음, 나 뭔가 문제라도 있는건가.

"우유랑 물은 바구니 안에 있어. 자, 갖고 들어가 있어."
"고마워, 사쿠야."
"별말씀을. 그럼, 조금 있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쿠야는 흩날리는 트럼프 카드와 함께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일일이 고생이 많구만...
방을 들어가보니, 내장이 놀라울정도로 플랑의 방과 같았다. 아까전에 플랑의 방에서 느꼈던 위화감에 박차가 가해지는군. 그렇다면 이 방의 구성은 일종의 프리셋 같은걸까? 플랑의 성격이 들은대로라면, 이래저래 부숴먹는게 많을테니.
하지만 내가 직접 본 플랑은... 그정도까지 나사가 빠져 있는거 같진 않던데. 애는 플랑 정도로 제멋대로여도 된다고 생각해.
...뭐, 플랑이 휘두르는 능력이 미니어쳐 인피니티 건틀렛같은거라서 문제인거겠지만.

"...생각보다 달아."

집주인을 위한 선택인건지, 빵이 하나하나 다 달다. 이상하다, 분명히 나는 바게트 빵을 씹었는데, 왜 단거지? 이거 보통 안달지 않나? 윽, 그보다 급하게 먹었는지 목이 메인다. 우유...는 왠만하면 피하고 싶은데. 유당불내증이라. 근데 이 빵에는 반드시 우유를 먹어야 할거 같은 그런 느낌이란 말이지. 으음... 우선, 당장은 물을 마시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근처에 화장실이 어디인지 좀 알아보자.아무리 그래도 방마다 화장실이 있진 않을테고...

"...어디보자."

혹시나 부재시에 레밀리아가 올 수도 있으니 일단 가방에서 꺼낸 노트를 한장 찢어 테이블 위에 얹고, '화장실 찾으러 떠납니다' 라고 적어놓은 뒤 복도로 나온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가정집(?)의 경우 화장실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불특정 다수가 들락날락하는 건물이라면 화장실의 위치를 표시해놓지만, 이런 폐쇄적인 저택에서 그런 의미 없는 행위를 했을거라 생각하긴 힘들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방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수 밖에 없겠구만. 사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저택내의 누군가와 조우해 장소를 안내받는거지만... 적어도 이 복도엔 아무도 안보인다.
아니, 한명 보인다. 보인다라고 해야하나, 어째선지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그것의 너머로부터, 수십개의 얼음 조각이 고속으로 날아온다. 3개 정도 나한테 직격 코스!?

"뭐꼬 씨발!?"
"으아아악! 비켜!"

날아오는 얼음조각을 피하고 있으니, 나를 향해 달려오던 여자아이가 내게 소리지른다. 그리고, 그녀의 뒤엔 수십개의 마법진과 함께 날아오는 또 한명의 소녀가. 뭐, 간단하게 말하자. 마리사가 파츄리한테 쫒기고 있었다. 마리사의 손에 들린 몇권의 책을 보니, 대충 이유는 알거 같다.
자, 선택지는 두개. 마리사를 피해 그녀를 보내준다. 속도를 보아하니, 이대로 두면 파츄리는 마리사를 놓칠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택지는, 마리사를 붙잡는다. 이 선택지는 앞으로 신세질 수도 있는 저택에, 도움을 줘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것이다. 아마도.
마리사한텐 미안하지만... 아니, 생각해보면 쟤 저거 훔쳐가는거잖아. 미안할거 없지.

"You shall not pass!"
"뭐, 뭣이!!! 으악!"

내가 달려들거란 생각은 못했는지, 마리사는 피하지도 못한채 그대로 나의 골드버그급 스피어를 맞고 그대로 제압당한다. 그림만 보면 다 큰 남자가 여자애를 덮친것처럼 보이겠지만, 어디까지나 공익(?)을 위한 일이다.
그나저나 골드버그라니, 스스로 말한거지만 꽤나 그리운 이름이로군.

"뭐하는거야, 이 자식!"
"나 쇼우이치에겐 옳다고 믿는 꿈이 있다! 그건 홍마관의 달콤한 꿀을 빨며 1달간 환상향에서 살아남는거지!"
"뭔 소리하는거야, 저리 비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니... 그치만 너, 명백하게 도둑질 하고 있었던거 아냐?"

내가 물끄러미 마리사가 들고 있다 놓친 책들을 바라보고 있자,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저, 저건... 빌리는거야!"
"그렇다는데요, 보라색 머리 아가씨."
"하아... 하아...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도둑고양이가..."

여기까지 오면서 지쳤는지, 곧 죽을 것 같이 숨을 가프게 내쉬며 파츄리는 마리사의 말을 즉시 부정했다.

"이봐, 너. 언제까지 여자애 위에 올라타 있을거야."
"글쎄다? 그건 내가 정하는게 아니라서."
"켁,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는 제압되지 않은 왼팔을 들어 쓰고 있던 모자에 손을 넣더니, 거기서 무언가 나무통 같은걸 꺼낸다. 나무통이라고 해야하나,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미니 팔괘로였다. 저런걸 모자속에 넣고 다녀도 되는거야? 저거 화기 아니야?

"통구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비키는게 좋을거야!"

미니팔괘로를 내게 겨누며 큰 소리치는 마리사.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장난감을 겨누는것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내가 여기서 비키지 않으면 미니팔괘로의 화력으로 내 상반신은 통구이가 될 것이다. 미니팔괘로엔, 적어도 그정도 화력은 있으리라.

하지만...

 

"에잇."

"앗!? 돌려줘!"

 

마리사의 손에서 미니팔괘로를 뺏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뺏을줄은 몰랐는지, 생각보다 간단하게 뺏을 수 있었다. 마음같아선 멀리 던져버리고 싶지만... 던졌다가 고장나면 이래저래 귀찮아질거 같으니, 마리사의 팔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어보낸다.

 

"저게 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한테 겨눠도 되는건 아닌거 같아 보여서."

"으윽... 체엣, 알겠어. 돌려줄테니까 슬슬 놓아줘."

"그렇다는데요?"

"...놓아줘도 돼. 책은 회수했으니까."

 

마법책은 전부 파츄리의 등 뒤에 둥둥 떠 있었다. 저렇게 있으니까 무슨 캐릭터 스킨같구만. 하여간, 마리사의 위에서 물러나자 찡그린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본다.

 

"너 이 자식, 나중에 두고봐. 얼굴 외웠으니까..."

"너무 정석적인 악역 대사라 도리어 신선하군."

"하지만 파츄리, 오늘은 평소보다 과하게 반응하는거 아냐? 평소엔 몇권정도 훔...아니, 빌려가도 뭐라고 하지 않았잖아."

"네 입으로 그런말을 하는거야?...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네가 가져간 책 중에 특별한게 있었거든."

"특별한 거라니?"

"새로운 마법을 연구하고 있어.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연결해서, 주위의 마법을 증폭시킬 수 있게 하는거지. 그 과정이 적힌 마법책이야."

"헤에..."

 

...어느샌가 사이좋게 마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두 마녀. 의외로 사이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당신은 누구? 또 레미가 줏어온 부랑자인가?"

"홍마관 취직 희망자인데요."

"....에? 여기에 취직을 한다고?"

 

아, 마녀조차 어이없어 하고 있어. 확실히 내가 좀 이상하긴 한가보다.

 

"바깥에서 흘러들어왔는데, 결계를 수리중이라고 들어서... 한달동안 숙식할 곳이 필요했거든요."

"바깥세계라... 흐음..."

"파츄리, 아까전에 말한 그 마법책이라는건 어느걸 말하는거야?"

"왼쪽 제일 위쪽에 있는 까만거."

 

마리사의 물음에 대충 대답하면서 턱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파츄리. 그런 파츄리의 눈치를 보던 마리사는, 갑자기 족제비보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왼쪽 위에 있는 검은 마법책을 집어들고,

 

"그렇다면, 이걸 빌려가겠어!"

 

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2번째 범행을 시도했다. 뭐지? 방금전에 풀어줬더니, 바로 눈앞에서 또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고? 대단한 배짱인데.

마리사는 그 날렵함을 그대로 살리며, 아까전에 내가 밀어뒀던 미니팔괘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당신, 그녀를 붙잡아줘! 저건 아직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출력이 아니야! 아직 연구 도중이니까,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어!"

"도둑한텐 딱 알맞는 벌이 아닌지?"

"됐으니까 얼른!"

 

진짜로 사이 좋은거 맞는거 같은데. 파츄X마리... 좋군... 하여간, 잠깐 멍때린 사이에 마리사는 복도의 끝까지 달려나가고 있었다. 내가 딱히 다리가 빠른건 아닌데... 뭐, 할 수밖에 없나.

 

"거기서라, 도둑년아!!!!"

"빌리는것 뿐이라고-!"

 

냅다 달려나가며 외치자, 의외로 마리사의 대꾸가 돌아온다. 그보다... 달리면서 눈치챈건데, 생각했던 것 보단 느리다. 여자애라서 어쩔 수 없는걸지도. 뭐, 이정도면 금방 잡겠는데.

근데 꼭 이런 생각을 하면 사람 놀리듯이 다른 상황이 벌어지더라.

 

"켁! 어쩔 수 없지!"

 

내가 거의 따라 잡은걸 보고 혀를 차며, 마리사는 자신의 옆에 있는 창문을 벌컥 연다. 바깥으로 나갈 생각인가. 하지만 바깥으로 나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

 

"엥?"

 

갑자기, 마리사가 품속에서 빗자루를 꺼냈다. 아니, 농담 아니고, 진짜로 품속에서 빗자루를 꺼냈다. 어케 했노 시발!? 그보다 상황이 급격히 안좋다. 이거,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버리면 잡을 방도가 없다. 나와 마리사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이대로라면 명백하게 놓칠 것이다. 젠장, 뭔가 방법은...!

 

"이건?"

 

그때, 시야 구석에 눈에 띄는 얼음덩어리. 아마 아까전에 파츄리가 날린 얼음덩이일 것이다. 날카로운 부분은 없는걸 봐서, 애시당초 파츄리는 그녀를 해할 생각은 없었나 보다... 아니, 이 무게의 얼음덩이가 머리에 맞는다 생각하면 딱히 그런거 같지도 않지만. 하여간, 내게 필요한건 잠깐의 시간이다. 그것만 있으면 마리사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Frag out!"

 

얼음덩이를 마리사를 향해 던진다. 달리며 던졌기에 그렇게까지 빠르게 날아가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얼음덩이는 마리사의 어깨에 직격해, 그녀의 몸이 움츠러든다. 쟤 몸에 직격했을때, 눈앞에 '11'이라는 환각이 보인거 같은데... 게임 좀 작작 할걸 그랬다. 그보다 마리사, 저자세 판정이구나.

 

"으랏차!"

"그아악!?"

 

달리는 그 기세를 몰아 점프해, 그대로 마리사의 어깨에 옆차기를 선사한다. 체중이 실린 발차기에, 마리사는 손에 들고 있던 마법책을 놓치고 그대로 밀려나 넘어진다. 후우, 아슬아슬했네.

"너 임마! 다 큰 남자가 나같은 여린 여자애를 발로 차도 되는거냐!"
"방금전에 사람을 구워 죽이려고 했으면서 어디가 여린 여자애여..."
"에라이, 아까껀 당연히 그냥 해본 말이었지!"
"그래서, 아까 그 나무통에 그런 능력은 없었다?"
"...그건 아니지만."
"얌마."

한숨을 쉬며, 마리사가 떨어뜨린 검은색 마법책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압도적인 오한이 전신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위험하다고,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르는듯했다. 이 손에 쥐고서야, 파츄리의 말에 실감이 든다. 확실히 이런거, 펼치면 죽을지도 모른다. 마리사는 잘도 이런걸 가지고 가려고 했군.

"수고했어."
"아이고, 별 말씀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나는 내게 다가온 파츄리에게 책을 건낸다. 솔직히 지금도 내팽겨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하니까, 빨리 가져가 줬으면 좋겠다.
이젠 책을 보고 싶지도 않아 바닥을 내려다 본다. 그런데 마법책의 그림자 아래, 마법진 같은게 그려져 있는게 보인다. 아까 언뜻 봤던 파츄리의 마법진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마법책이 자체적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개연성은 낮다. 그러고보면, 마리사에겐 지상에서부터 분출되는 류의 스펠카드가 있지 않았던가?

"광부, 어스라이트 레이라구!"
"쯧!"

- 삐융!

마리사의 목소리를 듣고 마법진에서 광선이 발사되는 것보다 아주 조금 빠르게, 마법책을 들어올린다. 아마 마리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내 반응이 늦어 책은 광선에 직격해 튕겨져나가, 마리사에게 날아갔으리라. 아니면 불탔거나.
하지만, 오히려 그러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 팔락!

광선에 스친 충격인지, 내가 책을 급하게 들어올리느라 잘못 잡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마법책이 펼쳐지고 말았다. 내 손 안에서.
한동안의 정적.
그리고.
어둠이 나를 삼켰다.















"어서오렴, 귀여운 내 아가."

어둠속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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