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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wh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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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뒤로가기와 창 닫기 버튼은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23년 끝나기 전에는 업로드 하려고 했는데....

 

오늘이 23년 12월 38일인걸로 합시다.

 

 

 

 

 

 

 

 

 

 

 

 

 

 

 

 

 

 

 

 

홍무이변 후 약 1달 후. 환상향은 완전히 여름 날씨가 되어 있었다.

 

"후우..."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점 없이 깔끔하다. 다이렉트로 꽂히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강한 햇빛 때문(아마도)에 나는 여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진짜 여름이라는 느낌이구만. 실제로 온도도 제법 높겠지만, 부정적 피드백이 발생하는 자극은 대부분 차단되고 있어서 내 몸은 굉장히 쾌적한 상태다. 가끔씩 덥다거나 춥다거나 하는 감각이 그리워서 차단을 끄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1~2분 안가서 다시 키곤 한다. 그리움이라는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더라... 에어컨 켰다가 추워서 끄게 되지만, 잠깐 있다 다시 키게 되는 감각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날씨가 이런지라, 코이시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밤에는 곧잘 돌아다니러 나가긴 하던데... 그리고 아이리는 코이시의 장난감으로써 붙잡혀, 합류하지 못했다. 참고로 붙잡은 아이리를 가지고 뭘하나 싶었는데, 옷 갈아입히는 인형 대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건전 그 자체.

 

"옷이라."

 

생각해보면 그때 파츄리한테 받은 집사복, 전혀 도움이 안됐지. 곧바로 플랑이랑 조우해버렸으니까... 상대가 나빴던 걸로.그리고 몸이 개조 된 이후로, 생각한대로 옷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게 불과 며칠 전. 체형이 여성형인지라 치마도 입어봤지만, 남자일때의 감각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라는 재미 없는 세트를 입고 있다. 원래는 긴팔 와이셔츠였지만, 보는 사람이 덥다는 평이 있어서(주로 코이시) 반팔로 바꿨다.

생각해보면 환상향의 여자애들은 다들 복장이 특이하단 말이지. 거기에 비해서 나는 몰개성하다고 해야하나... 아니, 오히려 모두들 특이하게 입고 있으니 나도 개성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는걸.

 

뭐, 그건 어쨌든.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

 

"향림당..."

 

반인반요, 모리치카 린노스케라는 남자가 경영하는 골동품 상점. 환상향에 흘러들어오는 바깥 세계의 물건을 취급하고 있는 유일한 상점이다. 마법의 숲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오는 길이 위험해 손님 자체는 적은 편이라고 들었다.

바깥 세계에서 온 입장에서 어떤 물건을 취급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는데, 마침 생각난 김에 찾아왔다. 코이시 말로는 '요샌 밤엔 영업 안하는거 같더라' 라고 하길래, 일부러 이 더운 낮에 찾아온 것. 물론 나는 더위 안타지만.

 

- 딸랑~

 

그때, 향림당의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살짝 마른 체형의 은발의 남자가 나오더니, 문패를 뒤집어 놓는다. CLOSED. 뭐여 시벌. 오자마자 문 앞에서 영업 종료한거야?

 

"엇. 손님인가. 미안하지만 오늘은 돌아가 주겠어? 오늘은 영업을 좀 빨리 끝내야 해서 말야."

"허어... 음?"

 

문득,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에 눈이 간다. 도시락...? 아니, 저건 반찬통이다. 게다가 온기나 냄새를 보아 방금 만든 것.  내용물은 장아찌나 조림 같은건가. 제법 오래가는 반찬들인걸. 그나저나, 감각이 너무 좋아지니 별 상관없는 것까지 보이게 되는구만.

 

"조금 서두르고 있어서 말이지. 실례할께."

"어? 어어..."

 

그렇게 말하고는, 숲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남자, 모리치카 린노스케. 하지만 이상한걸. 레이무한테 듣기로는 린노스케는 향림당에서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저 반찬은 뭐지? 피크닉을 가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애시당초 저 반찬 라인업으로 피크닉도 좀 이상하지 않나.

뭔가 수상하군. 신경 쓰이니 조금만 미행해볼까.

 

"후우...."

 

어릴떄부터 남의 시선에 민감했던 탓인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건 잘한다. 즉, 기척을 억누르고 주위 사람에게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이는건 특기다 이 말씀. 거기에 지금은 마계신에 의해 몸이 개조된 상태. 이론상 지저 마을의 요괴들 절반 이상은 아무도 모르게 암살할 자신이 있다. 안할거지만.

숲에 들어선 린노스케는 짐승들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점점 의도를 알 수가 없구만. 반찬을 들고 숲속으로 간다고? 어디 제단 같은 곳에 공양 같은거라도 하나? 아니, 근데 보통 밥반찬을 공양하기도 하나...? 아니, 그런 것 치곤 양이 많다. 저건 마치... 자취하는 애한테 반찬 챙겨주는 느낌인데...?

 

얼마나 갔을까. 어느정도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아니, 정확하겐 공터는 아니지. 저기에 집이 하나 지어져 있으니까. 체계적으로 지어진 집은 아니라는 느낌이 확 들긴 하지만, 묘한 정감이 가는 형태의 집이었다. 중세의 마녀의 집을 어설프게 따라한 것 같다고 해야할까?

 

- 똑똑!

"이봐. 마리사. 안에 있지?"

"허어."

 

과연, 마리사의 집이었구만. 그러면 집의 외형도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군. 근데, 린노스케가 마리사한테 반찬을...? 마리사는 생활력이 있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던걸까?

 

"...오늘도, 인가. 하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은게 하루이틀 일은 아닌듯, 한숨을 푹 쉰 린노스케는 체념하듯 문 앞에 반찬통을 두고 집에서 멀어진다. 뭔가 좀 위화감이 드는걸. 린노스케와 마리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린노스케의 행동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마리사의 반응이 없는건 이상한걸. 열감지 시점으로 확인해봐도, 마리사가 집 안에 있는건 확실하다. 듣고 있는데도 무시하고 있는것. 린노스케와 싸운걸까? 아니, 아까전의 린노스케의 표정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 끼이익...

 

린노스케가 집에서 멀어지고 얼마 안가, 열리는 마리사네 집의 문.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나타난건...거의 반쯤 폐인이 된 상태의 마리사였다. 눈 밑은 퀭하고, 머리는 관리도 안한듯 퍼석퍼석. 옷도 제대로 안입고 있어서 거의 반라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눈빛은 아직 날카롭게 서 있었다. 저거, 나 대학교때 졸업작품할때 저런 느낌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뭔가 연구 같은걸 하고 있는걸까?

 

"...미안, 코우린. 잘 먹을께."

 

나지막히 중얼거리더니, 반찬통을 들고 들어가며 문을 닫는 마리사. 무슨 아직 양심이 남아 있는 히키코모리 여고생 같은 느낌이네. 음... 좀 신경 쓰이는 광경을 보고 말았네. 그러고보면 마리사를 내 눈으로 직접 본건 이번이 두번째다. 첫 만남은 홍마관에서. 쟤때문에 내가 한번 죽었다고 생각하니 살의가 일만도 하지만, 의외로 아무 생각도 안든다. 지금의 상태에 만족해서 그런걸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내 마음속에서도 '그건 뭐 사고 비슷한거였으니까' 라고 매듭지어져 있어서 그런 것일테지....하기사, 아무리 그래도 책 한번 펼쳤다고 죽는건 너무하긴 했어. 아무리 펌블이 난다고 해도 보통은 그렇겐 안돌아간다고.

아무튼.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방금 전에 떠난 모리치카 린노스케를 만나서 이야기를 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저쪽은 나를 모른다. 괜히 수상한 사람 취급 받아서 경계당하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음...

좀 간접적으로 조사를 해볼까.

 

 

 

 

 

 

 

 

 

 

 

 

 

 

 

 

 

 

 

 

 

 

홍마관, 마법도서관.

사건으로부터 1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 여파는 도서관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파괴된 책장은 다시 만들어야했고, 책의 파손 상태 확인이나 재배열 하는 일은 하루이틀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인원은 굉장히 적다. 그런 탓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이나 부서진 책장등은 아직 일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뭐, 물론 이전에 비해선 훨씬 나아진 상태이지만.

 

"뭐야 저거?"

 

근데, 오늘은 뭔가 상황이 다르다. 소악마 외에도, 뭔가가 복구 작업을 하고 있어...? 복장 때문에 처음엔 요정 비슷한건가 생각했지만, 뭔가 다르다. 애시당초 요정놈들은 일을 시키면 한 5분 뒤면 지들 하고 싶은 장난을 치곤 한다. 특히나 공정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그런 경향이 매우 강해진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는 별로 맞지 않을터...

 

"...인형."

 

잘 보니, 마력으로 만든 실이 그것들의 등 뒤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인형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책장에 책을 채워 넣고 있었다. 각각의 마력실은 모두 도서관 중앙의 마스터의 책상과 테이블이 위치한 곳으로 이어져 있다. 과연. 확실히 그녀의 인형이라면 이런 복잡한 일도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걸어가 도착한 마법도서관의 중앙. 거기에는 느긋하게 홍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금발의 단발 머리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를 시야에 포착한 순간, 내 몸속에 있는 무언가가 크게 한번 요동친다... 아마 내 몸에 흐르는 마력에 남은 신키의 잔류 사념 같은거겠지. 얼마나 딸내미를 좋아하는거야. 좀 깬다.

그 때, 소녀의 몸짓이 멈추더니 마치 끼익- 하는 소리가 나는 듯 삐걱이며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 소녀. 그리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굳은 표정은 의문의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누구?"

"아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마스터는 어디 갔어?"

"마스터? 설마, 파츄리 이야기를 하는거야?"

"달리 이 공간에서 마스터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있던가?"

"흐응... 제자를 자처하는 이상한 녀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이상한 녀석이라니..."

 

파츄리 앞에서는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전투를 보여줬었다. 그런 녀석이 갑자기 자기보고 '스승님!'이라고 말하는거다. 솔직히 질 나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반에서 상위권인 학생 앞에 갑자기 전국 1등이 찾아와서 '오오오! 이런 풀이법이! 앞으로 선생님으로 부르겠어!' 라고 말하는거랑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고.

뭐, 실제로도 기본 지식은 파츄리에게 배우고 있으니까 마스터라고 불러도 문제는 없지 않을까?

 

"앉아도?"

"...어짜피 내 집도 아닌걸."

"감사."

 

앨리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대충 가까운 의자에 앉는다. 마스터는... 적어도 도서관 안에는 없군. 침실이려나. 거긴 여기보단 시원할테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더운거에 이렇게 약해서 쓰나. 아니 뭐, 거의 반쯤 치트 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우이라고 해. 그쪽은...?"

"앨리스.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물론 알고 있다. 7색의 인형사이자, 마계신이 특별히 아끼는 '아이'. 신키가 그정도로 신경 쓰는걸 보면, 아마 스스로 '만든'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치면 내가 동생이 되는건가? 뭐, 실제 나이로도 그녀가 훨씬 많을테니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겉모습이 아무래도 잘 쳐봐도 고등학생이란 말이지. 이걸 누나라고 부르는건 좀.

 

"파츄리는 잠깐 쉬러 갔어. 마력 소모가 커서 말야."

"마력 소모...?"

"네가 언제부터 파츄리의 제자를 자처한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최근의 연구 테마는 알아?"

"테마라."

 

그러고보면 마스터, 홍무이변 이후에도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잇는 실험을 계속했었지. 신키측에서 막았다는 사실을 분명 전달 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하긴, 그 막대한 마력량을 보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잇는 방법이었나?"

"어머, 의외로 알고 있네. 오늘은 그 마지막 실험을 위해서 나를 불렀어. 저번 실험때도 내가 도와줬거든."

"흐음."

 

음? 가만 있어봐. 생각해보면 앨리스가 파츄리를 도와준 것 때문에 백트래킹 당해서, 내 영혼만이 마계로 끌려간거잖아? 마리사도 마리사지만, 얘도 결국 내 몸을 이렇게 만든 원흉 중 하나인거...

...그만 두자. 일일이 따지면 연루된게 한두명이 아닌 사건이었다. 따져봐야 의미도 없다.

 

"보아하니 실패한 모양이네? 성공했으면 이 주변 마력이 이정도로 낮진 않을테니까."

"어머. 잘 알고 있네. 마력은 어느정도 느낄 줄 아는 모양인가봐?"

 

약간 다시 봤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앨리스. 그런 그녀는 어째서 내 마력을 못 알아채는가... 하면. 내가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힘숨찐이나 이런걸 동경해서 그런건 아니고, 근본적으로 내가 숨어다니고 하는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마력이 갈무리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개인의 기질에 따른 차이라고 마스터가 말해줬지.

 

"아무튼 맞아. 이번에 실패하면 정말로 그만둔다고 한걸 보면... 뭔가 마음속에 매듭이 지어진 모양이더라. 제법 오래 연구한 테마인데 말이지."

"흐응."

"...너, 진짜 제자 맞아? 제법 관심이 없어보이는데."

"아니, 솔직히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몰라서."

 

뭐, 그렇다기 보단... 내게서 바이패스에 대한 진실을 듣고 접기로 결심한 거겠지. 뭐, 실제로 마법 자체는 성공 했었기도 했고. 만족한거 아닐까?

 

"그나저나, 그런감... 쉬고 있는데 마리사 관련으로 물어볼 수는 없겠네. 다음에 와야하나."

"마리사?"

 

순간, 컵을 입에 가져다대려던 앨리스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살며시 그 컵을 내려놓는다.

 

"어떻게 된거야? 왜 너한테서 마리사의 이름이 나오는거지?"

"응? 왜냐니...으음???"

 

어째선지, 책을 정리하던 앨리스의 인형들이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다. 그것도, 품에서 무기를 꺼내 들면서.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은 넷으로, 넷은 여덟으로... 아니 시발, 잠깐만. 대체 몇개를 풀어놓은거야? 그보다 이걸 전부 다 조종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 좀 열받는군. 마리사를 언급했다고 이런 위협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납득 되질 않는걸.

 

"대답은 신중히 하는게 좋을꺼야."

"...지랄하고 있네.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긴 하겠지만, 다짜고짜 사람을 위협하려고 들어? 미안하지만 위협해오면 반격하고 싶어지거든?"

"네가 마리사를 어째서 알고 있는거야!"

"인형 물리면 이야기 하지. 물릴 생각 없으면... 마스터한텐 미안하지만, 이 도서관 째로 작살내 주겠어."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맞서자, 앨리스는 침묵을 지키며 나를 한동안 노려본다. 그리고는...

 

"...조금, 머리에 피가 올라온 것 같네. 실례했어."

"그려."

 

인형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장을 해제하고, 다시 원래의 작업 위치로 쫄래쫄래 돌아가기 시작한다. 잘 보면, 앨리스의 손 끝이 조금씩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즉, 수동으로 전부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씨바, 끝내준다...

 

"인형은 물렸어. 자, 대답해줄래?"

"오케이. 하지만 대신에 조건이 하나."

"뭔데?"

"너도 마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 상황 파악을 하고 싶으니까."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스. 자,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간단하게 하자면 간단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앨리스의 아까 전의 그 반응. 결코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생략했다간 이상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전부 말해둘까...그러면 결국 신키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거 같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원래 홍마관에 취직할 예정의 바깥 사람이었어. 모습도 원래 이 모습이 아니었고."

"마리사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었어?"

"이야기엔 순서라는게 있는겨. 아무튼, 갈 곳 없는 내 처지를 본 레이무가 홍마관에 나를 소개시켜줬거든. 덕분에 아무런 트러블 없이 홍마관에 들어와서, 숙소를 배정받았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

"키리사메 마리사가, 마스터의 그리모어를 들고 튀고 있었더군. 지 말로는 '빌려간다' 나. 기왕 홍마관의 직원이 된거, 첫 일이다 싶어서 마리사를 붙잡았지. 마침 마스터도 그녀를 쫓고 있었거든."

"파츄리가? 새삼스럽네. 자주 당하는 일일텐데."

"새삼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훔치는거냐... 아무튼, 마리사를 붙잡아 책은 다시 돌려줬어. 마스터는 말했지. 정말로 위험한 책이 있으니, 빌려줄 수 없다고. 뭐, 그 말을 들은 마리사가 가만히 있진 않았고."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내가 몸을 던졌더니, 어쩌다보니 내가 그 책을 펼치게 되었지 뭐야. 그래서, 죽었어."

"!?"

"그 책은 마스터의 최근까지의 연구 테마였던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잇는 마법'.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그리모어였어. 네가 도와줬다는 그거지."

"부, 분명히 저자 이외의 인물이 펼쳤을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미지수인 상태이긴 했지만... 죽었다고?"

"음. 사실, 네 말대로 죽을 정도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해. 실제로도 내게 나타난 현상은 종족에 따라선 죽지 않았을테지만."

 

어느샌가 소악마가 따라준 홍차를 한번 느긋하게 들이킨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뭔 맛으로 마시는질 모르겠군. 차는 잘 모르겠단 말야.

 

"내 영혼은 몸과 분리되어서, 마계로 넘어 갔어. 그 시점에서 내 신체는 생명 활동을 정지했고... 그리고 눈 앞에는 마계신, 신키가 있었지."

"...뭐?"

"뭐, 못믿을만도 하니까 증거."

 

주머니에서 마계신의 상징, 즉 머리 장식을 꺼내 앨리스에게 보여준다. 마침 머리를 풀고 있던지라. 머리 장식을 본 앨리스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그 바보 어머니... 다시는 마계론 안돌아갈꺼야."

"대충 의도는 눈치챘나봐?"

"보나마나 뻔하지. 그렇다고 해서 그런 위험한 함정, 보통 만들고 그럴까나..."

"귀성 좀 하고 그러지 그랬냐... 덕분에 말려들어서 죽어버린 난 뭐가 되냐고."

"윽."

"뭐, 너희 모녀한테는 별 감정 없어. 몸도 느그 엄마 덕에 개조됐고, 이렇게 살아났으니까. 그보다 중요한건... 마리사 쪽이야.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마리사는 내가 아직 죽은 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곧바로 살아난거 아니었어?"

"아니, 그게... 니 엄마가 니 자랑을 얼마나 하던지. 눈 떠보니 마리사가 울면서 내 관에 흙 뿌리고 있더라. 나는 나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아서 꼼짝도 못하고 묻혔다고."

"어머니..."

 

이마를 짚으며, 크게 한숨을 쉬는 앨리스. 그녀의 표정에서, 이제서야 납득이라는 감정이 엿보였다. 과연, 앨리스가 민감하게 군 것도 마리사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걸 알고 있어서 그랬던거구나.

 

"상황은 이해했어. 마리사가 그렇게 된 이유도 이제 이해가 되네."

"그, 혼자 납득하지 말고 설명 좀 해주지?"

"...최근의 마리사의 모습, 봤어?"

"뭐, 어쩌다보니. 제법 그... 힘들어보이던데."

"마리사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연구에 심하리만큼 몰두해. 일종의 자기 방어겠지."

"자기 방어라... 그런 것치고는 눈빛만큼은 살아 있던데. 단순히 현실 도피를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어."

"그랬어?... 나는 그렇게 된 이후로는 얼굴도 못봐서 말야. 그랬단 말이지..."

 

턱에 손을 갖다대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앨리스. 마리사가 그녀 말대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면... 테마는? 그녀가 저렇게된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그 테마 또한 나에 관한 것이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 콰아아앙!!!

 

"파츄리!! 파츄리 있냐!"

 

그때, 문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소녀의 우렁찬 고함소리. 돌아보니, 문 앞에는... 마리사가 있었다. 아니, 아무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이라지만 이건 좀.

 

"마리사?!"

"오우, 앨리스. 의외네. 이런 곳에서 보다니. 파츄리 못봤냐?"

"에? 아.... 파츄리라면 안에서 자고 있을거야..."

"어라? 그래? 곤란하네. 물어볼게 있었는데..."

 

그나저나, 아까전의 앨리스에게서 느껴지던 도도함이라고 해야하나, 약간 쿨한 느낌이 마리사 앞에선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뭔데. 마리X앨리임? 저는 이 커플링 지지합니다.

 

"음? 못 보던 얼굴이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활기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사. 전환이 빠른 여자로구만. 뭐... 아까전같은 꼬라지보단 백배는 낫다만. 그나저나, 나를 못 알아보는건가... 그럼 정말로 그때 나를 알아봤던 사쿠야나 플랑이 특별했던걸까? 레밀리아도 못 알아봤었으니...

 

"마스터... 파츄리의 제자야. 이름은 우이."

"파츄리한테 제자?...못 본 사이에 제자까지 들이다니, 그 녀석도 방심을 못하겠는걸."

"뭐, 멋대로 자처하고 있을 뿐이지만."

"자칭이었냐. 뭐, 좋아... 그나저나 마침 잘됐다. 앨리스한테도 물어볼게 있었어."

"에? 나?"

"음. 마계로 전송되어버린 혼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

"응?!"

 

순간, 앨리스가 곁눈질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는 앨리스.

 

"...요 몇주 안보이더니. 왜 그런걸?"

"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래. 중요한 일이야. 도와줄 수 있을까?"

"글쎄. 애시당초 그런 예시 자체가 많지도 않고. 보통 죽은 사람의 혼은 저승으로 날아가니까."

"자세한건 나중에 이야기 해줄께. 찾는 방법만 알려줄 수 없을까?"

"그, 그건..."

"제발! 너한테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얘 아까 마스터를 찾지 않았던가? 잘도 그런말을 하는군.

 

"어, 어쩔 수 없네. 이번 말이야."

 

얼씨구. 이쪽은 이쪽대로 엄청 쉬운 분이시네.

 

"후우... 일단 말해둘께. 그 드넓은 마계에서 특정한 혼 하나만을 찾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그, 그렇겠지."

"하지만, 마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마계신의 귀를 통하게 되어 있어. 즉..."

"마계신을 만나서 물어보면 가르쳐준다는거지? 고마워, 앨리스!  이 빚은 꼭 갚을께!"

"자, 잠깐!?"

"바빠서 이만!"

 

앨리스가 말릴 새도 없이 급하게 손에 든 빗자루를 타고, 도서관 안에서 빗자루로 비행하여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리사.

 

"...어째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 앨리스 씨?"

"네가 빨리 정체를 밝혔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댁이 멋대로 이상한 말을 한게 원인 아뇨? 댁이 그냥 내 이야기를 꺼내면 되는거잖아?"

"그, 그거야..."

"뭐, 간거는 간거고. 아무래도 마리사는 마계에서 '나'를 찾으려는 모양이네."

"...그런 모양이네."

 

마계로 전송된 혼. 그건 분명, 파츄리의 마도서를 펼쳐 신키가 만든 함정에 의해 날아가버린 내 혼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나저나, 혼 같은걸 찾아서 뭐하려는거지? 사과라도 하려는걸까?...아니, 그걸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그런 일이었으면 무녀인 레이무의 손을 빌려 강령술이라도 하면 어떻게든 되었을테니까.

 

"근데, 저거 그대로 보내도 되는거야?"

"응?"

"아니, 잘은 모르겠지만. 마계라는 곳 말야. 그냥 평범하게 투어링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곳인가 싶어서. 게다가 신키를 만난다고 한다면... 위험도라던가, 어때?"

"...그렇네. 사실을 말하자면, 때에 따라 달라."

"그건 또 뭔 소리여."

"어머니는 창조하실때 모두에게 애정을 주시지만... 창조하시는 개체의 종류는 굉장히 편파적이거든. 영향을 잘 받으신다고 할까..."

 

뭔가 확실하지 않은 말투다. 말하기 어려운거라도 있는걸까. 편파적이라. 내가 그때 만난 신키도, 기계적인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인간적. 그 등의 엄청난 날개를 떼고 보면, 평범하게 엄청나게 예쁜 누나 정도로 보였다. 누나라고 해도 되겠지? 아무튼 나보다 나이는 많을테니까.

 

"특히, 바깥 세계에서의 문물을 받아들이는걸 정말로 좋아하셔서... 가끔씩 곤란해질 때가 있긴 해."

"문물이라니. 구체적으론?"

"...만화나 영화, 그리고 게임."

"조진거 같은 예감이 드는군."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몸은 자동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리사를 뒤쫒기 시작했다. 좆됐다 씨발. 그런거 때문에 마리사가 죽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상황이 꼬일거다. 창조신이라는 녀석이 그렇게까지 기분파일줄은.

...생각해보면 그 편린을 내가 직접 맛봤었지. 시벌.

 

"존나 빨리 사라졌네, 미친."

 

얼마나 재빠른지, 마리사는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코메이지 코이시는 '무의식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능력 사용의 가장 보편적인 예시가, '은신'. 구체적으로는 무의식 하에서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여, 눈 앞에 있지만 그녀를 인식치 못하게 하는 기술. 뭐, 광범위한 인식 소멸 스킬이라고 할까.

 

거기서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 자신을 인식할 수 없다고 해도, 그녀는 거기에 있다. 즉, 존재가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럼, 그녀를 직접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데이터로써 그녀를 인식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개발한 것 중 하나가, 이 'Scent Chaser' 능력. 구체적으로는 체취, 향 등 특정한 냄새를 시각적 데이터로 변환하여 추적하는 능력이다. 영어로 저렇게 표현 했지만, 그냥 냄새 추적 능력이다. 물론 이건 누군가의 능력은 아니고,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일종의 필터 및 인식 방식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프로그래밍.

 

참고로, 이 능력으로는 코이시를 추적하지는 못했다. 내가 의도적으로 코이시의 능력에 대한 '적응'을 해제하자마자, 그녀가 남기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단 하나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센서에는 아무래도 반응을 하겠지만... 인간이 인지하려고 하는 동안에는 모든 추적을 떨쳐낼 수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조금 이야기가 탈선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슨 소리냐. 마리사의 냄새를 쫒아 추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냄새라는건 공기 중에 흩어지기 쉽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하면 정보의 정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겠지만... 지금 정도라면 추적이 가능하다. 음... 근데 여자애의 냄새를 쫒아서 추격한다라. 단순한 변태 아닌가 이거?

 

"인간 마을 쪽인가."

 

일단은 단서를 따라서 따라가보자.

 

 

 

 

 

 

 

 

 

 

 

 

 

 

 

 

 

 

 

 

 

 

 

 

 

 

 

인간 마을.

 

처음에 환상향의 인간 마을이라고 했을떄, 개인적으로는 대충 헤이안 시대나 이 언저리의 생활을 하고 있는 농촌 정도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와서 보니, 마을에는 전기가 통하고 있었고 문명 레벨도 시골 정도의 레벨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동차는 없는 모양이지만.

전기 자체가 풍족한건 아닌지라 밤에는 거의 다 불을 끄고 있어 어두컴컴하다. 물론 지금은 대낮이지만.

 

"마리사는... 으음, 여기서부터는 추적이 안되는군."

 

일단, 마리사가 인간 마을에 내린 것은 확실하다. 그녀가 인간 마을 상공을 지나쳐갔다면 아무리 희미해도 그 흔적은 남을터. 하지만 여기서 뚝 끊겼다는건... 그런 이야기다. Scent Chaser의 성능이 좀 더 좋았다면 정확한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아직 프로토타입이니까.

다행히 인간 마을이라면 마계라는 키워드와 엮었을 때 적어도 한 곳, 짐작 가는 곳이 있다. 한번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인간 마을은 몇번 들린적이 있다. 위치는 알고 있으니...

 

"읏차."

 

갑자기 마을 한복판에 날아들면 민폐일 수도 있으니, 뒷골목을 향해 날아 살짝 착지한다. 슬쩍 뒷골목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있지만 대다수읜 인간들은 내가 내려오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눈치. 뭐, 이렇게 날아다니는 놈이 나만 있는 동네는 또 아니니까. 새삼스럽다는거겠지.

 

내가 내린 곳은 명련사 인근. 즉, 환상향의 3대 종교 파벌 중 하나인 불교의 총본산이다. 이런저런 요소를 생각해보면, 마리사는 분명 여기를 들렸을 것이다. 나아가서, 아직 여기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도 없나?"

 

명련사의 커다란 입구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야마비코인 쿄코 정도는 서 있을 줄 알았는데... 근데 대신에, 안쪽에서 뭔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 열기... 뭔가 행사라도 하는걸까?

입구를 넘어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살짝 날아서 안쪽을 보자, 안에는 대량의 수박과 그 중심에 서 있는 이 절의 주지스님이 보였다.

히지리 뱌쿠렌. 요괴와 인간의 평등을 외치는 승려이자, 사식 사충의 마법을 익힌 마법사이기도 하다. 명련사는 항상 입구만 지나쳐서 그녀를 직접 보는건 지금이 처음이다. 근데, 저기서 뭘 하는거지? 수박으로 대체 뭘...?

 

"하아아아압!!!"

- 쿠우우웅!!!

 

우렁찬 기합과 함께 충격음. 그리고 다음 순간, 수박이 일제히 8등분으로 갈라졌다. 주변에선 '오오...'하는 감탄의 목소리와 함께 박수갈채. 하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미....미친 괴물년..."

 

설마 그 한순간에 모든 수박을 일일이 손날로 깨버릴 줄이야. 그것도 저렇게 단면도가 깔끔한걸 봐서, 손날에 마력을 둘러 닿는 면적을 정말로 칼로 베는 것 마냥 최소화 시킨 걸테지. 체술, 마력 조작 능력 모두 높지 않으면 불가능한 곡예다. 저런거랑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정신차려보니, 뱌쿠렌이 쪼갠 수박을 모두가 나눠먹고 있었다. 8조각으로 쪼개긴 했지만, 여전히 크기가 크다보니 이건 뱌쿠렌의 제자들이 알아서 잘라주고 있는 모습. 헤, 이런 지역 이벤트도 하고 있는건가. 포교의 전술로썬 제법 좋은 전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뱌쿠렌이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생긋 웃는다. 아까전의 그 움직임을 보인 상대에게 인식 당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지만, 마음을 다잡고 바닥으로 내려온다. 그러자, 뱌쿠렌은 인파를 해치며 내게 다가왔다.

 

"당신이 우이, 인가요? 듣던대로의 모습이라 깜짝 놀랐어요."

"뭐?"

"아, 실례했어요. 당신에 대해선 코이시에게 들었답니다."

"아하. 과연."

 

코이시는 '일단은' 명련사 소속이기도 하다. 뱌쿠렌의 권유로 명련사에 소속된 수행자라는 이야기. 물론 코이시는 딱히 수행 같은거에 흥미가 있어보이진 않았지만...

 

"제 이름은 히지리 뱌쿠렌. 이 곳 명련사의 주지스님이랍니다."

"우이. 코이시한테 들었겠지만, 바깥 세계에서 왔어. 허. 댁 같은 미녀가 주지스님이라면 바깥에서라면 엄청난 인기였을텐데 말이지."

"어머, 초면에 이런 칭찬이라니. 능숙하시네요."

"아니,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솔직히 이정도의 얼굴에 이 몸매라. SNS에 퍼졌으면 진짜 전설이 됐을텐데. 잘만 굴러가면 불교계의 전설의 아이돌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존나 쌔니까 보디가드도 필요 없지. 거의 무적이다.

 

"후후. 날도 더운데, 우선 수박이라도 한조각 드실래요?"

"그러고보니 자르고 있던데. 오늘 무슨 날이야?"

"아, 그런건 아니구요. 날이 덥다고 해서 마을 분들이 수박을 가져와 주셨거든요. 그래서 기왕이면 다들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평범하게 잘라먹으면 되잖아."

"아하하...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남성분들도 제법 좋아하시는 눈치라서, 가끔씩 이런식으로 힘을 쓰기도 한답니다."

"아...과연."

 

아이들이야 신기해서 좋아하는거겠지만... 남자들은 격하게 움직이면서 흔들리는 히지리의 그것을 보고 싶어서 그런거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군. 번뇌퇴산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아, 수박은 괜찮아. 나는 별로 덥지도 않고, 그리고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신가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무슨 일로?"

"키리사메 마리사를 찾으러. 이쪽으로 왔지?"

"글쎄요?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고개를 갸웃하는 뱌쿠렌. 보아하니 정말로 모르는 모양이다. 질문을 바꿔볼까.

 

"오늘 혹시 성련선이 출항할 예정은 있어?"

"어머. 오늘 처음 오신 것 치곤 굉장히 상세히 아시네요. 성련선에 대해선 코이시에게?"

"뭐, 그런 셈이지."

 

사실은 이미 설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지라,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성련선... 그러고보니 아까, 미나미츠가 오늘 출항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정기 일정이 아니긴 하지만... "

"행선지는?"

"...그러고보니 행선지까지는 물어보진 않았네요. 통상적인 운행 스케쥴이라면 어디까지나 '관광'의 요소로써 쓰이고 있으니까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음... 설명하기엔 좀 긴데. 조금 서두르고 있거든. 혹시 그 배에 나도 탈 수 있을까?"

"코이시의 친구분이기도 하고,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니... 물론이죠.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디?"

"별건 아니고, 며칠 뒤에 정기 집회가 있거든요. 거기에 참석해주신다는 조건이라면."

"아하. 뭐, 그런거라면야."

 

솔직히 억지로 뭔가를 강매당하거나 그런거였으면 거절하려고 했는데. 뭐, 훈련소에 있을땐 초코파이 얻어먹으려고 종교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으니까. 이정도 약속은 할 수 있다.

 

"그럼 이걸 가져가서 본당 쪽으로 들어가셔서 기다리고 계시면 될거에요. 혹시나 배 안에서 미나미츠한테 침입자로 오해 받았을 때, 그걸 보여주시면 될거에요."

 

그녀가 건내준 것은 그녀가 어째선지 목에 차고 있는 커다란 염주를 축소해놓은 듯한 녹색 염주였다. 근데 유리구슬인가...? 유리라고 하기엔 좀 감촉이 특이한걸.

 

"갑자기 들이닥친건데도 이렇게까지 도와줘서 고마워, 히지리."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겠어요? 그땐 차라도 한잔 하면서."

"그러자구."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히지리가 아까 가르켰던 본당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친절하네...다른 속셈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에게서 거짓말을 하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기사, 분류로 따지면 뱌쿠렌은 '선한 인간'에 속한다고 알고 있다. 그 기본 설정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본당에 들어서자, 바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다른 정적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건물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요력의 기운. 정확하게는... 요력으로 움직이는 무언가에 발을 들였다는 감각. 묘련사 본당이 성련선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정보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어와보니 뭔가 실감이 난다. 어떤 식으로 변형해서 배가 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요력의 흐름을 따라서, 어디에 있으면 안락하게 배에 탑승할 수 있을지 정도는 감이 잡힌다.

 

- 치지직...

 

그때, 법당 구석에 있는 스피커(왜 있지?)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스피커 너머로 숨소리가 들려온다.

 

- 아아, 테스트 테스트. 이거 들리는거 맞지? 내쪽에선 안들리니까 확인할 방도가 없단 말이지...

 

"뭐여?"

 

- 아아. 현 시간부로 긴급출항을 실시하겠습니다. 위험구역에 계시거나, 승선을 원치 않는 분들은 지금 바로 이탈해주시기 바랍니다.... 뭐, 걔 말고는 아무도 없겠지만.... 아, 뭐. 괜찮겠지. 출항!!!

 

- 쿠구구구구구...

 

낮은 진동음과 함께, 주위의 벽이 밀려나는 것이 보인다. 배의 형태를 취하기 위해서 내부 구조가 변하는건가? 그런 주제에 벽에 붙어 있는 장식이나, 가구 위에 올라가 있는 것들은 그대로다. 물리법칙을 벗어난 그 모습에, 다시금 여기가 환상향이라는걸 느낀다.

아니, 그보다. 안전구역 안에 없었으면 저 벽에 밀려 들어가서 죽었던거 아냐?...하기사, 여기 요괴들이 그런 사소한걸 신경 쓸리도 없나.

 

"......?"

 

그나저나, 내부 구조가 변형된 이후로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변형만하고 대기하고 있는건가? 분명 출항! 이라고 선언했던 것 같은데... 음?

 

"좌표가..."

 

지도를 열어 현재 좌표를 확인하니, 이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속도로 환산하면 시속 50km 정도로 날고 있는건가... 아니, 벌써 떠올라서 날고 있는데 이 탑승감이야? 존나 쩌는걸?...아참, 그러고보니.

 

- 야, 아이리.

- 아, 마스터. 무슨 일이에요?

- 지금부터 좀 멀리 떨어질 예정이라서 말야. 한동안은 절전 모드로 있어줘.

- 같이 가면 되는거 아니에요?

- 코이시한테서 도망치는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건 너잖아.

- 그, 그랬죠.

- 아무튼, 마계까지 다녀올거니까 얌전히 있어.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할께.

- 알겠어요. 코이시님께도 전달 드릴까요?

- 그러던ㄱ...아, 아니다. 코이시한텐 말하지마. 비밀인건 아닌데, 괜히 말했다가 여기까지 쫒아오면 일이 꼬여.

- 네. 그럼, 올 때 메로나~

- 그려.

 

...참고로 올 때 메로나~ 라는 인사는 내가 가르쳐준거다. 바깥세계에서 쓰던 인사법 중 하나라고 가르쳐준건데, 생각보다 입에 잘 붙나보다.

아이리가 나와의 마력 링크가 디스커넥되고, 절전모드로써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약 3일. 절전모드 중의 아이리는 번개를 이용한 공격을 하지 못하며, 기본 신체 능력의 70%만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외부요소를 통한 마력 충전은 단 하나의 방법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USB 포트 없는 휴대폰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이 3일이 지나면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기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상태에선 물론 반영구적으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기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의 공격에 매우 취약해진다.

뭐, 그 전까지 돌아갈거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

 

자, 그럼 일단 이제부터 어쩐다. 마리사를 쫒아 성련선에 탑승한 것 까진 좋은데... 아차, 그러고보니 정작 마리사가 이 성련선 안에 있는지부터 알아내야지. 찾아볼까.

 

"지도 정보는... 아무리 그래도 없나. 그렇다면."

 

설마 싶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해보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련선 내부의 정보까지는 없는지 현재의 좌표만이 확인된다. 뭐, 다른 방법이 없는건 아니니까 상관 없지만.

 

"후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오른쪽 손바닥을 바닥에다 댄 뒤 손바닥으로부터 기를 퍼트려, 이 성련선 전역에 기를 흘려넣는다. 혹시라도 배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소한의 양만 흘린다. 음... 제법 크네. 그리고 배에 대해선 전혀 모르니까 정작 내가 있는 위치를 뭐라고 부르는지 전혀 모르겠다. 일단은 한층만 더 올라가면 갑판인건 알겠는데. 거기에 배 전체에 요력과 마력이 흐르고 있다보니, 누군가의 존재를 특정하기가 좀 쉽지가 않다. 좀더 많은 양의 기를 흘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한데... 급한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흐름에 따라 움직인 것 뿐이긴 하지만 설마 벌써 마계로 가게 될 줄이야. 굳이 찾아갈 생각조차 없었다보니 스스로도 의외의 상황이다. 뭐, 이왕 간 김에 나도 신키 얼굴은 직접 한번 보고 가고 싶긴 하네.

 

"에고고. 얼마나 걸리려나."

 

자리에 누워, 팔을 베개 삼는다. 기는 아직도 흘리고 있기 때문에, 얼마 안가서 마리사의 존재여부 자체는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도 모르는 판이니,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단 누워서 쉬고 있는게 좋겠지.

 

"배에 이상한걸 불어넣고 있는 녀석이 있다 싶더니. 넌 뭐야?"

"어라라. 벌써 들켰나."

"이 성련선에 밀항자라니 간이 부었구나. 거기다가 느긋하게 누워서 쉬고 있기까지... 간을 좋아하는 녀석들 한테는 거의 진미이겠는걸?"

 

누운채로 시선을 내려보니, 거기에는 국자를 손에 든 세일러복의 소녀가 서 있었다. 이 배의 선장이자, 배를 침몰시키는 배유령. 무라사 미나미츠. 근데 선장이 배유령인건 괜찮은건가? 자기 배는 침몰 안시키니까 ok라는걸까...

 

"일단은 진짜 주인한테는 허가 맡았어~"

"그 염주는... 뭐야, 히지리의 손님이야? 간만에 재밌게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네."

"나로써는 굉장히 안심되지만 말야."

 

뱌쿠렌이 줬던 염주를 꺼내 흔들어보이자, 아쉬운 듯 중얼거리는 미나미츠. 정말로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내심 놀라고 있다. 뱌쿠렌 녀석, 겨우 몇마디 이야기 했을 뿐인데 이정도로 나를 이정도로 신뢰하고 있다고?...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아니면, 어짜피 배신 당해도 힘으로 찍어누르면 된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신뢰...아니지, 믿어준 사람한테 그런 말은 실례다.

 

"그나저나, 오늘은 일반 투어 루트가 아닌데 괜찮아? 마계로 가고 있다구~"

"마계라."

"난폭한 손님이 있어서 말야~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흐응."

 

잘 보니, 미나미츠의 옷 여기저기가 살짝 그을려 있다. 아무래도 탄막 승부로 마리사에게 진 모양. 스펠카드 배틀의 룰, 인가. 그러고보니 나도 슬슬 스펠카드 한 두개정도는 만들어둬야 하는데. 엔드 오브 문라이트는 굳이 따지자면 스펠카드로써는 실패작이니까 말야. 인펄사의 상심은 스펠카드라기보단 특수 마법이고.

 

"뭐, 상관 없어. 근데 마계라는 곳은 배를 타고서만 갈 수 있는 곳이야?"

"마계? 음~ 그렇지만도 않긴 한데. 맨몸으로 마계의 경계를 넘는건 그리 추천할만한 행동은 아니야. 몸에 압력이 좀 들어오거든."

"좀? 좀이라면 어느정도?"

"어린 인간 정도라면 그대로 고깃덩어리가 될 정도려나?"

"좀이 아닌거 같은데."

 

반대로, 이런 배 안이라면 배가 압력을 받아서 안에 있는 사람은 무사하다는 이야기인가. 과연... 아니면 경계에 대항할 수 있는 마력 방벽을 몸에 두르고 있으면 괜찮다는 이야기기도 하겠군. 나 같은 경우에는 몸에 기를 두르는걸로 어느정도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

 

"뭐, 경계를 넘을 때만 그런거니까 크게 걱정 안해도 될거야. 그렇지, 마계까지 도착할 때 까진 아직 좀 시간이 있는데, 갑판에 올라가보는건 어때?"

"갑판에?"

"응. 이곳에는 날아다닐 줄 아는 녀석이 많으니까 하늘 위에서의 풍경이라는거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성련선 갑판 위에서 내려다보는 환상향이란건 또 맛이 다르다구?"

 

약간 흥분조로 말하는 미나미츠. 자신의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자랑하고 싶었던걸까. 그녀의 목소리에선 어느정도 자부심도 느껴진다. 과연. 이러니저러니 해도 항해를 좋아하는 선장님이라는걸까. 그렇다면야.

 

"그럼 그럴까.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궁금해지는걸."

"분명히 마음에 들거야! 자자, 이쪽으로~"

 

미나미츠의 안내를 따라 갑판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면서 기의 흐름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배의 지도를 GUI로 띄워 곁눈질로 바라본다. 마리사의 위치는 아까전 부터 파악하고 있다.

그녀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선실 안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었다.

 

 

 

 

 

 

 

 

 

 

 

 

 

 

 

 

 

 

 

 

얼마 뒤.

 

"후우~어땠어, 성련선은?"

"생각 했던 것 보다 많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 대단한 배인걸."

"히히, 그렇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곧 있으면 마계 입구로 진입할 거야.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구."

 

그럼~ 하고 손을 흔들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무라사 미나미츠. 배유령이라길래 제법 음습한 요괴인가? 라고 생각 했었는데, 아무래도 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녀에게선 선장으로써의 프라이드, 손님을 즐기게 하고자 하는 엔터테이먼트 정신, 그리고 숨길 수 없는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는 구석구석에 '요괴다움'이 숨어 있긴 하지만... 굉장히 호감가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이 배, 성련선.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운 기체다. 단순히 요력만을 이용하고 있지 않고, 기, 마력, 순수한 운동 에너지 등 폭 넓은 부분에서 거리낌 없이 기술을 활용한 흔적이 느껴진다. 미나미츠는 이 배를 뱌쿠렌한테 받았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 시점은 어디까지나 '요괴가 존재하던 시절'. 뱌쿠렌이 이 배를 직접 만들었을 것 같진 않고, 누군가가 뱌쿠렌의 의뢰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배를 뱌쿠렌이 이용한거라면... 의외로 바깥 세계의 옛날은 제법 낭만 있는 시대이지 않았을까. 덕분에 이것저것 영감을 많이 받았다. 나는 요괴가 아니기에 아직 요력을 다루진 못하지만, 마력과 기, 그리고 운동 에너지... 그리고, 파츄리의 마법인 '금' 과 '목'의 마법을 이용하면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들뜨는건 여기까지 하고.

 

"...누가 보면 뒤진줄 알겠군."

 

미나미츠의 설명을 계속 들으면서, 마리사의 위치는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었다. 적어도 30분 이상은 미나미츠랑 움직인 것 같은데,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잠들거나 그런 상태는 아니다. 정말로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솔직히 조금 소름끼치는군. 음... 아니지. 내가 그렇게 반응하는건 아무리 그래도 좀 실례인가. 어찌됐던 그녀는 나 때문에 마계로 향하고 있는 거니까.

 

그 때.

 

"음..."

 

마치 사우나 안에 있다가 바깥에 나온 것 같은... 순식간에 공기가 일변한 감각. 거기에 온몸을 도는 마력이 평소보다 훨씬 더 활성화 되는 것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마계에 진입했다는걸 깨달았다. 과연... 그러고보면 내 몸은 신키가 만든 것. 마계에서의 친화도가 훨씬 높다는 이야기인가?

 

- 아아. 어텐션 플리즈. 본 함은 마계에 진입 하였습니다. 도전자와의 약속대로, 본 함은 3분 뒤에 여기서 회항하여 명련사로 복귀합니다. 내리실때 잊어버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여기가 종착인가."

 

GUI로 지도를 켜, 시선의 오른쪽 아래에 배치한다. 지역명은 마계, 에소테리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역명인데... 아, 성련선 5면 필드곡. 이거 진짜로 지역명이었어? 신기하네... 아차차, 나도 하선해야지. 계속해서 좇고 있는 마리사의 위치는, 미나미츠의 방송 이후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일부러 컨텍은 피했고, 미나미츠에게도 내가 승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리사에게 말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우선은 먼저 하선해서 어떻게든 미행할 수 있도록 포지션을 잡아봐야지.

 

"홀리..."

 

그리고 갑판 위로 나서서 본 풍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 스스로도 눈을 의심했다. 자색의 구름들 사이로, 울긋불긋한 바닥이 엿보인다. 아마 정말로 지면이 붉은색인 것은 아닐 것이고, 이 주변을 가득 채우는 마계의 마력이 대기의 색을 붉게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구름 위라니, 숨기가 좀 애매하긴 하네... 아, 구름 속에 숨어 있으면 되려나? 조심스럽게 진입하면 그야말로 연막속에 몸을 숨기는 셈이 되겠군.

 

그나저나, 예상했어야 했는데. 성련선이 항로로써 뚫어놓은 길이라고 해봐야, 결국 마계의 일부인 '법계'로 향하는 항로뿐일 것이라고 말이지.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뱌쿠렌이 봉인되어 있던 장소가 있으니까.

아무튼, 빠르게... 하지만 구름이 흩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구름 뒤에 숨어 성련선에서 마리사가 하선하는 것을 기다린다. 얼마되지 않아, 마리사가 빗자루를 타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와 엇갈리듯 성련선은 지나왔던 항로를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마리사 녀석... 신키를 만나려고 하는 모양인데. 무려 마계를 창조한 신을 대체 어떤 식으로 만나려고 하는거지? 바깥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일신 종교에선, 기도하면 나타난다고는 하던데.

 

- 삐융!!!

 

"뭐여 시벌."

 

마리사의 인영을 중심으로 빔이 뿜어져 나와, 어디론가 발사된다. 그 궤도에는, 몇마리의 요정들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마리사가 내뿜은 빔에 맞은 요정들은 시원하게 증발. 아니, 애꿎은 요정은 왜 갑자기 괴롭히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어디선가부터 요정들의 무리가 마리사에게 덤벼들기 시작한다. 그 수는,수십에서 수백. 어디서 저렇게나 많은 요정들이 나타나는걸까. 솔직히 벌집 들쑤신거랑 비슷한 감각이 느껴진다. 아니, 근데 더 이해가 안되네. 대체 무슨 결과를 바라고 저런 짓을?

 

"응?"

 

그때, 무리를 지어 마리사에게 덤비려던 요정들 중 일부가, 어째선지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다. 아니, 나는 갑자기 왜? 아니 시발, 어그로 관리 안해? 거기다가 저 녀석들, 표정이 굉장히 호전적인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요정들이랑은 조금 다른 모양. 마계라서 그런걸까.

 

"조용히 처리 해야겠군."

 

일단은 미행하고 있는 입장이다. 화려하게 처치했다가 미행 대상한테 들키는 것 만큼 한심한 일도 없겠지. 뭐, 그것을 위한 물건은 이미 준비해놨지.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빵야빵야."

 

- 퓩! 퓩! 퓩!

 

[금]의 마법으로 순식간에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만들어내, 요정들의 미간을 향해 정확하게 총알을 발사한다. 소음기를 통해 발사된 총알은 빠르게 요정들에게 날아가, 머리에 기절할 정도만큼의 충격을 주어 기절 시킨다. 발사한 것은 고무탄이지만(목속성의 마법으로 만들었다), 탄에 담겨 있는 마력에 의해 기절할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고무탄이라 불안한 명중률도 마력이 담겨 있기 때문에 크게 향상된 상태. 상대가 의식하고 피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못맞출 수가 없다.

총에 맞은 요정들은 그대로 슈우욱 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가지만... 뭐, 요정이니까 여기서 자유 낙하 한다 해도 죽지야 않겠지. 애시당초 죽음의 개념이 없긴 하지만.

 

그나저나, 보통 '평범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지닌 권총을 만들어낼 때에는 잘해봐야 30초 정도 소모되고, 평소에는 1분 정도 쓰는데... 지금 만들어진 권총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 완성도는 '실제 권총'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는 수준. 마계에 있어서 그런걸까? 평소보다 마법 사용의 상태가 좋다. 그나저나, 마리사 녀석. 뭐 때문에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거지?

 

"...설마, 난동 부리고 있으면 신키 쪽에서 찾아올거라고 생각하는건가."

 

하는 짓이 야쿠자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가망이 있는 작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뭣보다, 여기는 법계. 마계에서도 깡촌이라고 불리고 있는 모양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페어리 슬레이어 짓 좀 한다고 창조신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진 않는데. 다른 의도가 있는걸까?

마침 마리사가 주위를 정리하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좋아, 따라 붙어보자.

 

 

 

 

 

 

 

 

 

 

 

대충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무 생각도 없었나보네."

 

가져와서 주머니에 넣어뒀던 육포를 씹으면서, 멀리 있는 마리사를 관찰한다. 비행 마법과 전투를 병행한지 1시간. 마계의 요정들은 제법 호전적이고 양이 많아, 한번의 전투마다 소비되는 체력이 평소의 전투보다 높을 터. 게다가 그걸 거의 쉬지 않고 1시간 동안 강행하는건... 아무리 마리사라고 해도, 쉽지는 않을 터.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마계의 마력 농도. 마리사가 '마법사' 라면 괜찮았겠지만, 그녀는 어찌됐던 아직 인간의 몸이다. 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천천히 몸에 부담이 올텐데.

 

그나저나, 정말로 이렇게 난동 부리는 것 만으로 신키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걸까. 전투 이외에는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이 법계에서 나의 영혼을 찾고 있다던가? 아예 찾아다니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모래사장에서 맨눈으로 사금 찾기보다 무모하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이대로는 마리사가 지쳐서 쓰러진다. 그냥 내가 나서서 강제로라도 되돌려보내야 할까. 겸사겸사 내 정체도 밝히고.

 

...알고 있다. 사실 이럴 필요 없이 애시당초 내가 성련선에서 마리사가 있는걸 확인하자마자 그녀와 컨택해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굳이 이럴거까지 없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나는 아직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를 용서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1시간이나 저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내 마음속 한 구석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고 있다. 원한 같은건 아니다. 애시당초에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 무언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

 

나는 그저, '살인'이라는 죄를 청산하기 위해 그녀가 어디까지 행동하는가가 궁금한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이기에 가능한... 아니, 이건 피해자만이 채울 수 있는 권리를 지닌 호기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쓰러지게 되면 도울 생각이지만... 아무튼, 그 호기심이 충족될 떄 나는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똑같은 짓을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보기 안타까운데... 음? 뭐야 이 반응은. 저 멀리서부터 뭔가가 다가 오고 있는데? 

 

"음...? 뭐야, 저 빨간거."

 

시력을 마력으로 더 강화시켜,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포착한다. 뭔가 빨간 옷을 입고 있는 무언가... 요정은 아니고. 옷이 마치... 메이드복? 금발에, 메이드복에, 이 마력 반응... 이 조합, 뭔가 기억이 날랑말랑하는데...

...유메코. 맞다. 유메코다. 아, 그 도박에 미친 쪽 말고. 신키의 최측근이자, 마계 최강의 존재 중 하나. 저런게 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거지? 설마 마리사의 작전이 먹힌건가? 마리사를 신키에게 안내하려고 찾아온걸까? 만약에 그런거라면... 이야 시발, 이게 되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런 것 치곤 그녀의 표정이 밝지 않다. 거기에 이 느낌은... 살기.

 

"애미."

 

전속력으로 마리사를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 저 멀리서 마리사를 향해 날아오는 나이프의 군집. 젠장. 마리사 녀석, 눈치 못챘는지 피하려고도 하질 않는구만. 내가 직접 쳐내는건 이 거리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나이프엔 나이프지!"

 

[금]의 마법으로 수많은 나이프를 만들어내, 마리사에게 날아가는 나이프의 군집과 겹치도록 발사한다. 계산하고 발사한건 아니기 때문에 날아드는 모든 나이프를 상쇄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나이프는 전부 튕겨냈는지 날아든 나이프는 마리사의 뒤를 넘어 허공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러던 말던 유메코는 그대로 마리사에게 돌진한다. 다행히 날아드는 나이프에 놀란 마리사가 회피기동을 하여, 유메코의 발차기를 피한다.

 

"여기는 내 구역이야. 또 언제나처럼 난동을 피우는구나. 너는."

"누구냐? 넌."

"기, 기억 못한다고? 이쪽은 마계에서 네녀석들이 난동을 부렸던 날을 아직 잊고 있지 않은데..."

"아~....신키 옆에 붙어 있던 그 메이드 녀석이로군. 기억 났어."

 

이제야 자신을 기억한 마리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유메코.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내게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과연. 신키님의 반응이 두군데서 느껴진다고 했더니. 네가 그 인간이구나."

"그런듯?"

"어, 너 분명... 우이였나? 왜 네가 여기 있는거야."

 

이제서야 내 존재를 알아챘는지, 살짝 놀란 눈치로 내게 말을 거는 마리사.

 

"뭐, 투어 비슷한거지.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마리사."

"오, 오우..."

"그나저나 여기는 진짜 아무것도 없네. 마계라고 하길래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말야."

"여긴 마계에서도 깡촌인 법계니까. 신키님이 계신 곳과 가까워질 수록 너는 상상도 못한 풍경이 펼쳐질껄?"

"헤에-"

"...굉장히 관심 없다는 듯한 리액션이네. 투어라고 하지 않았어?"

"뭐, 투어라고 해도 사람마다 목적이 다른법이지. 자,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볼일 보세요."

 

아까전에 자신이 던진 나이프를 상쇄 시킨게 나인걸 알고 있어서 그런걸까. 유메코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이내 마리사에게 시선을 돌린다.

 

"내 구역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마리사. 뭐가 목적이야?"

"신키와 만나게 해줘. 찾아야 할 영혼이 있어."

"영혼?... 명계랑 헷갈린거 아냐? 왜 영혼을 여기 마계에서 찾는건데?"

"그건 내 사정이고. 만나게 해줄거야? 말거야?"

"...제법 건방지네. 내 구역을 어지럽힌 것도 모자라서, 다짜고짜 요구질이라니. 싫다고 하면 어쩔건데?"

"당연히 이 녀석으로 승부를 봐야겠지."

 

품에서 스펠카드를 몇장 꺼내 보여주는 마리사. 스펠카드 룰. 가지각색의 종족이 사는 환상향에서, 인명피해를 내지 않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투 룰. 하지만, 그 카드를 보고도 유메코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거. 요새 마계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말야. 미안하지만 스펠카드 결투는 받지 않을거야."

"뭐...?"

 

이건 또 다른 전개로군. 확실히, 상대가 룰을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 이 스펠카드 룰이다. 다만, 이런 경우 하쿠레이의 무녀가 제재를 준다거나 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만, 아까전에 '요새 마계가' 라고 말했지? 뭔가 있는걸까.

그보다, 좀 흐름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마리사가 아무리 날썌고 강하다고는 해도 일개 인간. 반대로 유메코는 마계에서 신키가 만든 창조물 중 최강에 속하는 존재. 만약에 유메코가 진짜로 진심으로 마리사를 상대한다면...

 

"구역에서 난동을 부린건 눈감아주지. 지금 당장 돌아가도록 해. 지금 마계는, 평범한 마법사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야."

"잠깐만! 나 진짜로 신키를 만나야한단 말이야!"

"...눈 감아줄때 빨리 떠나. 안 그러면 녀석들에게 당하기 전에 내가 처리해주겠어."

 

살의에 가득찬 눈빛으로 마리사를 노려보는 유메코. 그 기백에는 아무리 마리사라고 해도 다소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녀석들? 마계에 침입자 같은거라도 있는걸까?

 

"...이쪽은 이쪽대로 사정이 있단 말이야.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면...!."

"하아... 진짜로 말귀를 못알아듣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 마리사를 향해, 유메코는 엄청난 속도로 마리사에게 다가가 그녀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하려고 한다.

 

- 턱!

 

"뭐야?"

"우, 우이?"

 

몸이 먼저 움직여서 다행이다. 유메코의 팔에 들어가 있는 힘은, 평범한 인간의 육체라면 쉽게 뚫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진짜로 죽이려고 했냐, 이 미친 메이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부탁을 하면 적어도 거절하는 이유정도는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

"건방 떨지마. 그저 신키님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인 일반인이."

"존나 쌉인정하는 부분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리고, 창조신의 최고 걸작이라는 녀석이 이렇게나 속이 좁아서야, 창조주가 뭘 가르쳤나 몰라?"

"...그 말 취소해!"

 

팡! 하고 강하게 내 손을 뿌리치는 유메코. 그 반동으로 나와 유메코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벌어진다. 심리적으로도 멀어진 것 같지만, 그건 뭐 패드립의 순작용이니.

 

"원하신다면 싸워드리지. 다만, 내가 이기면 신키를 만나게 해주는거야. 안그래도 나도 면담이 좀 필요할 것 같거든."

 

과장스러운 제스쳐를 취하며 지금 이 대화를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하듯 말한다. 분명히 지금 제 3자의 시선이 느껴진단 말이지.

 

"닥쳐. 어짜피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감히 신키님을 모욕해?"

"ㅋㅋ 그니까 신키 욕 안먹게 니가 잘했어야지. 안 그래?"

"......"

"어... 마리사, 멀어지는게 좋겠어."

"뭐?"

"떨어져 씨발!"

 

멍때리는 마리사를 발로 차 밀어낸 직후, 유메코의 바디블로가 내 복부에 직격한다. 부정적 감각 차단으로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몸의 제어가 한순간 불가능해진다. 부정적 감각 차단이 있다고는 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는 불쾌한 감각이다. 거기에 그 충격파만으로 마리사는 한번 더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이거, 내 몸이 이 공격으로 산산조각이 안난게 기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존나 쌔시네요."

"죽어!!!!"

 

바디블로의 충격으로 날아가는 내 몸. 그리고 그걸 따라오듯 수많은 나이프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이프라니. 아까부터 느끼는거지만 좀 사쿠야랑 비슷한 전투 스타일이네. 힘의 수준이 전혀 다르고, 시간 조종 능력이 없지만... 뭐지? 야부키 신고인가? 아니, 이런 비유는 유메코한텐 실례려나.

몸에 제어를 되찾는 것과 동시에 나이프의 궤도에서 벗어나 아까 만들었던 권총을 꺼내 유메코의 미간을 노리고 발사한다. 이번엔 고무탄이 아닌 실탄. 거기다가 마력으로 사속을 강화시켰다. 어짜피 이거 맞아도 안죽는건 아까 전 얻어맞는 한 순간에 파악했다.

 

- 탕탕탕!!!

 

"치졸하긴!"

"뭐, 그러시겠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총알을 피하며 내게 돌진해오는 유메코를 보며 나도 모르게 쓴웃음 지었다. 일단은 쏜 직후에 마력으로 발사 위치를 조종했기 때문에 총구를 보고 피하는건 불가능했을텐데 말이지. 즉, 탄을 직접 보고 피했다는 이야기다. 뭐하자는 동체시력이야?

 

"결국 그정도 뿐이라는거겠지, 인간!"

 

머리를 노리며 날아오는 유메코의 강권. 아까는 복부였기에 몸의 제어가 일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충격이었겠지만, 머리는 좀 위험하다. 하지만, 아까부터 느끼던거지만 공격이 제법 정직하다. 상대가 어떻게 잔재주를 부려도, 압도적인 기초 스펙 하나만으로 이를 전부 상쇄해 왔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지만.

 

"글쎼. 나름 이것저것 겪어서 말야."

 

몸을 살짝 비틀어 그녀의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기를 극단적으로 모아 강화시킨 손날로 이를 흘려보낸 뒤, 그 힘을 이용하여 그대로 그녀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그녀를 내동댕이 친다. 메이린의 '기'의 활용법을 얻으면서, 동시에 그녀가 가지고 있던 권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유메코의 팔을 흘려보낸 왼쪽 손목을 보니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금방 낫긴 했지만, 이렇게 될까봐 이 부위를 기로 극단적으로 강화 시켰는데도 이 꼬라지다. 진짜로 괴물인가? 그렇다면 그걸 준비해야겠는걸.


- 콰아아아아앙!!!

 

자신의 힘이 더해져 내동댕이 쳐진 유메코는 새까만 법계의 바닥으로 떨어져, 그대로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쳐박힌다. 이걸로 무력화 됐을리는 없을거고.

 

"읏차."

 

금의 마법으로 총구가 6개인, 이상하리만큼 총신이 긴 총을 만들어내 그 손잡이를 붙잡는다. 다총열기관총, 일명 '미니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범하게 살면서 이 총의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런 내가 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마스터의 마법도서관에 관련 서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도서관 최고야.

자, 어디보자. 일단 정확하게 유메코의 머리 위로 이동해서, 총열을 직각으로 내리고...

 

"자, 문명의 이기의 위력 한번 보실까."

 

총에 뒤쪽에 있는 스위치를 킨 뒤, 총을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얼마 안가.

 

-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시발 존나 쩔어!!"

 

마치 예초기 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분당 4천발의 탄환을 발사하는 미니건이 불을 내뿜는다. 탄을 계속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기 때문에 급속도로 온몸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지만, 못버틸 정도는 아닌데다가 이 압도적인 화력에 온몸이 떨려온다. 실제로 총의 반동으로도 떨리고 있고,.공중에서 쏘고 있다보니 자연적으로 몸이 점점 위로 떠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휴우. 기분 좋았다."

 

대충 1분 정도 쐈을까. 슬슬 현기증이 나기 시작해서 총의 스위치를 끄고, 그대로 던져버린다. 누가 줏어가도 환상향에서는 나 말고는 써먹지도 못할 무기다. 기껏해봐야 둔기로 쓰지 않을까. 자, 유메코의 상태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못버텼나보네."

 

유메코의 신체 자체는 탄에 피해를 입어도 꿰뚫리지 않아 몸은 멀쩡해보였지만,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사실상 옷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준으로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유메코라도 4000발이나 되는 그야말로 '총알 세례'를 맞고서도 멀쩡하진 않았는지, 기절해 있었다.

솔직히 이걸 맞고도 그녀가 전투 속행이 가능했다면 나는 명백하게 졌을거다. 총알을 만들고, 발사 할때의 탄 퍼짐 방지, 그리고 사거리 증가 마법을 동시에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마력 고갈로 대응을 못했을테니까...

...반대로 맞아준게 신기하네. 방심이라도 했던걸까?

그나저나, 다른건 몰라도 탄 생성 마법의 마력 소모가 너무 큰걸. 하기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금속을 '만들어 내는' 마법을 쓰고 있으니까. 마력 소모가 클 수 밖에 없지.

 

"휴우."

"대... 대단해... 방금 그건?"

"아아, 방금 그것은 [미니건] 이라는 것이다. 분당 4000발의 탄환을 발사하는 괴물 같은 총이지. 참고로 살상용이니까 농담으로라도 사람한테 겨누면 안돼. 위험하니까."

"저 녀석한테는 겨눴잖아."

"안 죽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 그리고 사람 아니고."

"그, 그러냐... 그나저나, 저 녀석한테는 신키가 있는 곳을 물어봐야 하는데 말이지."

"......"

 

으음- 하고 곤란한듯 신음을 흘리는 마리사.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영혼을 찾는다고 했지. 왜 찾는거야?"

"...글쎄다. 사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찾는다 한들 죽은 녀석을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그저.... 그렇네. 적어도 여기가 아니라, 명계로 제대로 보내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는걸까. 듣자하니 바깥 세계에서 온 녀석이라고 하던데... 나 때문에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렸으니까 말야."

"음."

"뭐, 나는 염마랑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으니까 말야. 잘 말해두면 어떻게 좋은 곳으로 보내주지 않겠어?"

"그것 때문에 마계까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라고 말하며, 품에서 플라스크 병을 하나 꺼낸다. 은은하게 마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아, 아마 영혼을 안전하게 담기 위한 용기겠지. 과연, 마리사의 목적은 이거였나.

 

"...라니, 아하하. 사정도 모르는데 이렇게 말해봐야 잘 모르려나."

"아니. 대강의 사정은 사실 마스터에게 들었어."

"...그런가. 알고서 따라온거지?"

"뭐. 그런 셈이지."

 

이제 와서 숨겨봐야 뭔 소용이 있겠나.

 

"...결국은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는건 알아. 이런걸로 용서 받을 수 있을리도 없고. 하지만... 할건 해야하지 않겠어?"

"그럴지도 모르지. 뭐, 그렇다는데! 신키! 그만 구경하고 나와!"

"에?"

 

아까부터 느껴지는 시선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마력.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그녀의 마력은 나의 마력과 매우 유사하다. 근처에 있다면 모를 수가 없다.

 

"아하. 들켜버렸네☆"

 

무안한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낸, 3쌍의 이형의 날개를 가진 창조신. 신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전에는 본적 없는 이형의 헤일로가 떠 있었다.

 

"그 헤일로는 왠거야?"

"에? 아, 이거? 요새 어린 여자애들은 머리 위에 이런걸 띄우고 있던데? 패션인거 같아서!"

"그러십니까..."

 

'젊은 애'는 둘째치고, 정말로 영향받기 쉬운 성격이구만. 하는 김에 교복에 총기류도 등에 메고 있지 그랬어.

 

"오랜만이네 마리사. 요새 앨리스는 건강해?"

"...신키. 부탁이 있어."

"만나자마자 부탁이라니, 꽤나 급하네~ 뭔데?"

"네 힘으로, 마계로 흘러들어온 영혼을 찾아줘."

"영혼?"

"파츄리의 책 때문에 이쪽으로 흘러들어온 영혼이 있을거야."

"어? 그 영혼의 주인이라면 네 옆에 있잖아."

"뭐?"

"......그걸 바로 말해버리면 어쩌냐."

 

째릿, 하고 신키에게 눈총을 쏜다. 눈치가 있으면 적어도 '왜 그런걸 묻느냐-'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런... 에휴. 됐다.

 

"에? 뭔데?"

"아니야. 아무것도... 뭐, 그런거야. 마리사."

"하, 하지만... 그때 만났을땐 분명..."

"남자였지 않냐고? 그렇긴 한데 말이지."

"아하하. 신체를 변형시키다보니 어쩌다보니 여성형으로 바뀌어버렸네?"

"신이라는건 생각보다 대충대충인 모양인지라."

"아.... 아아..."

 

마리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그 손에서 플라스크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그 직후.

 

"미안.... 미안해...!...흐윽...!"

 

내게 푹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말을 입에 올리는 마리사. 그 얼굴에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었겠지.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마리사를 차가운 눈으로 보는 내 시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됐어. 뭐 어때. 사람이 살면서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이지."

"하... 하지만..."

"하지만이고 킹치만이고 없어. 당사자인 내가 용서한거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케이? 뚝. 울지 말고. 괜히 너 울렸다가 앨리스한테 걸리면 인형들한테 꼬챙이형 당할걸?"

"...그녀석한테도 아무래도 걱정하게 만든듯하네."

"하는 김에 모리치카 린노스케 한테도 제대로 인사하러 가야겠지?"

"...물론이지. 돌아가면 할게 많겠는걸."

"그려그려."

 

마리사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지만, 약간은 구원받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자, 그럼 이제...

 

"신키. 아까 유메코가 한 말은 뭐야?"

"아~ 그거! 안그래도 요새 골머리를 앓고 있단 말이지. 그 검은 기운!"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여기서도 출몰하고 있었나.

 

"내 귀여운 애들한테 들러붙어서, 이상하게 만들지 뭐야~ 어디서 자꾸 나타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일단은 틈새 요괴한테도 상황은 전달하고 이쪽에서 대처하고 있었어."

"그래서 스펠 카드 룰의 정지를..."

"애시당초 서로간의 중재를 위해서 만들어진 룰이니까 말야. 지금 같은 비상시에는 적용할래야 적용할 수 없어."

"그것도 그렇지."

 

이전의 홍무이변을 떠올려본다. 마계의 녀석들도 그 영향을 받아 변성했다면, 확실히 스펠 카드 룰이 어쩌고 할 상황이 아니다. 그나저나 당장 유메코가 그 검은 기운에 당했었다면... 솔직히 소름이 끼치는군.

 

"...그런데 이상하네. 평소보다 틈새 요괴한테서 답이 오는게 늦네. 보통은 메세지 보내면 거의 몇초만에 답장이 오는데 말야."

"메세지라니, 뭔가 메신저 같은게 있는거야?"

"응? 라○ 쓰는데?"

"○인."

 

과연, 여기 일단은 일본이었지. 카카○톡보단 라○인가. 그보다 얘네들 어플로 메세지 주고 받고 있었나...

 

"그 검은 기운에 대해선 뭔가 알아낸건?"

"아직은. 하지만 적어도 환상향 내에서 만들어진건 아니야.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무언가."

"으음..."

"...아! 그렇지. 우이한테는 이걸 넘겨주려고 했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 넓은 소매를 뒤지는 신키. 이윽고, 그녀는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비녀?

 

"머리장식 치고는 제법 수수하네."

 

재질을 알 수 없는, 머리쪽에 작은 푸른 장미 1송이만이 유일한 장식인 은빛 비녀였다. 받아들어보니, 서늘하고도 의외로 묵직한 감촉이 느껴졌다.

 

"전에 머리방울도 줬잖아. 이걸 또 주는거야?"

"그건 따지고보면 방어구에 가까우니까. 요건 그거야. 우이만 쓸 수 있는 무기. 말하자면 전용 장비."

"전용 장비라. 뭔가 멋진데."

"그치?"

 

천진난만하게 웃는 신키. 고맙긴 한데, 이런게 창조신이어도 괜찮은거냐 마계. 그보다 이게 무기라고? 비녀로 눈이라도 찌르라는걸까.

 

"쓰는 법은 그거 안에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을테니까, 나중에 읽어봐."

"아, 그러네. 고마워 신키. 아, 맞다. 앨리스랑 만났는데 말야."

"에, 정말!? 뭐라고 했어?"

"일전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 해주니까, 절대로 안돌아올거랜다."

"그, 그럴 수가..."

 

절망한듯 꽈당-하고 쓰러지는 신키. 공중에서 쓰러지다니, 실력도 좋으셔라. 일단 신키에게 받은 비녀로 머리를 묶어 고정시킨다. 비녀라. 이것도 간만에 써보네. 이전에 몇번 써보긴 했는데 머리끈보다 머리가 더 많이 빠지길래 그만 뒀었지... 마음에는 들었는데 말야. 지금이라면 머리도 안빠질테니까.

 

"아무튼, 고마워 신키. 우리는 이제 슬슬 돌아갈께."

"아, 포탈 열어줄께. 저 경계를 맨몸으로 넘는건 별로 건강에 안좋으니까. 우이는 괜찮겠지만."

"오, 그러면 좋지."

 

에잇- 하고 신키가 손을 휘두르자, 푸른색 포탈이 열린다. 그 너머에는, 인간 마을 상공이 보인다. 이거 존나 편해보이는데. 난 못쓰려나? 신키한테 지금 당장 물어봐도 좋겠지만...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슬쩍 마리사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는데, 슬슬 기분이 나빠질 수준의 마력 잠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자, 마리사."

"...응."

 

마리사와 함께 포탈을 통과해, 인간 마을 상공으로 돌아온다. 뒤를 돌아보니, 신키가 쾌활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니 이내 포탈이 닫혀 완전히 소멸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이래저래 일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마리사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으니 오케이다. 으음... 일단은 마리사는 집까지 배웅해주고, 뭐라도 사서 지령전으로 돌아갈까.

 

"추, 추워. 뭐야? 왜 이렇게 추운거야?"

"엥?"

 

마리사의 말에 GUI를 통해 주변 온도를 체크한다. 잠깐만 있어봐. 영하 2도라고? 왜? 지금 한여름 아니었어?

 

"...아."

 

코 끝에 닿는 감촉. 문득 손바닥을 들어보니, 새하얀 눈송이가 손바닥 위에 내려 앉아 녹아내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출발할때와는 다르게 구름이 잔뜩 끼어, 조금씩 눈이 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여름에 눈은...

 

"설마...."

 

그러고보니, 신키가 유카리와의 연락이 끊겼다고 했지. 거기에 이 날씨... 스멀스멀, 뭔가 불안한 예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지금 올라오는 불안한 예감은 항상 맞더라

 

"마리사, 겨울옷 준비해서 합류하자. 하쿠레이 신사로 와."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법의 숲으로 날아가는 마리사. 여름 복장이었는데 저렇게 날면 겁나 추울텐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 아이리.

- 마스터, 지저에도 급격한 온도 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 우선 지령전 안에 난방 준비 해두고, 합류해줘. 하쿠레이 신사로.

- 알겠습니다.

 

인간 마을을 내려다보니, 뱌쿠렌과 그 제자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 전체를 돌며 난방 준비를 최대한 빠릿빠릿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이변인데도 저렇게 빠르게 대응을 하다니,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인간 마을이구만.

 

"또 시발 뭔 지랄이 나려고 이러는건지. 어휴 시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쿠레이 신사를 향해 날아간다. 지금의 이 현상이, 정말 단순한 이상기후이기만을 바라며.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AND

키에에에에엑!!!!

 

크...크리스마스!!!!

 

앨범 눈에 띌 때마다 갱신

 

앨범 표지 서클명 앨범명 특설 사이트 / X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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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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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低弦弾 Vol.5 
〜東方獣王園の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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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 주의 !

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뒤로가기와 창 닫기 버튼은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꽤 오래 걸린듯








































"오... 이건 참."

 

지하, 플랑도르의 방 근처.

파츄리를 구하고 난 뒤 내가 바로 향한 곳은, 플랑도르의 거처였다. 그대로 레밀리아를 상대 했어도 좋았겠지만, 가장 성가신 능력을 지닌 플랑도르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하면 어찌할 방도가 없기에... 물론, 그 역이 성립해도 내게 승기는 없겠지만.

 

플랑의 방 입구 언저리는, 일전의 그 '말랑말랑한 벽' 으로 감싸여져 있었다. 사쿠야의 시간 정지 능력으로 닫힌 공간의 단면은,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뚫을 수 없는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벽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 예를 들어 여기에 나이프를 던져 넣으면, 벽 안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아주 빠르게 그 자리에 멈춰버린다. 플랑은 이 멈춰버린 공간 안에 갇혀 있는 상태다. 아마 사쿠야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면서, 그녀를 일시적으로 봉인한 거겠지. 다만...

 

"곧 깨지겠구만."

 

사쿠야가 정신을 잃은 탓인지, 혹은 안에 갇혀 있는 플랑의 능력의 영향인 것인지, 정지된 공간의 벽에 균열이 나고 있었다. 균열 자체는 크지 않지만, 아마 이 공간이 해제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리라. 결국 교전은 피할 수 없겠지.

...다만, 선공권은 나한테 있다. 이 기회를 살려 크게 우위를... 나아가선, 노 데미지 클리어를 목표로 삼자.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파츄리의 원소 마법, 기. 그리고, 언젠가 한번 사용 했었던 '대상의 능력을 완전 카피' 하는 능력. 마지막껀 당장은 쓸모가 없고... 기는 최후의 호신술 같은걸로  그나마 쓸만한 패는 파츄리의 원소 마법인가. 눈동냥으로 익힌 것들 뿐이라, 당장 쓸 수 있는건 월부, 일부, 화부, 수부, 금부의 일부분뿐. 예상되는 가장 좋은 유효타는 아무래도 '태양의 마법'이지만, 사쿠야의 능력은 닫혀 있는 플랑의 방 전체를 감싸고 있다. 태양의 빛을 미리 비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태. 선공권이 있는건 좋은데, 정작 상황을 다시 보니까 딱히 유리한 것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드는걸.

음... 방에 직접적인 데미지를 줄 수 없으면... 그 이외의 구역을 전부 장악하면 되지 않을까? 다행히 주변 지형은 이 휴대폰의 지도로 모두 파악되고 있다. 좋아. 생각난 김에, 재빨리 준비해 볼까.

 

 

 

 

 

 

 

 

 

 

 

 

 

 

 

 

 

 

 

 

 

 

 

 

 

 

"으아아아아아!!!"

 

-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벽. 플랑도르가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사쿠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있던 대상이 사라진 것에 의아해 하지만,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무너진 벽을 걷어차고 방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녀의 눈은 흰자위조차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행동거지에는 이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기운'에 의해 능력은 강화 되었으나, 안그래도 능력 때문에 불안정하던 이성은 이미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했다. 그저 본능에 따라, 부숴버릴 누군가를 찾아 배회할 뿐. 그러나,

 

- 철커덩! 슈우우욱! 

 

플랑도르의 머리 옆을, 거대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 콰아아앙!!!

 

그리고 복도에 울려퍼지는 굉음. 플랑도르가 돌아본 그 곳에는, 무언가 길다란 금속 막대기가 저 너머의 벽에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상황 이해보다 먼저, 그녀는 몸을 움직여 막대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옛날 시대의 공성전에서나 쓸법한 목제 발리스타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물론, 복도의 크기 때문인지 공성전에서 쓸 만한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이 활시위에 걸려 있던 화살의 위력은 플랑도르에겐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크르르...!"

 

공격을 당한것에 대한 분노일까. 플랑도르는 거칠게 손을 휘둘러, 발리스타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콰아아앙!!

 

"키이이이이이이이익!!!"

 

발리스타에 장착되어 있던 부비트랩이 폭발하며, 플랑도르의 몸에 자그마한 나무조각과 금속 조각이 후두둑 박힌다. 고통에 괴성을 지르는 플랑도르. 하지만, 고통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 치이이이익---!!

 

"키이이익!?"

 

금속 조각이 꽂힌 상처부위로부터, 살이 구워지는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플랑도르가 그 상처를 상처쨰 몸에서 도려내자, 바닥에는 살점과 함께 소리의 근원이 드러났다.

'은'. 흡혈귀에게 있어서, 천적과도 같은 금속. 그런 금속이, 몸 안에서부터 그녀를 불태우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무언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플랑도르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 딸깍! 콰아아아아앙!!!

 

돌바닥에 어떻게 설치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지뢰가 폭발하여 그대로 플랑도르의 발목을 날려버린다. 폭발의 충격으로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그녀의 몸에 이번엔 무언가 가느다란... 하지만 단단한 무언가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직후.

 

- 펑! 파바바바바박!!!

 

수백개의 금속 구슬이 날아와, 그녀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린다. 게다가 이번에 날아온 금속 구슬 또한 전부 '은'.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데미지를 입은 플랑도르는 이젠 으르렁거릴 기운도 없는지, 지면에 엎드린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확인사살은 중요한 법이지."

 

- 탕! 탕! 탕!

 

저 멀리서 날아온 3발의 탄은, 정확하게 플랑도르의 머리를 3번 꿰뚫었다.

 

 

 

 

 

 

 

 

 

 

 

 

 

 

 

 

 

 

"허. 생각보다 엄청 빨리 끝났네."

 

- 삐융!

 

플랑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을 마계신의 머리장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으로 정화시키며 중얼거려본다. 사쿠야를 공격한 시점에서 이성을 잃었을거라곤 생각했고, 이성을 잃은 상대한테는 함정을 이용하는게 꽤나 유효할 거라고 생각해서 준비해봤는데... 설마 준비한 트랩의 절반도 안썼는데 무력화 시킬 수 있었을 줄이야.

....그나저나, 목부랑 금부 이거 개사기네. 마력만 있으면 총이나 트랩 같은 군사장비까지 만들 수 있을 줄이야. 거기에 금속 종류도 정할 수 있다니... 뭐, 화약만큼은 시간 내에 준비할 수가 없어서 화약류는 '기'로 대용하긴 했지만. 군대 있을때 내부 구조같은걸 알아놔서 다행이야.

 

"그럼 이제 남은건 레밀리아 뿐인가..."

 

플랑도르처럼 이성을 잃은채라면 상대하긴 비교적 쉽겠지만, 지금처럼 선공권이나 밑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올거 같진 않단 말이지... 뭐, 일단 가장 중요한건 레밀리아의 위치를 파악하는거다. 휴대폰이 제공해주는 지도 정보는 어디까지나 지형 정보까지. 누가 어디에 있는지까지는 당연하지만 알 수 없다. 단순히 생각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아무래도 레밀리아의 방 정도겠지만...

 

그 때.

 

"고마워. 덕분에 정신이 맑아졌어."

 

빠직, 하고. 몸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직후.

 

"크으으으으으으윽!?!!"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에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숨도 안쉬어진다. 몸도 안 움직이고, 눈 앞이 번쩍번쩍거린다. 그럼에도 정신만은 멀쩡한게, 오히려 더 미칠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이...!?

 

"씨발!"

"?!"

 

- 탕! 퍼어어엉!

 

플랑의 가장 근처에 있던 하나 남은 트랩의 트리거를 쏴 맞춰 터트려, 그녀의 발걸음을 늦춘다. 자, 심호흡이다. 심호흡. 숨을 쉴때마다 몸의 고통은 줄어들고, 몸의 제어가 돌아온다. '기'를 습득했을 때 나도 모르게 습득한 기술로, 호흡으로 몸의 생명 에너지를 활성화 시켜 회복 속도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기존에도 마력을 호흡으로 회복했었기 때문에, 사실상 '호흡'이라는 행위가 업그레이드 된 것.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기' 이외의 다른 기술들은 일시적으로 쓰지 못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플랑의 능력을 고려하면, 죽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만.

 

"켈록켈록... 놀랐어~ 설마 눈이 부서지고도 살아서 움직일 줄이야!"

"살아서 움직일 줄이야~ 같은 소리하고 있네. 좆같은년..."

 

그보다 좀 곤란하게 됐는걸. 안그래도 싸워서 이기기 힘든 플랑인데, 이쪽은 능력을 거의 다 봉인당했고, 저쪽은 도리어 이성이 돌아왔다. 그나저나, 분명 검은 기운을 제거했을텐데 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거지? 아까전에 슬쩍 봤을 때, 그녀의 모습은 루미아나 치르노처럼 성장한 모습이었다. 복장도 새빨간 드레스로 바뀌어 있었지... 검은 기운은 옷도 바꾸어주는걸까.

어느쪽이던 저쪽은 아직 내게 적대적이다. 지금 상태에서 플랑을 이기려면....

 

"'그거'를 써볼까."

 

설마 이딴걸 쓰겠어? 라고 생각해서 지하 입구에 버려둔 '그것'을 떠올려본다. 내부 구조 같은건 잘 몰라서 대충 아는대로 만들어놔 아마 한발밖에 쓰지 못할, 조악한 모조품이지만... 하지만 맞추기만 한다면...? 어짜피 여기서 할 수 있는건 없다. 아까전의 '눈'의 공격으로 마법으로 설치해둔 모든 함정이 망가져버렸으니. 입구쪽엔 그나마 물리 공격 쪽 트랩이 남아 있으니 발 정도는 늦출 수 있겠지.

 

"크으으으~ 씨발! 달릴 때마다 몸이!"

 

마치 쥐가 났던 발로 움직였을때처럼, 발을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든다. 차라리 쥐가 난 것이면 다행이지만, 이 통증은 체내의 '부서진 마력회로' 끼리 부딪치면서 내는 것인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고통과는 별개로 몸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일까. 왠만하면 잠시 어디서 쉬면서 부서진 회로가 다시 수복되는걸 기다리고 싶긴 한데...

 

- 콰아아아앙!!

 

"어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는거야~?"

"씨발."

 

플랑의 느긋한, 하지만 살의로 가득찬 목소리가 휴식이라는 선택지를 찢어발긴다. 그 화려한 붉은 드레스와는 반대로, 격한 움직임으로 내게 달려오는 플랑. 솔직히 존나 무섭다. 내가 귀파주던 떄로 돌아가주면 안될까.

 

"슬슬 출구가...!"

"아하하하! 더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붙잡힐 거라구!"

"아니 씨벌 존나 빠르네."

 

이쪽은 온몸의 격통을 참아가면서 전력질주 하고 있는데, 이걸 쳐 쪼개면서 따라붙어? 좀 많이 빡치는데? 아니,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존나 열받네? 좃같아서 저 히죽거리는 면상에 죽빵이라도 한방 갈기고 싶은 기분인걸.

...안할 이유는 없겠군.

 

"이--- 씨발련아!"

"웁!?"

 

- 빠아아아악!! 쿠우웅!!

 

기를 이용하여 이동방향과 속도를 그대로 반전, 그 기세를 몰아 플랑의 안면에 정권을 꽂아 날려버린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위력은 강했는지, 플랑은 그대로 벽에 세게 부딪친다. 의외의 기습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통했군. 지하 입구는 저 모퉁이를 돌면 바로 앞에 있다. 아까의 손맛으로 보건데,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수단' 이라면 어느정도 먹힐 수 도 있을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큰 빈틈을 만들어 줄 수 있겠지. 문제는 어떻게 맞추냐...인데.

 

"찾았다."

 

지하 입구로 향하는 계단. 그리고 그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최후의 수단'. 몇걸음만 가면 바로 손에 들어올 수 있는 그 순간.

 

- 푸우우욱!!!

 

"으익!?"

"잡 았 다~"

 

왼쪽 종아리에 느껴지는 고통. 내려다보니, 새까만 긴 막대기가 종아리를 관통하여 그대로 땅에 박혀 있었다. 젠장, 고정 당했다! 억지로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이 고통...! 보통 막대기가 아닌지, 종아리로부터 극심한 고통이 밀려온다. 벗어나려면 종아리가 찢겨나가는걸 감수해야하지만... 지금도 이정도의 고통이다. 다리가 찢겨나가는 그 고통에 내 정신이 버틸 수 있을까? 씨바, 진짜 몇걸음 안남았는데...!

 

"잘도 레이디의 얼굴에 주먹질을 했겠다? 이번에야말로 너의 '눈'을 완전히 형태도 없이 박살내버리겠어."

"ㅈ됐노 씨발."

 

그래, 맞아. 아직 '기'는 쓸 수 있지. 몸에서 사출 시키지는 못하지만, 기를 땅에 퍼트려서 저 '최후의 수단'을 튕겨내는건 가능해. 하지만 과연, 내 '눈'이 작살나기전에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을까가 아니지. 해야한다!

 

"크으으윽!!"

"아하하~? 뭘 하려는진 몰라도, 늦었어! 자, 이걸로 네 '눈'을...!"

 

손바닥을 펼쳐 의기양양한 태도로 선언하려는 플랑도르. 하지만, 그녀의 말은 어째선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걸로 틈이 생겼다!

 

- 티잉! 철컥!

 

"너... 어째서 '눈'이 보이지 않는거야?"

"알빠노 씨발. 뒤져!"

 

의아해하는 플랑도르를 일축하며, 기로 튕겨 내 가까스로 손에 들 수 있었던 '최후의 수단'을 그녀의 흉부를 향해 겨냥한다. 중량 16kg, 전장 39cm. 13mm 탄에 탄두는 은. 어디까지나 어느 신부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총의 레플리카.

굳이 이름 붙이자면, '자칼 레플리카 프로토타입'.

 

- 쿠우우우우웅!!!

 

마치 대포라도 쏜 듯한 거대한 소리가 지하 가득 울려퍼지고, 손에 들려 있던 총은 슬라이드부터 시작해서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나, 재발사가 불가능 한 수준으로 망가져버린다. 반동도 엄청났지만, 쏘기전에 팔에 기를 두른 덕인지, 꼴사납게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팔이 저리긴 하지만.

그리고 플랑의 가슴팍엔, 사람 얼굴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우야 씹. 파괴력 장난 아니네. 모조품의 프로토타입인데도 이 화력이라니. 좀 더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보통 총 정도의 내구도 정도까진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파괴력 보니까 실용화 마렵긴 하네.

 

"아..."

 

- 풀썩!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린채,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지는 플랑도르. 그런 그녀의 몸에선, 다시금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마계신의 머리장식은 놓치지 않는다.

 

- 삐융!

 

마계신의 머리장식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섬광은 순식간에 검은 기운을 소멸시킨다. 그리고, 플랑의 몸과 복장은 이전에 내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휴... 솔직히 이번 '검은 기운'은 여태까지랑은 변칙적이라, 이런식으로 재생이 진행되지 않을까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좀 안심이 되는군.

 

"에고야 씨발. 디지겠다 진짜. 후우..."

 

털썩, 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 한숨을 크게 내쉬어본다. 솔직히 이번에는 진짜로 뒤지는거 아닌가 좀 쫄리긴 했는데, 어떻게든 됐구만. 아까전에 플랑이 내 '눈'을 한번 더 박살냈다면, 이번에야 말로 빼도박도 못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다만... 마지막에 플랑이 말한게 있었지. '눈이 보이지 않는다' 라고...

일전의 '적응 능력'이 역할을 수행한 것일까? 으음... 여전히 내 능력에 대해선 수수께끼가 많군. 정확한 효과를 알기 위해선 아무래도 이 힘을 부여했을 녀석 본인한테 물어보는게 최선이겠지?...근데 생각해보면, 걔는 일단은 그 세계의 '창조신' 이잖어.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인걸까? 마계에서의 하나님 같은거 아녀. 마계에 간다 한들...

 

"하아... 씹!"

 

- 푸우욱! 땡그렁!

 

아까전에 플랑이 던졌던 철봉 같은 무언가를 발에서 뽑아 아무렇게나 던진다. 이제보니까 저거, 플랑이 사용하는 무기잖아? 어쩐지 겁나 아프더라니.

 

"하아... 좀만 쉬다가 가자."

 

잠시 쉬는 동안에, 몸 상태를 점검해보자. 아까까지 플랑의 무기가 박혀 있었던 왼쪽 종아리는 더디긴 하지만 순조롭게 회복중. 저 무기 자체에 회복을 저하 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력회로도 어떻게든 수복은 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여전히 '마력'을 사용한 무언가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기가 있으니 전투 속행은 가능하겠지만, 공중을 날지 못하고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은 좀 문제가 있다. 조금만 더 회복하면 기를 탄환처럼 발사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사거리는 짧을테지. 그나마 원거리 무기라고는 아까 만들어둔 예비용 권총 1정에, 탄은 3탄창 정도인가. 금부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탄의 보충도 불가능하고, 총이 망가지면 수복도 안된다. 탄창은 한 탄창에 17발에... 으음. 은 탄두니까 일단 맞출 수만 있어면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을거 같긴 한데. 애시당초에 거리를 못좁힐 것 같단 말이지.

 

"에휴 씨발."

 

생각해보니 마지막 남은 상대인 레밀리아는 '운명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정확하게 어떤 능력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어떻게 강화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자신은 총을 맞지 않는 운명' 을 세팅해 놓는다면 진짜로 절망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 내게 '레밀리아의 모든 공격을 반드시 맞을 운명'이 세팅되면 솔직히 좀... 답이 없겠는걸. 아니 씨발. 그 검은 기운은 뭐길래 이전부터 사람 인생을 좃같게 만드는거람. 게다가 정체도 불분명하고.

대체 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짓 하고 있나 모르겠네. 그냥 레이무가 부활하는거나 기다릴껄 그랬나? 애시당초 이거 내 일도 아니었는데...

 

"으으..."

"깼냐."

 

생각보다 빠르게 정신을 차리는 플랑.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반가운듯 베시시 미소 짓는다. 아, 귀여워.

 

"그때의 그 인간이네? 홍마관, 돌아 왔었구나?"

"사쿠야도 그렇고, 어떻게 한눈에 알아보는거야? 나는 아직도 위화감 때문에 거울을 거의 못보는구만..."

"오래 살다보면 그정도는 보이게 돼... 그나저나, 나 왜 여기서 자고 있었던거야?"

"기억 안나?"

"응. 분명 사쿠야가 방에 찾아온 것 까진 기억 나는데...."

 

아무래도 사쿠야가 그녀를 봉인하기 직전까지는 기억을 하는 모양이다. 검은 기운에 잠식되고 나면 그 동안의 기억은 잃는건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난 플랑은, 주저 앉아 있는 내 옆에 달라붙어 앉는다. 솔직히 아까전에 쳐맞던거 생각해보면 살짝 쫄리긴 하는데...

 

"미안. 거짓말이야."

"뭐?"

"사실 기억하고 있었어. 네 '눈'을 망가뜨리던 때부터."

"말의 뉘앙스를 들으니 자신의 의사는 아니었던 것처럼 들리는데."

"...무서웠어. 마치 남의 몸에 내가 갇힌 기분. 분명 내 목소리, 내 몸이었을텐데..."

 

살짝 떨리는 플랑의 어깨. 아무래도 두번째 각성 때 의식은 되돌아 왔었던 모양이다. 음... 의식이 살아 있는채로 몸의 의지를 뺏기는 경험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무슨 최면물 동인지도 아니고 말이야.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 거기에 아무도 안죽었으니, 최고 아니겠어?"

"하지만... 네 '눈', 이렇게나 엉망진창인데..."

 

하며, 손바닥을 펼쳐보이는 플랑. 그런 그녀의 손바닥 위에, 금빛으로 빛나는 테니스공 정도 크기의 구체가 나타났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내 존재의 본질. 플랑이 '눈'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였다.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무언가 테이프 같은게 감겨 있다. 마치 응급처치라도 한듯한...

 

"이게 '눈'인가... 아무리 그래도 내 본질을 이렇게 물체로 보는건 묘한 기분이네."

"어!? '눈'이 보이는거야?!"

"어? 보이면 안되는거야?"

"언니한테도 몇번이고 보여줬는데, 안보인다고... 사쿠야나 다른 애들도 그랬구."

"그, 그래?"

 

짐작가는데는 있다. '적응 능력'. 플랑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능력'을 한번 먹어서, 거기에 적응해 버린 것이 아닐까. 으음, 그나저나 이거... 잘 보니까 구체라기 보단 무슨 글자의 뭉치 같기도 하고... 음...?

 

"잠깐만 그대로 있어봐."

"어? 어?"

 

당황하는 플랑은 잠깐 내버려두고, 손을 뻗어 나의 '눈'에 손대본다. 마치 내가 내 몸을 만진듯한 감각. 묘한 기분이로군. 어디보자... 글자 뭉치라기 보단, 무슨 종이를 몇겹이고 뭉쳐서 구체로 만든 느낌이구나. 이거 풀면 좆되는걸까? 솔직히 좀 궁금하긴 한데.

음... 왠지 괜찮을 것 같아. 해보자.

 

"에잇."

"!?!?!?!"

 

'눈'을 구성하던 종이(?)를 한장 떼어낸다. 거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열이 마구잡이로 나열되어 있었다. 마치 억지로 컨버팅 당한 문자를 보는 느낌. 혹시나 포멧을 다르게 한다면 보일까? 라고 생각한 찰나.

 

"어?"

 

마구잡이로 나열 되어 있던 문자열은, 내가 볼 수 있는 형태의 문장... 아니, 수치로써 변경되었다. 이건... 내 몸의 일부의 수치다. 왼쪽 종아리의 정보...인가? 근육의 어느 부분이 파열되어 있는지, 뼈에 금이 어느정도 가 있는지 등의 정보가 수치로써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거..."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떠올린 순간, 내 손은 '눈'을 빠르게 해체시키고 있었다. 갈라진 부분이 있으니 거긴 조심하면서.

 

"어?! 어어어어?!"

 

이 작은 구체를 얼마나 응축시킨걸까. '눈'은 줄어들 기세가 없고, 종이(?)는 한도 끝도 없이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군. 우선 있는 '종이'를 이어 모아, 하나의 페이지로 만든다. 그리고 종이의 문자열을 마치 타블렛 PC를 조작하듯 옆으로 밀어내 종이에 공간을 만들어낸 뒤,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일단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변수를 만들고... 데이터 참조는 감으로 한다. 어짜피 내 몸이다. 원하는 정보는 알아서 불러오겠지. GUI 인터페이스는 얼추 RPG 느낌으로 하면 느낌이 살거 같고... 손으로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만 해도 프로그램이 알아서 짜지는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환경이 '나 자신' 이라서 인걸까. 이거면 금방 하겠군. 5분이면 되겠어.

 

"저, 저기. 뭐 하는거야?"

"어? 아아, '스테이터스 창' 을 만들고 있어."

"스테...?"

"네가 꺼내준 '눈'은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구체로써 뭉친 것이었어. 그리고 본질이라함은, 그 용량의 최대 크기를 알 수 없는 '데이터 덩어리' 였던거지."

"데?이터?"

"응. 근본적으로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치들이 이곳에 전부 기록, 수정되고 있었어. 몸 뿐만이 아니야. 기억, 지식, 경험. 그리고 능력까지. 아마 인격이나 '혼'도. 모든 것이 이 '눈'에 적혀 있었던거야. 뭐... 모두의 '눈'이 이런 형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으응...? 잘 모르겠어."

"그치? 나도 씨바 뭐라 씨부리는지 모르겠다 야. 뭐, 요지는 그거야. 이걸로, 나는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바로바로 알 수 있게 되는거야."

 

게다가 GUI 제작 툴도 따로 작성해둔다. 이거라면, 지금은 만드는 걸 잊어버리더라도 즉석에서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뭐, 지금 만드는 것 만큼 체계적으로 보여주진 않겠지만...

 

"...후우. 이런 느낌이겠지."

 

만들었던 GUI와 스테이터스 프로그램 Ver 0.1(beta)를 갈무리 한 뒤, 필요한 GUI만 표시한다. 거기에는 내 이름과 몸 상태만이 인체 모양으로 가볍게 표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가기 기능을 머리속에 입력하면... 끝. 당장 생각나는건 다 했다.

 

"'눈'이... 사라졌어."

"아, 외부에 간섭을 받지 않도록 방어코드를 심었어. 플랑 네가 마음만 먹으면 뚫을 수는 있겠지만... 뭐, 지금처럼 완전히 무방비인 '눈'의 형태로는 나오진 않을거야."

 

애시당초 그녀의 힘으로는 이젠 내 존재를 한번에 뭉갤 수 있을 수준의 '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아까의 싸움 중 마지막 순간, 그녀가 나의 '눈'을 꺼낼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추측한 대로 '적응 능력' 에 의해서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환경 적응 능력' 인가. 한번 들여다봤는데, 진짜 더할 나위 없는 사기 스킬이었다. 앞으로의 전술의 방침을 크게 바꿀 정도로.

 

"...자, 이제 남은건 레밀리아 뿐인데."

"언니도... 아까 나처럼 되어버린거야?

"그런거 같더라. 지금 니 언니 떄문에 환상향 전체가 붉은 안개로 가득하다구?"

"붉은 안개... 잠깐만, 지금 그 붉은 안개가 펼쳐진지 얼마나 된거야?"

"어? 글쎄. 아침 시간에 레이무랑 티키타카 하다가 안개가 퍼지는걸 봤으니까... 잠깐만, 지금 몇시야?"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본다. 오후 7시 20분인가. 점심도 못먹었는데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야? 안먹어도 되지만... 붉은 안개가 퍼진지... 얼추 10시간 쯤인가? 9시쯤에 레이무랑 만났으니까.

 

"대충 10시간 정도?"

"분명, 언니한테 들은 적이 있어. '내가 제대로 환상향을 먹어치우겠다고 생각하면 반나절이면 된다' 라고."

"혹시 언니가 중2병을 앓고 있니?"

"중2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한 말은 허세가 아니야. 언니의 안개는,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만에 안개 속의 모든 생명을 빨아들일 수 있어."

"뭐?"

"직접 보여줬는걸. 식량 상대로."

"...좀 싫은 이야기를 들어버렸군."

 

어렴풋이 위험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은 했지만... 거기다가 레밀리아가 검은 기운에 의해 강화되었다면, 이미 때가 늦은게 아닐까...  아니지, 그런 부정적인 시각은 지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건 정보.

 

- 아이리! 들려?

- 마스터? 어디서 말씀을 하고 계신거에요?

- 일종의 원거리 통신이야. 아무래도 너한테는 생각만 하는걸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양이더라.

- 지, 진짜요?

- 나도 능력 뒤져보다가 처음 알았어. 하여간, 레이무의 상태는 어때? 그리고 환상향 전반적인 상황도.

- 레이무는 3시간 전쯤에 치료가 끝나서, 지금은 쉬는 중이에요.

- 치료라고? 상태가 많이 안좋았나보네.

- 들이마신 안개가 폐에 들러붙는 바람에... 그리고, 야쿠모 유카리가 10분 전에 공유해준 내용을 공유해 드릴께요.

 

하쿠레이 신사 특파원(?) 아이리의 말에 따르면, 환상향 전역에 퍼져 있던 붉은 안개는 여전히 환상향 전체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안전지대'도 설치된 상태라고. 현재로썬 [인간 마을], [영원정], 그리고 [요괴의 산 전역] 이 안전지대라는 모양이다. 인간 마을은 유카리가, 영원정은 야고코로 에이린이, 그리고 요괴의 산은 천구들에 의해 안개를 막아내고 있다는 듯.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수많은 생명이 빼앗길거라고.

 

- 환상향 자체가 무너지진 않겠지만, 타격이 클거에요. 타임 리미트는... 1시간이라고, 전달 받았습니다.

- 오케. 너도 이쪽으로 돌아와. 같이 싸워야겠어. 너라면 안개는 문제 없지?

- 물론이죠. 금방 갈께요.

 

...좋아. 아이리한테도 복귀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 50분 안에 결착을 지어야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몬헌 같네.

 

"그럼 빨랑빨랑 해치워 볼까. 넌 어떻게 할래?"

".......도우려고 해도, 지금으로썬 발목만 잡을 것 같으니 여기서 쉴께."

"흠. 그러시던가."

 

그녀의 표정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검은 기운에 잠식 되어 있었던 영향일까. 내심 도와줬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언니를 때리게 두진 않겠어' 라면서 막아서는 것 보단 훨씬 낫다. 그때, 그녀가 '아, 맞다'. 라고 말하며 내게 무언가를 건낸다.

...아까 내 왼쪽 종아리를 관통한 무기였다.

 

"이거라면 언니의 공격 정도는 몇번 막을 수 있을거야. 들고 가."

"그, 그려. 근데 이거 뭘로 만든거야? 금속? 같은데."

"내 뼈. 파츄리가 가공해준거야."

"보기와는 달리 통뼈시구만."

"그치-"

 

흡혈귀의 뼈는 가공하면 이런 금속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건가... 쓸데없는 지식이 늘었군.

 

"고맙다. 그럼 다녀올께."

"언니를... 부탁할께."

"오냐."

 

그 말을 뒤로 곧바로 정신을 잃은 플랑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지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내 전공은 게임 제작. 그 중에서도 프로그래머 쪽에 치우쳐 있는 쪽이다. 원래부터 동방Project의 창시자인 ZUN을 동경하여 게임 개발에 몸을 담그려고 했었지만... 뭐, 여러 문제가 있어서 취직을 못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것이, '남과 합을 못 맞춘다' 라는 부분. 물론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평범한 부분에선 문제가 크게 없었다. 문제는, 업무적인 부분... 그러니까, 프로그래밍 파트. 스스로도 제어가 안될 정도로, 프로그래밍 과정에 있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기준을 맞추는 일을 정말 극단적으로 못했다.

이게 정말로 치명적인게, 내가 못맞춘다면 다른 팀원이 내게 맞춰줘야 프로그램이 성립이 되는 형태가 되는데... 때에 따라 비합리적이고, 의견이 갈릴 수 있고, 지나친 확장성을 고려한 스타일의 코딩을, 그것도 신입인 녀석을 중심으로 팀 전체가 따라간다고? 거기에 실력도 확실치 않은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애시당초에 1인 개발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걸지도.

 

이렇다보니 안그래도 취직이 어려운 상태인데, 상황이 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집안 사정이 좀 급격하게 기울었던 바람에, 더 이상 하나의 길만을 관철할 수는 없어졌던 것. 그래서 그나마 연관된 일자리 여러군데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하다가... 이쪽으로 날아오게 된 것이었다.

 

왜 이런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했느냐. 당연히 이 스테이터스 창을 만드는데 든 속도에 대한 정당성을 어필하기 위해서지. 애시당초 '내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만 있으면 어떻게 써도 코드로써 성립 되는' 형태였다. 거기에 머리속엔 게임 개발을 위해 조사했던 레퍼런스가 한가득.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이었어도 가능했으리라.

 

...뭐, 각설하고. 홍마관, 정문 인근.

 

아까 내가 벌인 파괴의 흔적을 바라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치르노의 냉기결계로 막힌 안개가 주위의 빛을 차단하고 있고, 하늘 위 안개 사이로 살짝 뚫린 공간으로부터 붉은 빛을 띈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무슨 크툴루 신화 기반 TRPG에서나 묘사될 법 한 배경인걸.

 

"...우선 치르노부터 만나야겠군."

 

이번 이변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한 개체, 치르노. 그녀가 만든 냉기의 결계가 없었다면 홍마관 내부에 있던 사쿠야나 마스터는 생존하지 못했으리라. 레이무까지 공격했던걸 보면, 제법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보였으니까.

거기다 저 결계가 저 많은 붉은 안개의 입자들의 진입까지 막고 있다.  솔직히 저것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레밀리아에게 흡수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파워업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레밀리아와의 싸움이 끝날때까지, 치르노는 최대한 은엄폐를 하도록 부탁할 필요가 있다. 치르노가 쓰러지면, 당연하지만 이 결계는 사라질테니까.

 

그 때.

 

- 펄럭!

 

거의 무음이나 다름 없었기에 들려온 작은 날갯짓 소리. 그리고, 그 직후에 느껴지는 강렬한 '안 좋은 예감'.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위험하다. 이건...

 

"잠깐 잠든 사이에 재밌는 짓을 해주었구나, 잔챙이가."

 

- 피이이잉!!!

 

형언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소리를 듣자마자, 내 몸은 전속력으로 홍마관 내부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솨아아아아아...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요괴의 호수의 물이 크게 솟아오른다. 폭발의 여파는 당연히 이쪽까지 도달했지만, 그 충격파는 어째선지 건물, 그리고 건물에 뚫어놨던 구멍으로 도망쳐 들어온 내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솟아올랐던 물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동안, 그 엄청난 파괴력에 내심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솔직히,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호수의 물을 통째로 증발 시켜버리는게 어디 있냐고. 그것도 한방에. 좀 너무한거 아냐?

 

"하아... 씨발..."

 

이젠 입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건물 밖으로 나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치르노의 냉기의 결계가 사르르 사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의 일격으로 나가떨어진 모양이구만. 으음, 요정은 죽지 않는다지만, 아까의 그 공격으로도 안 죽는걸까. 좀 걱정되긴 하는데...

...아니지. 지금은 내 걱정을 먼저해야겠지. 저걸 던진 년을 상대해야하니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붉은 달을 등지고, 붉은 안개는 그것의 등 뒤로 흡수된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날개를 펼친 무언가.

 

스칼렛 데빌, 영원히 어린 흡혈귀. 레밀리아 스칼렛

 

하지만 의아하군. 저정도 충격파면 건물이 멀쩡할리가 없을텐데. 심지어 내가 구멍까지 뚫어 놓은 상태라, 개박살이 나야 정상일거 같은데... 마법으로 지켜지고 있나? 아니면... 이것도 레밀리아의 능력에 의한걸까. 그런거라면, 이 지형적 이점(?)을 살려야겠지.

 

"보자... 적당한 짱돌이..."

 

벽을 박살 내고 난 잔해에서 적당한 돌을 몇개 골라내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쥐고, 저택 안을 달려 건물 실내에서 최대한 높은 위치로 이동한다. 뭐, 기껏해봐야 3층 정도지만. 그리고, 최대한 레밀리아가 보이는 위치로 이동한다. 제법 높은 위치에 있어서 위치 선정이 좀 쉽진 않은데... 다행히 어떻게든 각이 나오는군.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있지."

 

창문을 연 뒤 오른손에 짱돌을 들고 온몸의 힘을 오른팔에 집중 시킨다. 중요한것은 테크닉이 아니다. 상대를 맞추는 '이미지'. 그 이미지만이 확실하다면, 몸은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내 몸은 그렇게 설계 되어 있는 모양이니까. 노리는 것은, 심장. 앵간하면 이 한방에 모든걸 끝낼 거라는 생각으로!

 

"뒤져!"

 

- 파아아앙!! 퍼어어어억!!!

 

공기가 터지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쏘아진 짱돌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그대로 레밀리아의 왼쪽 가슴에 적중한다. 하지만, 돌은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그녀의 그 붉은 눈동자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이쪽을 봐주었구나?

그리고, 그녀는 마치 붉은 총탄이 된듯 이쪽으로... 씨발 직진해오잖아!?

 

"효과가 좀 너무 좋았는걸."

- 쨍그랑!!

 

창문을 통해 날아들어오는 레밀리아. 그 충격으로 복도 전체의 유리창이 깨지고 말았지만, 내 집 아니니 알바는 아니고. 나는 침착하게 보조용으로 남겨두었던 권총을 그녀에게 겨누고 있었다. 들어온 직후인 지금이라면 맞출 수 있을터!

 

- 탕!탕!탕!

 

양쪽 가슴에 한방, 머리에 한방씩 쏘는 모잠비크 사격법으로 그녀에게 총격을 가한다. 플랑에게도 은탄이 먹히는 것은 확인 된 상태. 맞추기만 한다면...!

 

- 파바박!

"뭐여 씨벌?"

 

하지만, 총알은 그녀의 앞에서 갑자기 부자연스러운 궤도로 방향을 틀어, 뒤쪽의 벽에 박힌다. 뭐지? 섹23스 피스톨즈인가?

 

"에잇."

 

- 탕! 팍!

 

시험삼아 한발 더 쏴봤지만, 총알은 또 이상한 방향으로 궤도를 틀어 벽에 박히고 만다. 이거... 아무래도 레밀리아의 능력인거겠지?

 

"소용없다. 내게 날아드는 공격은 이제 먹히지 않아."

"그럴 '운명'이라 이거겠지?"

"...흥. 파체나 동생에게 들었나보구나. 하지만 이해할 수 없군. 그걸 듣고도 내 앞에 섰단 말이냐?"

"뭘. 모기새끼 하나가 신기한 능력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다고 생각해서 말야."

 

사실 존나 쫄리고 있지만. 예상이야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운명을 조종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액티브한 능력은 아니었던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것도 검은 기운의 영향인가?

 

"하. 모기라. 제법 허세를 부릴줄 아는 아녀자로군. 하지만 괜찮은가? 지금부터 그 '모기'의 손에 죽을텐데?"

"뭐여 씨벌. 일본뇌염모기였어? 안물리게 조심해야겠네잉."

"...하나하나 열받게 하는 말투로군."

"빡치라고 하는 말이니까. 잘 먹히고 있는 모양이라 기쁘네."

 

등에 대충 메달아뒀던 플랑의 검을 손에 쥔다.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촉... 소드마스터 우이로 돌아갈 때로군. 소드마스터였던 적은 없지만.

 

"일단은 물어볼께. 네가 환상향 전역에서 모으고 있는 저 생명 에너지. 저걸로 뭘 할 생각이야?"

"대답해줄 이유는?"

"없지."

 

어깨를 으쓱여보이고, 레밀리아를 향해 돌진한다. 그러자, 허공에서 수많은 붉은빛의 쇠사슬이 튀어나와 내 몸을 얽매려고한다. 그 수는, 피할 수 없는 수준. 물론, 어디까지나 지금의 속도로는 말이지만.

 

"축지."

"!?"

 

메이린이 썼던 기술, 축지를 이용하여 한순간에 레밀리아와의 거리를 좁힌다.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보이지만, 그녀의 몸은 누구보다 빠르게 나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충 예상 했다 이거야.

 

"흡!"

 

레밀리아를 향해 플랑의 검을 던진다. 검의 궤도는 레밀리아의 심장으로의 직격 코스. 하지만 이렇게 던지는 칼조차 투사체 판정인지, 칼은 궤도를 틀어 레밀리아의 겨드랑이 아래를 스쳐지나가 바닥에 꽂힌다.

 

"머리가 나쁜 인간이로군."

"판단이 좀 이른걸."

 

플랑의 검과 내 오른손 사이에는 신축과 고정의 기를 부여해두었다. 그리고, 이렇게 오른손의 고정의 기를 해제하면?

 

- 슈우우욱!

 

"?!"

"그런 모기새끼! 수정해주겠어!"

 

- 빠아아아악!

 

검을 향해 몸이 고속으로 당겨지며, 순식간에 레밀리아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레밀리아의 안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를 갈겨준다. 수정펀치! 수정펀치!

 

- 쿠우우웅!!

 

안면에 주먹을 정빵으로 맞아버린 레밀리아는, 그대로 바닥에 부딪쳐 튕겨 나온다. 오? 이거 공중콤보 각인데?

 

- 촤라라락!!

 

하지만 그때, 붉은 쇠사슬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아니 이걸 공중 가드를 박네. 존나 치사한 새끼... 하지만 레밀리아를 안으로 끌고 들어온건 정답이었을지도. 큰 기술로 압도하려 들지 않는걸 보면, 홍마관을 망가뜨리고 싶어 하진 않는 모양이다.

 

- 피이이잉!!

 

들려오는 굉음. 마치 허물이 벗겨지듯 스르륵 풀려가는 쇠사슬 속에서, 거대한 붉은 창을 손바닥 위에 얹고 있는 레밀리아가 나타났다. 어... 생각했던거랑은 좀 다른데.

 

"궁그닐."

"씨발."

 

금방이라도 쏘아질듯한 붉은 창. 이쪽은 축지와 신축을 이용한 이동을 동시에 하는 바람에 저걸 피할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힘든 상황인데...! 마력이라도 회복 되었으면 어떻게든 됐을거 같다만. 어찌됐던, 직격은 피할 수 없나...!

 

- 마스터! 충격에 대비해주세요!

- 으잉??

 

"번개여!!!!"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 천장을 뚫고 내려친 붉은 번개가 그대로 레밀리아를 삼킨다. 그 충격으로 내 몸이 날아가긴 했지만, 저거에 말려든 것 보단 훨씬 낫다. 그보다, 이건...!

 

"아이리!"

"늦어서 죄송해요, 마스터!"

 

창문 밖에서 내게 손을 흔드는 붉은 머리의 소녀, 아이리였다. 그러고보니 합류하라고 이야기 했었지. 생각보다 빨리 왔는걸.

 

"일단 거기서 나와주세요! 곧 더 많이 내려칠거에요!"

"씨부럴."

 

프렌들리 파이어는 좀 에바지. 일단 급하게 창문을 통해 홍마관에서 나와, 정원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내가 나가길 기다렸다는 듯.

 

- 쿠르르르... 쾅!!!콰과광!!!콰아아아아앙!!!

 

마치 천지를 찢어놓으려는 듯한 기세로 붉은 번개가 내리쳐져, 레밀리아가 있던 곳을 몇번이고 부숴버린다. 이게... 아이리의 힘이라고? 존나 쌘데?

 

"흐에에에에..."

"?!"

 

갑자기 힘이 쫙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아이리가 공중에서 그대로 낙하하고 있었다. 

 

"어이쿠, 씨발... 뭐야? 왜 그래 갑자기?"

"히...힘이 다해서..."

"...뭐? 설마 아까전의 공격..."

"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을 썼어요. 그래서 힘을 완전히..."

"......"

 

확실히, 위력은 대단했으니 이렇게 되는 것도 이해가 안가진 않는데... 설마, 어디 사는 멍청한 마법사처럼 이 한 스킬밖에 못쓴다거나 하진 않겠지?...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조...조금... 쉴께요."

"그려."

 

- 슈우우욱...

 

아이리의 모습이 마치 안개처럼 사라지고, 내 품속에는 그녀의 본체인 내 캠핑용 나이프만 덩그러니 남았다. 손에 쥐어보니, 여전히 아이리가 있는게 느껴진다... 음, 잠깐. 아이리를 쥔 손으로부터, 마력회로가...?

 

"오, 오오..."

 

작살났던 마력회로가,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왜? 아이리를 손에 쥐어서인가? 이유는 당장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걸로 마법을 다시 쓸 수 있다. 그럼... 다시 재정비할 시간이로군. 아직도 모이고 있는 저 붉은 안개를 보아하니, 아까전의 뇌격으로 레밀리아를 쓰러뜨리진 못한 모양이니까.

 

일단 금부를 사용해 금속 쉬스를 만들어 아이리를 허리춤에 고정한다. 괜히 전투에 바로 썼다가, 쉬고 있는 아이리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까. 주무기는 아까 플랑에게서 받은 플랑의 검으로 충분하다. 원거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걸 알았으니, 결국 근접 공격이 주가 되겠지. 최대한 보조를 위한 은제 무기를 많이 만들어놔야...

 

- 콰아아아아앙!!!

 

"생각보다 빠른데."

 

잔해로부터 쏘아져 나온 붉은 구체. 그 중심엔 당연히 레밀리아가 있었다. 아까보다 표정이 좀 굳어 있는걸 보니, 적잖이 빡친 모양인걸. 그나저나, 아까전의 그 뇌격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은거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까? 흡혈귀 답게 심장에 말뚝이라도 박아야하나? 혹시 모르니까 만들어놔야지.

 

"방해하지마라...!"

"무리한 요구를 말씀하시는구만."

 

하늘을 가득 메우는, 사람 팔뚝만한 붉은 창. 아니, 형태를 보니 바늘인가? 그것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젠 진짜 앞뒤 가리지 않으려는지, 그 궤도에 끝에는 홍마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곤란한데. 궤도 상에는 사쿠야와 메이린이 자고 있는 방도 포함되어 있다. 제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 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 절망하는 그녀의 모습도 아주 조금은 보고 싶긴 하지만... 사쿠야에게는 빚이 있다. 어쩔 수 없지.

 

"뇌부."

 

아이리를 손에 쥐고 이미지한다. 그녀가 보여준 붉은 번개. 그리고 번개로 닿은 대상을 폭발시키는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의 연쇄. 아이리와의 종속관계를 통해, 그녀의 번개를 일부 빌릴 수 있게 된 모양이니, 잘 써먹어보도록 할까.

 

"인펄사의 부서진 마음."

 

- 퍼버버버버벙!!!

 

칼 끝에서 발사된 붉은 번개가 레밀리아가 만들어낸 바늘 하나에 닿아, 폭발을 일으키며 소멸한다. 그리고 그 폭발에 휘말린 바늘도 폭발을 일으키고... 연쇄 작용으로, 레밀리아의 바늘은 모두 폭파되었다. 연쇄폭발이라. 이것도 로망이지.

 

"뭣이...!?"

"자기 집 째로 박살내려고 하다니. 뭔 생각이냐?"

"...어짜피 이게 성공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

"어이쿠 시발."

 

아까 전의 쇠사슬이 몇십가닥이 되어 내게 쇄도해온다. 그 끝에 달린 날은 크고 아름다워서, 몸 어디를 찌른다 해도 반으로 절단 당하겠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끝만 조심하면 파괴력은 거의 없는 셈.

 

"이럴떈 오히려 돌진이지."

"!"

"어금니 꽉 깨물어라잉?"

 

기를 이용하여 빠르게 도약하고, 비행 마법을 통해 이를 가속. 순식간에 레밀리아의 눈 앞까지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턱을 향해 수정 펀치!

 

- 빠아아아악!!

 

"큭!?"

"어따, 시원하게 박혔네. 그럼 한방 더!"

 

턱을 정통으로 맞은 탓인지 살짝 흔들린 레밀리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안면에 좌우로 훅을 갈겨준 뒤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던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거리가 어느정도 벌어진 시점에서 그녀의 몸에 아까전처럼 붉은 쇠사슬이 감싸지더니, 쇠사슬을 뚫고 나온 레밀리아가 자세를 되잡고 내게 달려든다. 제법 터프하신걸. 하지만, 예상한 바이다.

 

"나는 네게 '원거리 투사체'를 맞추지 못하는 운명인 모양이더라."

"!"

 

내게 달려들던 레밀리아는 보았을 것이다.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수십개의 은빛 구체를.

 

"그럼 빔은 어떨까?"

 

- 삐융! 쿠구구구구구구...!!!

 

월부[엔드 오브 더 문라이트], 30발. 30개의 구체가 발사한 빔은 레밀리아를 중심으로 교차해, 지면에 닿아 작은 크레이터를 만들고 있었다. 빔은 굴절되지 않았다. 보아하니, 빔은 맞을 운명이었나보네. 치트를 칠거면 상황 설정을 좀 잘해놨어야지. 쯧쯧.

...근데 가만 있어봐. 이거 월부... 아냐? 레밀리아는 흡혈귀인데, 이거 먹히는거 맞아?

 

- 파아아아아아앙! 후두두두둑!!!

 

"으악 씨발 안먹히네!"

 

순간, 빔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붉은 폭발이 일어나더니 그 중심으로부터 엄청난 수의 파편이 쏟아져 나온다. 가까스로 피해보지만, 파편이 팔다리에 박히는건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박힌 파편으로부터, 뭔가가 빠져나오는 이 느낌은...!

 

"애미 씨발. 좆같은 모기새끼!"

 

체내의 재생력을 최대한으로 올리는것과 동시에, 몸 표면에 화부로 불을 붙인다. 마력회로가 정상화되어 고통은 없지만, 생살 타는 냄새는 확실히 느껴진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몸에 있던 마력의 1할이 빨려 나갔다. 아마 그녀가 흩뿌린 파편은 하늘위에 떠 있는 저 붉은 안개와 같은 성분, 즉 레밀리아의 몸의 일부였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판단이 늦었으면, 마력을 죄다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이제 장난은 끝이야."

 

날아올라, 나와 같은 높이로 올라오는 레밀리아.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지?

 

"덕분에 할당량은 달성되었어. 이걸로, 의식을 시작할 수 있겠네."

"...씨발."

 

...뭘 할건지는 몰라도, 당했다. 아까전에 내게서 빼앗은 마력으로, 아무래도 충분한 양의 힘을 얻은 모양이다.

 

"그래... 그렇겠네. 너는 이대로 두면 나를 계속 방해할테지. 그러니, 이렇게 해줄께."

"!?"

 

순간,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 뭘 당했는지도 이해가 안되는데 벌써 수를 썼다고? 대체 무슨...!?

 

"너는 이제 나를 방해할 수 없는 운명이야. 받아들이도록 해."

"지랄났네 시발. 그래서 안 움직이는거냐?"

"이렇게 직접적인 운명 조작은 취미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좀 급해서 말야."

"씨발."

 

진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운명' 이라고 했지? 내가 그녀를 방해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건가? 게다가 운명이라면 내가 심리전을 걸 여지조차 없겠지. 어느쪽이던 내가 그녀를 방해할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운명' 단위로 막아 설테니까. 개사기 능력이잖아?

 

"이걸로... 드디어, 레이무에게 사과 할 수 있겠어."

"?"

"자, 시작하자. 이걸로 과거는 변할거야!"

 

레밀리아가 손을 뻗자, 엄청난 양의 마력이 가시화 되어 폭풍처럼 회오리 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변하게 한다고? '운명을 조종하는 능력'..., 운명이라는건 이미 정해져버린 과거는 바꿀 수 없지. 하지만 레밀리아가 이조차 변할 수 있다면.... 이건 이미 그 다음 단계다. 과연. 그녀가 환상향 전역에서 에너지를 모아온 건 이것 때문이었나...

하지만 뭐지? 이 불길한 예감은. 뭔가가 이상하다. 이 마력의 폭풍... 과거를 변하게 하는 능력이 발휘되려는 것 치곤, 지나치게 불안정하다. 마치, 다른게 간섭하고 있는 것 같은.

 

"...검은 기운?"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올린 그 단어. 하지만 그 단어로, 왠지 모르게 지금의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했다. 여태까지 알 수 없었던 검은 기운의 목적. 만약에 레밀리아가 그 목적의 수단이었다면? 이 과거를 바꾸려는 힘에 간섭해서 '다른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이정도의 에너지라면, 거기에 매개가 레밀리아라면, 솔직히 뭐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는 안되지."

 

여태까지 이렇게 말려들면서 몇번이고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일에 말려들어야 할까? 그냥 붉은 안개고 뭐고 다 내버려둬도 되지 않았을까? 단순한 영웅심리로, 힘이 있기에 행동하려 했던걸까? 정말로?

...아니. 그렇지 않았다. 여태까지 그 답을 머리속에서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 헤메고 있었을 뿐.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나는 환상향이 좋다. 한 맥주 좋아하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이 세상을 좋아한다. 거기에서 좌충우돌 난리를 치는 소녀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코이시.

그녀와는 아직 겨우 친구가 되었을 뿐이다. 좀 더, 아직 좀 더 그녀를 알고 싶다. 평소 취미는 무엇인지, 먹을 것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장소는 어딘지.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산더미만큼 있는 지금, 나를 방해하려는 것을 눈앞에 두고 지나갈 정도로 인내심이 좋지 않다. 그러니까.

 

"방해하지 못하는 운명이라고 했던가?"

 

온몽에 힘을 주자,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팔과 발목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잘보니, 붉은 실이 양손발목에 묶여 있다. 과연, 이게 그 '운명의 붉은 실'인가... 그래. 아무리 신키가 준 '적응 능력' 이라 할지라도, [운명 조작] 같은 비상식적인 능력에 한방에 적응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눈]의 기록에 따르면 내 운명은 이미, 레밀리아에 의해 크게 변성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운명을 바꾸는 능력 따위... 이미 적응했다.

 

"운명은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나가는거다. 망할 흡혈귀."

 

- 쩌저적! 파아앙!

 

운명의 붉은 실에 금이 가더니, 가루가 되어 터져 사라진다. 몸은 움직이고, 붉은 실에 의해 피를 흘리고 있었던 손목과 발목은 깔끔하게 아문다.

 

"뭐...!?"

"일단은 위험한 폭탄부터 제거해볼까."

 

등에 메달아뒀던 플랑의 칼을 쥐고, 폭풍의 중심, 즉 레밀리아의 손바닥 앞에 집중한다. 그러자, 무언가 하얀 구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것이 '눈'. 지금 일어날 현상의 존재 증명. 플랑도르에게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능력'을 한번밖에 맞지 않아 '눈'을 관측할 수는 있되, 직접 간섭할 수는 없다.(내 '눈'은 내꺼라 간섭할 수 있었지만.)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것은, 플랑도르의 뼈를 가공하여 만든 검. 이거라면!

 

"으랏차!"

- 까아아아앙!!!

 

플랑의 칼을 휘둘러 '눈'을 가격하자, 엄청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 솨아아아아...

 

거짓말 같이 주변의 마력 폭풍이 싹 사라지고, 붉은 안개도 소멸한다. 그리고 무슨 원리에선지, 안개에 담겨 있던 생명 에너지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제법 장관인걸. 하지만 아직 안끝났다.

 

"아... 안돼!"

"돼!"

- 꽈아아아앙!!

 

한번 더 플랑의 검을 휘둘러, 이번엔 레밀리아의 머리를 내려친다. 자고로 고장난건 내려치면 고쳐진다고들 하지.

아무래도 효과가 좋았는지, 머리를 맞고 기절해 떨어져 내려가는 레밀리아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려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마계신의 상징은 놓치지 않았다.

 

 

 

 

 

 

 

 

 

 

 

 

 

 

 

 

 

 

 

 

 

 

 

 

 

 

후일담.

 

며칠 후, 하쿠레이 신사.

 

"우으~..."

"......"

 

굉장히 어두운 표정의 레밀리아와, 무심한 표정으로 그 뒤에 서 있는 사쿠야. 그리고 그 맞은 편엔, 짜증을 참고 있는 레이무와 그 뒤에 대충 앉아 있는 나와 아이리가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미 레이무에게 전달한 상태다만, 레밀리아가 아무리 그래도 사과하고 싶다면서 쳐들어온게 지금 상황. 나랑 아이리는 놀러온 김에 개꿀잼 구경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재밌는 구경을 할 줄 알았으면, 코이시도 데려올껄 그랬나. 자고 있길래 두고 왔는데.

 

"뭐라도 말 좀 하지?"

"아우, 그, 그게..."

"......"

 

주인이 곤란해 하고 있음에도, 조용히 그 뒤를 지키는 사쿠야. 그냥 봐선 시종의 귀감이다만, 잘 보면 그 부드러운 시선이 레밀리아의 뒤통수를 향하고 있다. 저거, 곤란해하는 레밀리아가 귀여워서 가만히 놔두고 있는 모양인데...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보여 참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계속 있으면 진행이 너무 더디겠군. 말문을 좀 트게 해볼까.

 

"그러고보니 레이무. 전에 홍마관에 소개장 써준거 고마워."

"하아?... 그러고보니 그랬지. 근데 갑자기 뜬금없이 왜 그래?"

"아니 뭐... 마침 고용주도 앞에 있겠다 싶어서. 거기에 덕분에 이렇게 환골탈태도 했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그렇게 되진 않거든."

 

질린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이무.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믿지 않았지만, 내가 찍어서 현상해준 사진 이야기를 하니까 어떻게든 믿어주었다. 참고로 그때의 사진은 아직 그녀의 방에 걸려 있는 모양.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그런 말을 하고 있자니, 레밀리아의 표정에 변화가 있었다. 저 표정은... 그렇군. 귀신을 본 표정이 저런 느낌일까.

 

"너....너!?"

"거 아가씨. 사람한테 손가락질 하는건 좀 예의가 없지 않아?"

"그때의 그 남자가 너야!?"

"이제야 눈치챘구만. 하긴, 겉모습만 보면 전혀 모르긴 할거야."

 

아직도 거울보면 깜짝깜짝 놀랜다. 슬슬 익숙해질만도 할텐데 말야.

 

"그보다, 사쿠야 너 이야기 안했어? 넌 알고 있었잖아."

"사쿠야?"

"아... 그,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었던 지라."

"끄응..."

 

뭐, 실제로도 경황은 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간, 사쿠야는 플랑에 의해 망가진 몸을 고치기 위해서 영원정에 입원해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낫다니, 영원정은 대체 어떤 치료를 한거야? 솔직히 생활에 영구적인 장애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이었는데.

거기에, 그 때의 전투로 인해 홍마관은 여기저기 파손된 상태다. 복귀 직후에도 사쿠야는 바빴겠지. 레밀리아가 아무말도 못하는건, 아무래도 그런 정황이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쿠야도 한눈에 보고 파악했는데 주인인 그녀가 파악을 못한건 좀 이상하긴 하네. 생각해보면 플랑도 한눈에 알아봤었잖아? 레밀리아, 생각보다 감이 좋지 않은 쪽일까? 아니면 사쿠야랑 플랑이 감이 좋은 편인걸까.

 

"뭐, 붉은 안개로 레이무 너한테 폐 끼친 것도 있겠지만, 내가 죽은줄 알고 사과하려고 했던 거 아냐?"

"그런거야?"

".......(끄덕)"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물벼락 맞은 고양이 같은 행색으로 레이무를 올려다보는 레밀리아.

생각해보면, 이번 홍무이변도 그것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레이무가 맡긴 인간을 죽이게 해버린 것. 그 사실을 없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마음... 거기에 검은 기운이 파고들고 만 것이다. 타이밍이 안좋았던걸까.

 

...아니, 그럴거 같진 않군. 그런걸로 이변이 이렇게 완전히 재현되지 않을거고, 이번 싸움에서 레이무와 마리사가 홍무이변 중 만났던 녀석들이 하나같이 검은 기운의 영향을 받은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은 기운에는 무언가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을 따르는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한 리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게 타당하겠지.

애시당초 검은 기운의 목적은 뭐지? 레밀리아의 '운명을 조작하는 능력'의 그너머, 과거의 운명까지 조작하는 능력을 발휘하면서까지 무엇을 하려고 했던걸까.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걸...

 

"우이!"

"아?"

"몇번이고 불렀는데."

"아, 쏘리. 생각 좀 하느라. 그래서, 무슨 일인데 레이무?"

"...이야기 안들었구나. 이 녀석의 처벌은, 네가 정하라는 이야기였어. 어떻게 할래?"

"음?"

 

귀찮은 듯이 어깨 너머의 레밀리아를 엄지로 가르키며 말하는 레이무. 참고로 그 레밀리아는 마치 벌받는 강아지 마냥 시선을 피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째 좀 불쌍하기도 하고... 아니지, 생각해보면 얘만 아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거 아냐?

...아니, 그것도 아닌가. 내가 그때 죽지 않고 홍마관에서 일한다고 해서, 내가 무사히 살아서 바깥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운명이라는 것은 그런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레밀리아의 능력이라는건 의외로 꽤 애매한 느낌일 수도 있겠군. 그러니까, 실질적인 공헌도로써. 나처럼 운명 조작을 완전히 관측할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진짜 능력이 발동 됐는지 확인할 방도도 없을거고...

 

"어찌됐던 니 몸이 그렇게 된건, 그리고 그 이후에 겪은 일은 얘가 원인인 셈이지. 이번 일의 전적인 피해자인 네가 그녀의 처우를 결정하는거야."

"참고로 대황갓무녀 레이무님께선 어떤걸 생각하셨는지요?"

"뭐야 그거.... 글쎄. 이번 일은 정말로 위험했으니까. 완전히 봉인시킬까 싶기도 해."

"oh..."

 

가차없구만, 레이무. 하긴, 하쿠레이의 무녀로써 이번 일은 쉬이 넘어갈 일은 아닐 것이다. 환상향 전역을 위험에 빠트린 거니까. 생각해보면 그 처우를 내게 정하게 하는 것도 꽤 큰 결심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처우라... 여기서 대충 대답하거나 레이무에게 떠넘기면, 진짜로 레밀리아가 봉인당할지도 모른다. 아니,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사이가 틀어질테니 결국 레밀리아와 레이무가 테에테에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는거지. 그건 인류적인 손실이다.

 

"음... 그럼, 홍마관 프리패스로."

"뭐?"

"에?"

 

의아해하는 레이무와 레밀리아. 아차, 조금 설명이 부족했나.

 

"뭐, 간단하게 말해서 홍마관에 자유롭게 출입하게 해달라는 이야기야. 정확하게는 마법도서관쪽이려나. 마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말이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배우는건 빠른 모양이니, 마법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

...검은 기운이라는게, 이번만 나타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최대한 힘은 키워놔야지.

 

"뭐, 덤으로 거기 애들이랑 노가리도 까고. 시간 되면 업무도 도와줄께. 괜찮지? 사쿠야."

"...나는 아가씨가 정한 일에 따를 뿐이야."

 

라고 말하는 사쿠야였지만, 살짝 안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걸로 적어도 레이무가 레밀리아를 공격하진 않을테니까.

 

"그걸로 충분해?"

"그걸로 충분해. 애시당초, 대부분이 반쯤 사고같은거였으니까."

 

그리고 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마리사였으니까... 아 참. 마리사도 만나봐야하는데. 뭐, 시간될때 가볼까. 폰 네비로 위치는 이미 확인한 상태다.

 

"그렇다고 하네. 이의는?"

"어, 없어."

"그럼 결정났네. 혹시나 나중가서 딴 소리 하면 말해, 우이."

"오냐."

"그럼 볼일 끝났으면 가봐~ 나 이제 장보러 갈거니까."

 

하늘하늘 손을 흔들어보이며 밖으로 나가, 그대로 날아가버리는 레이무. 날아가기 직전에 살짝 보였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레이무도 내키진 않았던 모양이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 가자, 아이리. 올라온 김에 먹을 것 좀 사서 내려가자구. 사토리한테 돈도 받아놨어."

"네, 마스터."

"너희도 조심해서 돌아가. 다음에 보자구."

 

손을 흔들어보이곤, 이쪽도 하늘로 날아올라 인간 마을로 향한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나."

"마스터?"

"아니, 되돌아보니까 환상향에 온 이후로 이상한 일에만 말려드는거 같아서."

 

흡혈귀 눈에 띄었다고 인생이 꼬이질 않나, 한번 뒤지질 않나, 몸이 개조 되질 않나, 세계를 작살내버릴 레벨의 이변에 끼어들어서 해결해버리질 않나... 대체 시발 뭐가 문제인걸까 환상향은.

...뭐, 그래도 어쩌겠나. 좆같다고 콱 뒤져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실 적응 능력 때문에 죽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쩝."

 

시발 어떻게든 되겠지. 어짜피 깊게 생각해봐야 하등 쓸모가 없다. 지금은 눈 앞에 놓인 목표에나 집중하자. 환상향을 만끽하고, 환상향의 소녀들과 친해지면서, 코이시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나의 환상들이니까.

 

 

 

 

 

 

 

 

 

 

 

 

 

 

 

 

 

 

 

 

 

 

 

 

 

 

환경 적응 능력(眞)

 

우이의 몸에 각인된 본래의 능력. '환경'에 적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능력 소지자의 몸에 영향을 미친 능력에 대한 압도적인 저항력을 얻는다. 저항력을 얻은 상태에서 한번 더 그 능력의 영향을 받게 되면, 그 능력을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인 예시로, 능력 소지자가 [죽음]의 개념을 겪고도 살아나면 죽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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