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리스크 문양같은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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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보컬 어레인지 곡 번역 가끔 합니다
by Lunawh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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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뒤로가기와 창 닫기 버튼은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모르는 천장이다."

 

이번엔 진짜로.

눈을 떠보니, 적어도 어딘가의 원룸이나 맨션은 절대 아닐것 같은 천장이 시야 내에 가득 펼쳐져 있었다. 어딘가 향같은 냄새도 나고, 풀냄새 같은 것도 나는게 동양의 종교시설 중 어딘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졸린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다. 나는... 대체...

 

"으음..."

 

몸을 일으키니, 몸을 덮고 있던 무언가가 흘러내리는게 느껴진다. 내려다보니, 급하게 어디서 구해온 것처럼 보이는 낡고 넓은 천이 내 몸을 덮고 있었다. 이불 대신인걸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정말 멋들어질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작은 창문만이, 햇빛을 방 안에 들여오고 있었다. 적어도 정식적으로 사람이 자는 곳은 아닌 모양이군. 쓰지 않는 방이거나 창고이거나, 그 언저리려나. 그보다 바닥의 이 다다미... 그렇게까지 누워 있기 좋은 소재는 아닌거 같군.

...다다미? 왠 다다미? 적어도 한국에서 다다미를 쓰는 곳이라고 해봐야 정말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 곳에 핀포인트로 납치된건 아닌것 같고...

아니, 잠깐만 있어봐. 납치고 자시고, 분명 어제는...

 

"...어제의 그건.."

 

명백하게 포식을 위해 나를 바라보던 그 붉은 눈이 생각나, 새삼스레 온몸에 소름이 돋아오른다. 나를 구하러 왔던 소녀가 아니었다면, 난 정말로 산채로 먹혀 죽었을 것이다. 여자애한테 뜯어먹혀 죽는 성벽이 있었다면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던 살아 있다.

 

"하쿠레이 레이무, 라."

 

환상의 무녀, 하쿠레이 대결계를 지키는 수호무녀, 이색접, 겨드랑이 무녀 등. 여러가지의 이명(?)을 지니고 있는 소녀, 하쿠레이 레이무. 어제의 그걸 코스프레라고 부르기엔, 그 힘은 진짜였다. 그 괴물같던 금발의 소녀(높은 확률로 루미아)를 한방에 날려버렸으니까.

즉, 정리하자면 어제 밤에 막차도 끊겨서 걸어가던 중에, 차에 치여 날아가 한강에 빠진줄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이상한 숲이었고, 갑자기 나타난 요괴소녀한테 목숨을 위협받다가 무녀에게 도움을 받았다... 라는거 같은데.

...솔직히 너무 클리셰 덩어리 전개라서 오히려 웃음도 안나온다. 애시당초에 환상향이라니, 그거 술주정뱅이가 만든 게임 이야기 아니었어? 이게 진짜 있다고?

 

"일단은...읏차."

 

자리에서 일어난 뒤, 몸을 덮고 있던 천(이불 대용)을 곱게 개어서 방 구석에 놔두고, 장지문을 열어 바깥으로 나간다. 아침의 살짝 쌀쌀한 날씨가 식힌 나무바닥의 감촉이, 묘하게 기분 좋다. 거기에 이 공기. 과연, 환상'향'. 즉 촌동네라 이건가. 공기 하나는 엄청 맑다 이거겠지. 어렸을때,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서 맞는 아침이 생각나서 살짝 그리워진다.

조금 걸어서 마당 근처까지 가보니, 내가 신고 있던 구두가 마루 아래 놓여져 있는게 보였다. 마루에 앉아 구두를 신고 있자니, 저 멀리서 빗자루질을 하는 소리가 나긋나긋하게 들려온다.

...그나저나, 그때 레이무를 본 이후의 기억이 없는데. 애시당초에 난 왜 여기서 디비 자고 있었던거지?

 

"어라?...옷 상태 왜 이래?"

 

이제서야 눈치 챘는데, 입고 있던 양복이 여기저기 찢어져 있는게 보였다. 그렇다는건 즉... 내가 뜬금없이 어떠한 힘에 각성한건 좋은데, 폭주하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고, 폭주한 상태로 레이무한테 달려들어서 이렇게 되었다... 뭐 이런건가?
...내가 멋대로 상상한거지만 정말로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군. 하지만, 적어도 옷이 이렇게 헤진건 내가 기억을 못하는 동안 일어난 일인건 분명하다. 그 요괴한테 덮쳐지긴 했지만, 이정도까지 난폭하게 당하진 않았으니까.

"뭐, 어찌 되었던."

레이무랑 이야기를 해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이 이후의 방침은... 그 뒤에 정하도록 하고.
빗자루 소리에 이끌리듯 걸음을 옮겨 모퉁이를 지나자, 곧바로 경내의 정면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좁구나, 하쿠레이 신사...

"오오..."

그나저나, 벚꽃 한번 멋들어지게 피었다. 아담한 신사에 만개한 벚나무와 흩날리는 벚꽃잎.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빗자루를 들고 있는 아름다운 무녀의 모습. 분위기 한번 끝내주는군.

"아~! 귀찮아! 그냥 한꺼번에 태워버릴까보다!"
"......"

끝내주는 분위기 파괴 멘트로군. 그보다 경내에서 무녀가 방화하는거, 벌 받는거 아냐? 잘은 모르겠지만.

"태우다가 신사에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려고?"
"응? 어머, 일어 났구나. 농담이야, 농담. 애시당초 이렇게나 흩날리면 태우는게 더 힘들껄?"
"벚나무를 태운다는줄 알았는데."
"오호, 그런 방법이."
"농담이거든."

알고 있어~ 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레이무의 시선은 근처의 벚나무로 향하고 있었다. 알고 있는거 맞지...?

"그나저나 머리는 어때?"
"머리라니?"
"아... 기억 못하는구나? 어제 말야..."









- 그 옷차림, 바깥세계에서 흘러들어온 모양이네. 괜찮아?
- 겨드랑이! 겨드랑이를 내놓은 무녀라니! 개쩔어!
- 하?








"...라는거야."
"......"

그, 조금 혼란스러우니까 잠깐 정리해보자. 내 기억에는 없지만, 내가 레이무를 보고 가장 처음으로 한말이 저 '겨드랑이 개쩔어!' 였고, 레이무는 그 말에 자연스레 꼭지가 돌아서 내 뒤통수로 순간이동해 그대로 내 머리를 통천각으로 걷어차 기절시켰다. 그 뒤로도 화가 안풀려서 내 몸을 질질 끌고 신사로 돌아왔기 때문에, 옷차림이 이렇게 된거다... 라고.
나, 처음보는 여자애한테 겨드랑이 개쩔어라고 말한거냐? 완전 개병신새끼잖아! 하지만 왠지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그, 그랬군. 정말로 미안해. 아무리 그래도 처음보는 여자애한테 너무 실례되는 말을 했네."
"괜찮아, 괜찮아. 그만큼 기절한 뒤에도 실컷 팼으니까."
"...그, 그런것 치곤 몸이 꽤 멀쩡한데."
"힘조절은 잘 하는 편이거든."
"개쩐다..."

이것이 폭력의 프로인가. 이쯤되면 멋있어보인다.
...근데 얘, 일단은 무녀 아니었나. 무녀가 폭력의 프로인건 좀 그렇지 않나? 대충 소림사의 스님정도의 카테고리로 생각하면 되는걸까.

"뭐,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는것도 좀 그러니. 안에 들어갈까. 차는 마시니?"
"으음, 딱히 즐기진 않는데."
"그래? 하지만 차 밖에 없으니까 참아. 따라와."

그럼 왜 물어본건데?
빗자루를 토리이 옆에 세워두고, 신사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는 레이무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그나저나, 이세계인가... 보통 이세계 이동이라면, 뭔가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거나 그 언저리의 특전이 있는걸로 유명한데. 그런것 치곤 내 몸이 뭔가 새로운 감각에 눈을 떴다거나, 보여서는 안될 스테이터스 창이 보인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그나마 위화감이 있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레이무랑 대화할때 매끄러웠다는 점? 아니, 여자애랑 이야기 하는게 오랜만인데도 매끄러웠다는게 신기하다던가 그런게 아니라, 그 이전의 문제. 언어의 문제다. 일본어야 어느정도 익히고 있지만,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나갈 정도의 레벨이었나 하면 솔직히 의심스럽다. 애니로 배운 일본어는 한계가 있다고. 그 있잖아, '어째서 김군은 여고생같은 말투를 쓰죠?' 같은거.

다만, 레이무와의 대화에 있어서 그러한 위화감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 했다' 라는 위화감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 나도 모르는 새에 언어 능력에 눈을 뜬건가? 만약에 환상향 밖에 나가서도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평범하게 모든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거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미묘한 능력이로군."

"뭐?"

"아니, 아무것도 아냐."

"흐응. 아무튼, 여기에 앉아 있어. 차 가져 올테니까."

"아, 고마워."

"별 말씀을."

 

살짝 웃어보인 뒤, 어디론가 걸어가는 레이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본다. 레이무를 따라 도착한 이곳은 아무래도 거실인 모양. 아까 내가 일어났던 장소와는 다르게, 서랍이나 테이블 같은 가구가 몇개 보인다. 이야기를 한다면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게 맞겠지 라는 생각에 테이블 앞에 앉는다.

장지문이 열린 상태라, 아까전에 나왔던 뒷마당이 그대로 보인다. 시야 구석엔 연못의 끝자락이 보이고, 여기저기에서 벚나무가 불어오는 바람탓에 탈모를 일으키고 있었다.

...벚나무가 탈모라니, 이 아름다운 풍경에 있어 모독같은 멘트로군. 스스로의 재능(?)에 두려워진다.

 

"으~음. 환상향, 인가."

 

어떻게 할까. 내가 기억하기론, 환상향에서 바깥 세계로 돌아가는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걸로 알고 있다. 요는 결계 밖으로 내보내기만 하면 그만이기에, 하쿠레이 대결계의 관리자인 레이무에게 있어선 쉬운 작업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즉, 이렇게 흘러 들어온건 좋지만 나가는건 자유. 그런 이야기일테지.

하지만, 나가서 할 일이 있나? 트러블이야 이것저것 있겠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일본일테니 우선 대사관에 연락해서 어떻게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면 적어도 한국에 돌아가는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엔?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내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형에게 짐이나 되어가면서, 무직상태로 계속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라도 있을까? 물론 이곳에 있는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나는건 또 아닐거고, 바깥 세계와 환상향 내에서의 과학 기술 차이를 생각해보면, 불편한게 한둘이 아닐테지. 그럼에도, 환상향이란 말이지. 그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으음...

 

"기다렸지... 뭐야, 표정 한번 험악하네. 내가 독약이라도 가져올줄 알았어?"

"아, 아니. 좀 혼란스러워서."

"뭐... 그렇겠지. 갑자기 여기로 흘러 들어 왔을테니까."

 

자, 하고 내미는 찻잔을 두손으로 받아들자,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고 내 반대편에 앉는 레이무. 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선 상황을 말해줄께. 여긴 환상향이라고 불리는 곳이야.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촌동네지. 요괴나 이런게 있긴 하지만."

"흐음."

"어제 너를 덮쳤던건 아까 말했던 요괴. 환상향의 요괴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먹지 않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그 룰이 애매하게 적용되는 너같은 '흘러 들어온 녀석들'은 몇몇 먹히는 모양이야. 마침 내가 그 근처를 날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산채로 먹혔을거야."

"즉,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야기?"

"그런 셈이긴 하지만... 신경 쓰지 마. 일단은 내 업무에 들어가는거니까.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본제인데..."

 

조금 말하기 어려운지, 아니면 뭔가 귀찮은 상황이 생긴건지 레이무는 잠깐 내게서 시선을 피하더니, 차를 들고 조금 마신다.

 

"그, 원래라면 바깥에서 온 인간들에겐 선택지를 줘. 바깥세계로 돌아갈지, 아니면 환상향에 남을지. 흘러 들어온 인간들은 대부분 돌아가길 원했으니까, 아마 너도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뭔가 느낌이 안좋은데."

"응. 네 예상대로야. 너는 바깥세계로 못나가. 당장은."

"이유는?"

"음~...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대답하자면 이것저것 설명해야할게 많은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이 공사중이야."

"그렇군."

 

아무래도 하쿠레이 대결계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당장은'이라고 말한걸 보면,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무언가는 아닌 모양이지만... 하지만, 돌아가지 못한다라. 이건 예상하질 못했는데. 이러면 강제적으로, 환상향에서 일정기간 동안 살아야한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그럼 먼저 가장 필요한건 의식주의 '주'로군.

 

"그럼 어떻게 하지? 그 문의 공사가 끝날때까지, 난 어디서 지내면 되는데?"

"으음... 그렇네. 이 신사에게 지내게 한다는 방법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은, 나 여기서 혼자 산단 말이야."

"좀 그렇긴 하네. 아무리 그래도 혼자사는 여자애 집에 남자를 들여놓는건 이래저래 문제가 있을테니까."

"아니, 사실 나는 상관 없긴 한데. 마리사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해댈까봐..."

"마리사?"

"응. 좀 오래된 친구 녀석인데, 자주 여기로 놀러오거든... 아, 내 정신 좀 봐. 내 이름도 이야기 안해주고 있었구나."

"그러고보니 듣지를 못했네."

 

뭐, 이쪽은 일방적으로 레이무를 알고 있긴 하지만. 물론 아까 이름이 나왔던 마리사에 대해서도.

 

"내 이름은 하쿠레이 레이무. 이 곳, 하쿠레이 신사에서 일하는 무녀야. 네 이름은?"

"응? 내 이름?"

"응. 네 이름."

"어... 본명은 일본인이 제대로 발음하긴 어려울테니, 일본식으로 부르자면 '쇼우이치' 정도려나?"

"흐응, 쇼우이치구나. 잘 부탁해, 쇼우이치."

"이쪽이야말로, 레이무."

 

앗, 그러고보니. 일본에선 친하지 않은 상대는 우선 성으로 부르는 예법이 있었던거 같은데. 하쿠레이라고 부르는 편이 좋았으려나? 갑자기 친한척 한거 아닌가, 이거.

 

"그래서 말인데, 쇼우이치."

"아, 응."

 

으음, 딱히 신경 안쓰는 눈치로군.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련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걸 보니 적어도 거부하지는 않나보다. 여기서 굳이 호칭을 바꿀 이유는 없어보이는군.

"이제부터 어떻게 할거야?"
"아니, 그렇게 말해봐야 나도 딱히 수가 있는건 아닌데."

나도 애시당초 내 의지대로 여기에 온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사고를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있다는거지. 어디 보자.

"...우선 묻는데, 내가 이 환상향이라는 곳에 적응하는데에 도움은 줄거야?"
"뭐, 나름대로는 도와줄께. 돈이랑 여기서 사는 선택지 이외엔 말야."
"그, 그러십니까."

가장 마음 편한 선택지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진거 같은 기분이 들지만, 내가 알기로는 하쿠레이 신사의 수입은 그렇게까진 좋지 않은걸로. 아쉽긴 하지만 예상범위 내다.

"환상향의 지도는?"
"지도? 지도 같은건 왜?"
"적어도 어딜가면 위험한지, 그런것 정도는 알아야지. 지도를 보면서 파악하는게 제일 편해."

그렇게 되면 우선은 정보다. 다행히도 환상향 자체에 대한 정보는 내 머리속에 꽤나 많이 들어가 있다. 다만, 지리만큼은 알 방도가 없었으니... 애시당초 그런 묘사도 없었고, 원작(?)에선.

"지도... 지도라. 그런게 전에 있었던거 같기도 하고...?"
"에, 지도 없어?"
"아마 있기야 있을거 같은데, 창고 어디에 박혀 있는지 알 방도가 없어. 꼭 필요하면 찾아줄 수는 있는데."
"....그 압도적인 귀찮아하는 표정을 보니 부탁하기 좀 그렇네. 혹시 환상향,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좁다거나?"
"글쎄. 그렇게까진 좁다고 생각하진 않은데... 아, 너는 바깥세계에서 왔으니 기준이 다르긴 하겠구나."
"그건 또 모르지. 그럼 길을 모를땐, 어떻게 찾았어? 보아하니 지도를 참고할거 같진 않은데."
"응? 평범하게 날아서 찾았는데?"
"......"

안되겠다. 환상향이라서 역시 상식이 안통해. 거야 날아다니면 지도같은건 필요가 없겠지. 보이는 정보량이 다른걸... 어, 그렇다는건?

"레이무, 혹시 날 데리고 날아오를 수 있어?"
"으, 응!? 글쎄...? 해본적은 없지만, 아마 가능할거라... 생각해."
"사실 굳이 날 데리고 날아 오를 필요는 없어. 필요한건 사진이니까. 그래, 네가 대신 사진을 찍어줘도 되겠네."

 

솔직히 이런저런 기능을 가진 휴대폰의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는 되도록 소모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이 그 '소모 할 때' 아니겠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자,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본다.

"...내가 알던 '휴대전화' 랑은 또 많이 다르네."
"그래? 아마 폴더폰을 본거 같은데, 이건 스마트폰. 뭐, 조작은 간단해. 여기를 누르거나 옆에 튀어나온 부분을 누르면 돼. 이렇게."

-찰칵!

하고. 레이무를 찍는다.

"호에~...근데, 뭘 멋대로 찍는거야?"
"시험삼아 찍은건데... 싫으면 지우고. 자, 이렇게 나오거든."
"호오... 혹시 현상 할 수는 있어?"
"잉? 오오."

현상 이야기가 나오길래 뭔가 해서 사진을 다시 봤더니, 대충 찍은것 치곤 사진이 정말 기적적으로 잘 찍혔다. 레이무가 워낙에나 예쁜것도 있겠지만. 아, 현상이라고 하니 갑자기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이 생각났다. 휴대폰용 포토프린터를 갖고 다녔었지, 그러고보니.

"혹시 내 가방 본적 있어? 검은색으로 네모난 놈인데."

대충 손짓으로 크기까지 보여주지만,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한다.

"글쎄? 네가 여기로 넘어올때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같이 오긴 왔을텐데."
"그럼 나 발견한 곳 기준으로 남쪽으로 150미터 정도 떨어진 곳 인근에 있을거야. 북극성을 보고 걸어왔으니까."
"근데 그 가방은 왜?"
"거기에 인화기도 들어가 있어서. 취미생활중 하나거든."
"인화기라니... 그런것도 있다고? ...너, 혹시 나한테 거짓말 하는거 아니야? 사진을 미끼로 나한테 가방을 가져오게 하려는..."
"아니? 내가 기절했던 곳 위치만 알려주면 나중에 내가 가지러 갈려고 했는데. 왜, 가져다주게?"
"응? 아, 으음..."

그러고보니 여태까지 가방의 존재를 잊고 있었네. 하기사, 상황이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이걸로 어느정도 안심이다. 그 가방 안에는 아까 말한 포토프린트 외에도 어느정도의 간식이랑, 충전기, 보조 배터리, 이어폰, 필기구와 노트, 그리고 군용 나이프가 들어 있다.
라인업이 이렇다보니, 갖고 있는것 만으로 생존 확률이 어느정도는 늘어날거다. 반대로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뒤늦게 깨달았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거다.
아, 나이프는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가지고만 다니는거고, 어딘가에 쓰거나 그러지는... 나는 대체 누구한테 변명하고 있는걸까. 나 자신?

"...하아. 알았어. 그럼 그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찍어주는 김에 그 가방도 찾아다줄께"
"오, 정말로?"
"대신 아까 사진, 현상해 주는거다?"
"물론이지."

가방 안에는 아까도 말했지만 보조배터리도 있다. 가방만 있다면 당장은 배터리가 부족할 일은 없을테지.

"그럼 다녀올께."
"아, 사진 찍는 법 다시 알려줄까?"

혹시나해서 물어봤더니, 대답 대신 레이무는 내게 카메라를 들이 밀고 버튼을 눌렀다.

- 찰칵!
"됐거든요? 기다리고 있어!"

장난스레 미소 지으며,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레이무. 솔직히 방금 그건 좀 두근거렸다. 뭔가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자, 그럼 어떻게 할까."

레이무가 내준 차를 마시며 생각해본다. 으음, 여전히 차 맛은 전혀 모르겠군. 향이 나는 물이라는 인상 뿐이니... 하지만 일단 찻잔은 전부 비운다. 어찌 됐던 대접받은거니까.
좋아, 아까 레이무가 하다 말던 빗자루질이나 할까. 아무리 그래도 빗자루질에 신사 나름의 예법이 있거나 종교의식적인 의미가 있을거 같진 않다. 내가 해도 크게 문제는 없겠지.

"생각을 했으면 행동으로 옮겨볼까. 읏차."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저기 찢어진 양복 상의를 벗어 대충 던져둔다. 저런걸 입고 빗자루질을 했다간, 금방 땀투성이가 될거다.
구두를 신고 다시 신사 앞으로 돌아들어가서, 토리이에 세워뒀던 빗자루를 잡는다. 시험삼아 한두번 쓸어보지만, 으음. 역시 바깥세계의 기성품을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편하게 쓸리진 않는거 같다. 하지만 군대에서 쓰던 폐급 빗자루보단 훨씬 쓸만하군. 요는 이 벚꽃잎을 저 구석에다가 모아두면 되는거겠지?

 

"...오, 이거 생각보다."

처음에는 그닥 좋은 빗자루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몇번 고쳐잡다보니 훨씬 빗자루질이 수월해졌다. 과연, 오랫동안 쓴 빗자루라서 '결' 같은게 생겨 있는건가. 여기에 맞춰서 쓸어내다보면, 생각보다 금방 끝날거 같다.

"햐아~ 열심이구만, 청년!"

한 반쯤 했을때일까, 뭔가 높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레이무의 목소리와는 다르다. 거기에, 이 목소리로부터 전해져 오는 진한 취기는...

"여기야, 여기!"
"허어."

목소리가 들린 곳, 즉 토리이 위쪽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거기엔 그 커다란 두개의 뿔이 인상적인 소녀가 앉아있었다. 길게 늘어뜨린 호박빛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채, 손에는 보랏빛 표주박을 들고서 내게 비어있는 손을 흔들어대는 그것은.
슈텐도지, 이부키 스이카였다. 환상향에서 탑클래스의 요괴인 '오니'. 그 중에서도, 사천왕으로 불렸다는 특별한 오니가. 뭐, 요새의 인식으로 보면 사천왕이라고 말하면 뭔가 약해보이지만... 직접 그녀를 눈 앞에 둔 자라면, 분명히 생각할 것이다.
저 술에 취해 반쯤 눈이 감긴 흐리멍텅한 얼굴을 보면,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고.

"니가 어제 레이무가 줏어온 인간이지?"
"그렇긴 한데. 그런데서 앉아 있으면 위험하다고? 내려 오지?"
"아하하! 이정도 높이, 떨어져도 가렵지도 않다고!"
"그럼 떨어져보던가."
"오케이-"

- 슈웅, 콰아아앙!!

내 말을 들은 스이카는, 정말로 토리이에서 뛰어내렸다. 굉음과 함께 흙먼지를 날리며 바닥에 착지한 스이카. 먼지가 걷혔을때 보인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저정도면 적어도 아파트 2층 높이인데, 역시 요괴는 다르군.

"호호오~? 나의 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를 않다니, 특이한 인간이네?"
"대신 약간 모에함을 느끼고 있긴 해."
"모에? 뭐야, 그거?"
"그런게 있어."

뿔달린 여자애... 좋지... 하지만 이 녀석, 술냄새가 진짜 장난이 아니군. 다행히도 악취로 느껴지진 않지만... 이것도 미소녀 보정인가 뭔가하는 그건가?

"아무튼 그 기개, 칭찬해줄께!"
"어...고마워?"
"이름은?"
"쇼우이치라고 하는데."
"음! 쇼우이치! 기억해 둘께. 나는 이부키 스이카. 보다시피 오니야! 그래, 기분이다! 지금이라면 뭐든지 하나 소원을 들어줄께!"
"이걸 갑자기?"
"응! 뭐든지 말해보라구!"

가슴을 두들기며, 어째선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만 믿으라구' 어필을 하는 스이카. 이것도 술기운이 불러오는 기세 같은건가. 하긴, 나도 술마시면 좀 충동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까진 아니다. 요괴란 놈들은 잘 모르겠군.

"그럼... 뿔 만지게 해줘."
"뿔? 그런걸로 해도 되는거야? 뭐, 금은보화라던가 그런건 필요 없고?"
"갑자기 생기는 돈만큼 위험한건 없다는건, 옛날부터 나오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당장은 그 뿔을 더 만지고 싶어."

솔직히, 다른 동물의 뿔조차 만져본적이 없다. 한번쯤은 살아있는 생물의 뿔을 찬찬히, 그리고 듬뿍 만져보고 싶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나뿐인가, 혹시?

"그럼 좋아, 자! 만지고 싶은만큼 만져!"
"우옷, 깜짝이야!"

스이카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인다. 반사적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저 뿔에 찔렸을거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뿔의 끝은 생각 이상으로 날카로워 보였다. 이, 이거. 진짜로 만져도 되는건가? 본인이 된다고 했으니, 만져도 되는건 맞고, 애시당초에 내가 부탁한거지만... 뭐랄까, 뭔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기분이. 하지만,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 턱!

"오, 오오..."

생각보다 우둘투둘하고 사나운 뿔이다. 거기에 의외로 따뜻하다. 뿔이라는거, 혈관도 지나고 그러나? 잘은 모르겠는데... 하지만, 거친 표면을 가진 주제에 의외로 뭐가 묻거나 그러진 않았다. 일단은 관리하고 있는거 같은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걸까. 그녀의 저 팔만으로는, 뿔의 위쪽까지 닿을거 같진 않은데... 아차, 얘 분신 쓸 수 있지? 그걸로 본체의 뿔을 관리하고 있는걸까? 왠지 보고 싶은데.

이번엔 양손으로 뿔을 쥐어 매만져본다. 으음, 이거 그거구만. 그 어르신들이 호두 쥐고 흔드는 그거. 손바닥을 자극해서 어쩌고 저쩌고 하던 그 행위를 손바닥 전체로 하고 있는 느낌이다. 좀, 전달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지만,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엄청나게 중독성 있다. 왠지 모를 만족감이 느껴지는군. 게임하다가 화날때 이렇게 뿔을 만지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진정될거 같다.

아차, 생각해보니 너무 오래 만졌군. 마음껏 만지라는 말은 들었지만, 어찌 됐던간에 여자애의 일부다. 너무 오래 만지는것도 좀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면, 이거 가슴 만지게 해주세요!랑 동급의 부탁이었던 셈인가. 갑자기 후회가 밀려오는데.

 

"Zzz..."

"...어? 자네?"

 

선채로 잔다는 신기(神技)를 체현하고 계시는 오니사천왕님. 뭔가, 자고 있는데 계속 만지기도 좀 그렇네. 그렇다고 여기서 선채로 재우는 것도 그렇고... 깨울까.

 

"저기~? 스이...카!?"

"음냐~..."

 

깨우기 위해서 뿔에서 손을 놓자, 갑자기 스이카의 머리가 마치 황소마냥 내게 돌진해, 그리고 그대로 내 몸을 덮친다. 이렇게나 작은 몸인데도, 그 몸이 내게 닿자 마자 마치 중형차가 밀고 들어오는것만 같은 압도적인 물리에너지가 나를 넘어뜨린다. 아차, 얘 오니였지!

 

"으겍!"

"더.... 더...."

 

마치 승리한 검투사가 적에게 마무리 일격을 하듯이, 그 몸으로 나를 눌러오는 스이카. 이쪽은 등부터 바닥에 부딪친 덕분에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데...!

멀리서보면, 작은 여자애가 남자에게 안겨들어 마치 아이처럼 응석 부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죽기 직전이다. 아니, 뭔놈의 힘이 이렇게 쌔!? 압력에 짓눌려서 떨쳐내기는 커녕, 숨도 안쉬어진다. 젠장, 이것이 인과응보인가. 아아, 하지만 죽기 직전에 뿔도 실컷 만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썩, 괜찮은 인생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죽기전에 뿔이라도 좀 더 만져야지.

 

- 턱!

 

"음냐..."

"허어어어억...!?"

 

겨우겨우 뿔을 잡자, 갑자기 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압력 떄문에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 숨을 마치 물 속에 오래 잠수해 있다가 빠져 나온 것처럼 반사적으로 크게 들이쉰다. 뭐지, 나 산거야? 뭣 때문에...

 

"...뿔? 이거 때문에?"

"Zzz..."

 

한 손으론 스이카의 뿔을 만지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아까의 그 압력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스이카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이거 혹시... 기분 좋았던건가? 그, 개를 쓰다듬어주고 있으면 갑자기 잠드는거랑 비슷한 무언가인가? 그러고보니, 뿔을 놓자마자 나한테 달려들었지... 설마 멈추지 말라고 그런건가...

 

"...허어."

 

하지만 이대로 안겨 있는 자세로 냅두는건 좀 그렇다. 뭣보다 이 오니 녀석, 침 흘리고 있고. 어디보자, 몸은 가벼우니 한 손으로 어떻게든 몸을 돌리고 앉혀서... 좋아. 이렇게 내 다리 사이에 앉힌다는 느낌으로 배치를 하면, 만약에 뿔을 놓아도, 빠져 나갈 수 있는 잠시간의 유예가 생길거다. 그렇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조금만 더 해둘까."

 

아까처럼 호기심에 찬 움직임이 아닌, 이번에는 강아지를 쓰다듬는 감각으로 스이카의 양뿔을 어루만진다.

...으음. 화창한 봄 날에, 오니의 뿔을 매만지면서 벚꽃을 올려다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걸. 다만, 이 장면은 정말로 오해를 사기 쉬우니까 왠만하면 다른 사람한테는 보이고 싶진 않는데.

 

"...너 뭐하는거야?"

"이래서 생각도 하면 안된다니까."

 

시선을 돌려보니, 레이무가 무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한손에는 검은색 노트북 가방이 들려 있었다. 정말로 찾아왔네.

 

"걔 뿔 만져 주는 것도 좋지만, 일단 약속부터 지키는게 어때?"

"어, 어라? 이거 보고 매도할줄 알았는데."

"뭐가?...아아, 뿔? 나도 가끔씩 걔 뿔 만져주는걸. 만져주면 기분 좋다나봐. 아무튼, 걘 어디서든 자니까 냅두고 빨리 와."

"으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바닥에 던져두기엔 좀 그런데."

"정 뭐하면 안방까지 데리고 오던가."

"그럴께. 읏차."

 

잠든 스이카를 일명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리고, 레이무를 따라 신사의 뒷편으로... 아! 그러고보니 청소 도중이었는데...?

 

"어?"

 

어느샌가, 벚꽃잎은 신사 한 구석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요술처럼.

 

 

 

 

 

 

 

 

 

 

 

 

 

 

 

 

 

 

 

 

 

"대충 이런 느낌인가? 어때, 레이무."

"음... 얼추 맞는거 같아."

 

나와 레이무가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엔, 찢어진 노트 한장에 그려진 환상향 지도 ver.alpha가 있었다. 레이무가 찍어와준 사진과, 그녀 자신의 정보를 토대로 대강의 위험도 정보도 메모 되어 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정도면 훌륭한 지도다. 적어도 행선지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큰 메리트다.

참고로 이 지도 제작의 일등공신인 하쿠레이의 무녀는 지금,

 

- 찰칵! 찰칵!

"헤에... 호오..."

 

내 휴대폰을 가지고, 열심히 셀카를 찍고 있다. 아, 하는 김에 나랑 투샷도 찍었다. 나중에 인쇄해서 사진첩에 넣어놔야지. 하지만, 아무리 보조배터리가 있다곤 해도 오래는 못쓰니까 좀 아끼고 싶긴 한데... 뭐, 이정도의 정보를 준거다. 솔직히 보조배터리까지 다 쓴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

 

"레이무, 문의 공사가 끝날때까진 시간이 얼마나 들어?"

"응? 그, 글쎄? 1달쯤 아닐까?"

"1달인가."

 

결계의 보수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1달이라면 적어도 ±3주 정도는 생각하는게 좋겠지. 향림당의 위치도 들었으니까, 가지고 있는 것중 몇개를 팔 수 있다면 돈은 어느정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활동의 밑천은 있다고 치고, 길어도 한달 반이라면 적어도 옷 3~4벌에, 속옷에, 신발 등... 필요한게 산더미다. 치약이랑 칫솔이 가방 안에 있었다는게 불행 중 다행이로군.

 

"인간 마을로 갈거야? 남기로 한 인간들은 전부 거기로 갔다더라고."

"으음. 인간 마을이라. 좀 애매한데."

"뭐가?"

"지금 나한테 가장 이상적인건 살 곳까지 딸려 있는 직장이야. 환경이 어찌 되었던, 일을 하면서 의식주를 챙길 수 있는 곳이 베스트라는 이야기지. 그것도 한달 하고 조금 더."

"으음... 확실히, 인간 마을에서 그런 집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의식주를 나눠서 해결하는건 생각보다 어렵다구. 바깥 세계에선 혼자 살았으니까 잘 알아."

 

으음... 하고, 나도 레이무도 팔짱을 낀채 고민한다. 슬슬 정하지 않으면 해가 지고 만다. 왠만해선, 이 이상 레이무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한 구역.

 

"홍마관..."

"홍마관?"

"이, 홍마관 이라는 곳은 어때? 커다란 서양식 저택이라며. 왠지 여기라면 아까 조건을 채울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럴지도 모르지만... 거기 흡혈귀 사는데, 괜찮아?"

"굶어 죽는거랑 흡혈귀 사는 집에서 잡일 하는거, 어느쪽을 고를지는 명확하자녀."

"...별나네, 너."

"사는데 필사적이라고 해줄래?"

"하아... 알았어.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아, 이거 돌려줄께."

 

레이무는 내게 휴대폰을 돌려주더니, 어디론가 가버린다. 좋아, 우선 짐부터 챙겨놓자. 테이블 위에 뒀던 지도도 챙기고, 포토프린터도 챙기고. 오우, 휴대폰 배터리 엄청 아슬아슬하네... 당장 쓸 일은 없으니 전원 꺼둘까.

"홍마관이라."

개를 쓰다듬는 감각으로, 스이카의 뿔을 매만지며 생각한다. 흡혈귀, 레밀리아 스칼렛이 사는 서양식 저택. 내부는 그녀의 시종인 이자요이 사쿠야에 의해 넓혀져 있기 때문에, 겉보기보다 훨씬 넓다고. 으음, 청소하기 귀찮을거 같은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일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취직, 됐으면 좋겠는데.

"기다렸지?...너는 항상 볼때마다 표정이 썩어 있네."
"안 썩게 생겼냐... 난 이제 출발하려는데."
"벌써? 아, 하긴. 지금 출발 안하면 해가 져버리려나."
"그건?"

내가 레이무의 손에 들려 있는 종이에 시선을 주며 묻자, 그녀는 그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가까이서보니 종이가 아니라 봉투였다. 돈... 일리는 없고.

"이걸 그 흡혈귀한테 보여주면, 어떻게든 될꺼야."
"소개장 같은거야?"
"그런 셈이지."
"진짜? 오오... 왠지 미안하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쓰게 만들어서."
"뭐, 고마운줄 알면 나중에 돈 벌어서 새전 듬뿍 넣으러 돌아와."
"음. 꼭 그럴께."

레이무에게 소개장을 받아들어, 가방에 집어넣고 신발을 신는다. 해는 벌써 기울고 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도중까진 바래다줄까?"
"아니, 괜찮아. 문제 없어."
"그래? 그럼, 잘 가. 문 수리가 끝나면 알리러 갈께."
"고마워, 레이무. 그럼."

레이무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걸음을 옮긴다.
환상향에서의 진정한 첫 발걸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이 불안감과 기대감은, 몇번을 느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뭐, 마침 여기는 신사니. 신한테 무사를 기원할 수 밖에 없을까나. 돈은 없으니 마음속으로.

자, 가보자. 홍마관으로.














"이러면 되는거야?"
"응. 수고많았어, 레이무~"

아무도 없는 허공에 던진 레이무의 질문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답. 어느샌가 레이무의 등 뒤엔, 새까만 '틈새'가 열려 있었다. 그 새까만 틈새 속으로 비춰보이는 수많은 눈동자는 보는 사람을 하여금 공포를 자아내게 하고 있고, 틈새의 양 가장자리엔 틈새를 묶듯 귀여운 리본이 메어져 있어 도리어 기괴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상반신만 내놓고 있는건,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금발의 여성.
요괴의 현자, 틈새 요괴, 행방불명의 원인, 야쿠모 유카리였다.

"대체 어쩌려는거야? 바깥 세계의 인간을 들여오는건 이제와선 놀랍지도 않지만, '일부러' 나가지 못하게 막겠다니."
"자세한걸 당장은 말할 수 없는 단계지만...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잖니, 너도?"
"...그 녀석, 대체 뭐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가 소매를 걷어올리자, 여기저기에 푸른 멍이 든 팔이 드러난다. 명백한 타박상. 그 상처를 내려다보며, 레이무는 어젯밤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정신을 잃었어야할 그가, 마치 아수라와도 같은 기세로 반격해오는 그 모습을. 순간적이었지만, 그의 움직임은 인간을 뛰어넘어 있었다. 물론 그 뒤엔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그녀에게 엉망진창으로 얻어맞았지만. 그녀의 팔에 생긴 멍은, 그 첫 반격을 피하지 못해 생긴 것이었다.

"독이지."
"독?"
"이독제독, 이란거야. 독은 쓰기 나름이거든. 후훗."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유카리를, 레이무는 언제나처럼 미심쩍은듯 바라보다 한숨을 쉬는 레이무는 마음 한 구석으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거는 없었다.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생각엔 기묘하게도 강한 확신이 있었다.
'저게, 그리 쉽게 제어될거 같진 않는데.' 라는, 그러한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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