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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wh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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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뒤로가기와 창 닫기 버튼은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23년 끝나기 전에는 업로드 하려고 했는데....

 

오늘이 23년 12월 38일인걸로 합시다.

 

 

 

 

 

 

 

 

 

 

 

 

 

 

 

 

 

 

 

 

홍무이변 후 약 1달 후. 환상향은 완전히 여름 날씨가 되어 있었다.

 

"후우..."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점 없이 깔끔하다. 다이렉트로 꽂히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강한 햇빛 때문(아마도)에 나는 여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진짜 여름이라는 느낌이구만. 실제로 온도도 제법 높겠지만, 부정적 피드백이 발생하는 자극은 대부분 차단되고 있어서 내 몸은 굉장히 쾌적한 상태다. 가끔씩 덥다거나 춥다거나 하는 감각이 그리워서 차단을 끄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1~2분 안가서 다시 키곤 한다. 그리움이라는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더라... 에어컨 켰다가 추워서 끄게 되지만, 잠깐 있다 다시 키게 되는 감각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날씨가 이런지라, 코이시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밤에는 곧잘 돌아다니러 나가긴 하던데... 그리고 아이리는 코이시의 장난감으로써 붙잡혀, 합류하지 못했다. 참고로 붙잡은 아이리를 가지고 뭘하나 싶었는데, 옷 갈아입히는 인형 대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건전 그 자체.

 

"옷이라."

 

생각해보면 그때 파츄리한테 받은 집사복, 전혀 도움이 안됐지. 곧바로 플랑이랑 조우해버렸으니까... 상대가 나빴던 걸로.그리고 몸이 개조 된 이후로, 생각한대로 옷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게 불과 며칠 전. 체형이 여성형인지라 치마도 입어봤지만, 남자일때의 감각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라는 재미 없는 세트를 입고 있다. 원래는 긴팔 와이셔츠였지만, 보는 사람이 덥다는 평이 있어서(주로 코이시) 반팔로 바꿨다.

생각해보면 환상향의 여자애들은 다들 복장이 특이하단 말이지. 거기에 비해서 나는 몰개성하다고 해야하나... 아니, 오히려 모두들 특이하게 입고 있으니 나도 개성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는걸.

 

뭐, 그건 어쨌든.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

 

"향림당..."

 

반인반요, 모리치카 린노스케라는 남자가 경영하는 골동품 상점. 환상향에 흘러들어오는 바깥 세계의 물건을 취급하고 있는 유일한 상점이다. 마법의 숲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오는 길이 위험해 손님 자체는 적은 편이라고 들었다.

바깥 세계에서 온 입장에서 어떤 물건을 취급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는데, 마침 생각난 김에 찾아왔다. 코이시 말로는 '요샌 밤엔 영업 안하는거 같더라' 라고 하길래, 일부러 이 더운 낮에 찾아온 것. 물론 나는 더위 안타지만.

 

- 딸랑~

 

그때, 향림당의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살짝 마른 체형의 은발의 남자가 나오더니, 문패를 뒤집어 놓는다. CLOSED. 뭐여 시벌. 오자마자 문 앞에서 영업 종료한거야?

 

"엇. 손님인가. 미안하지만 오늘은 돌아가 주겠어? 오늘은 영업을 좀 빨리 끝내야 해서 말야."

"허어... 음?"

 

문득,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에 눈이 간다. 도시락...? 아니, 저건 반찬통이다. 게다가 온기나 냄새를 보아 방금 만든 것.  내용물은 장아찌나 조림 같은건가. 제법 오래가는 반찬들인걸. 그나저나, 감각이 너무 좋아지니 별 상관없는 것까지 보이게 되는구만.

 

"조금 서두르고 있어서 말이지. 실례할께."

"어? 어어..."

 

그렇게 말하고는, 숲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남자, 모리치카 린노스케. 하지만 이상한걸. 레이무한테 듣기로는 린노스케는 향림당에서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저 반찬은 뭐지? 피크닉을 가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애시당초 저 반찬 라인업으로 피크닉도 좀 이상하지 않나.

뭔가 수상하군. 신경 쓰이니 조금만 미행해볼까.

 

"후우...."

 

어릴떄부터 남의 시선에 민감했던 탓인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건 잘한다. 즉, 기척을 억누르고 주위 사람에게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이는건 특기다 이 말씀. 거기에 지금은 마계신에 의해 몸이 개조된 상태. 이론상 지저 마을의 요괴들 절반 이상은 아무도 모르게 암살할 자신이 있다. 안할거지만.

숲에 들어선 린노스케는 짐승들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점점 의도를 알 수가 없구만. 반찬을 들고 숲속으로 간다고? 어디 제단 같은 곳에 공양 같은거라도 하나? 아니, 근데 보통 밥반찬을 공양하기도 하나...? 아니, 그런 것 치곤 양이 많다. 저건 마치... 자취하는 애한테 반찬 챙겨주는 느낌인데...?

 

얼마나 갔을까. 어느정도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아니, 정확하겐 공터는 아니지. 저기에 집이 하나 지어져 있으니까. 체계적으로 지어진 집은 아니라는 느낌이 확 들긴 하지만, 묘한 정감이 가는 형태의 집이었다. 중세의 마녀의 집을 어설프게 따라한 것 같다고 해야할까?

 

- 똑똑!

"이봐. 마리사. 안에 있지?"

"허어."

 

과연, 마리사의 집이었구만. 그러면 집의 외형도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군. 근데, 린노스케가 마리사한테 반찬을...? 마리사는 생활력이 있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던걸까?

 

"...오늘도, 인가. 하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은게 하루이틀 일은 아닌듯, 한숨을 푹 쉰 린노스케는 체념하듯 문 앞에 반찬통을 두고 집에서 멀어진다. 뭔가 좀 위화감이 드는걸. 린노스케와 마리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린노스케의 행동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마리사의 반응이 없는건 이상한걸. 열감지 시점으로 확인해봐도, 마리사가 집 안에 있는건 확실하다. 듣고 있는데도 무시하고 있는것. 린노스케와 싸운걸까? 아니, 아까전의 린노스케의 표정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 끼이익...

 

린노스케가 집에서 멀어지고 얼마 안가, 열리는 마리사네 집의 문.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나타난건...거의 반쯤 폐인이 된 상태의 마리사였다. 눈 밑은 퀭하고, 머리는 관리도 안한듯 퍼석퍼석. 옷도 제대로 안입고 있어서 거의 반라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눈빛은 아직 날카롭게 서 있었다. 저거, 나 대학교때 졸업작품할때 저런 느낌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뭔가 연구 같은걸 하고 있는걸까?

 

"...미안, 코우린. 잘 먹을께."

 

나지막히 중얼거리더니, 반찬통을 들고 들어가며 문을 닫는 마리사. 무슨 아직 양심이 남아 있는 히키코모리 여고생 같은 느낌이네. 음... 좀 신경 쓰이는 광경을 보고 말았네. 그러고보면 마리사를 내 눈으로 직접 본건 이번이 두번째다. 첫 만남은 홍마관에서. 쟤때문에 내가 한번 죽었다고 생각하니 살의가 일만도 하지만, 의외로 아무 생각도 안든다. 지금의 상태에 만족해서 그런걸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내 마음속에서도 '그건 뭐 사고 비슷한거였으니까' 라고 매듭지어져 있어서 그런 것일테지....하기사, 아무리 그래도 책 한번 펼쳤다고 죽는건 너무하긴 했어. 아무리 펌블이 난다고 해도 보통은 그렇겐 안돌아간다고.

아무튼.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방금 전에 떠난 모리치카 린노스케를 만나서 이야기를 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저쪽은 나를 모른다. 괜히 수상한 사람 취급 받아서 경계당하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음...

좀 간접적으로 조사를 해볼까.

 

 

 

 

 

 

 

 

 

 

 

 

 

 

 

 

 

 

 

 

 

 

홍마관, 마법도서관.

사건으로부터 1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 여파는 도서관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파괴된 책장은 다시 만들어야했고, 책의 파손 상태 확인이나 재배열 하는 일은 하루이틀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인원은 굉장히 적다. 그런 탓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이나 부서진 책장등은 아직 일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뭐, 물론 이전에 비해선 훨씬 나아진 상태이지만.

 

"뭐야 저거?"

 

근데, 오늘은 뭔가 상황이 다르다. 소악마 외에도, 뭔가가 복구 작업을 하고 있어...? 복장 때문에 처음엔 요정 비슷한건가 생각했지만, 뭔가 다르다. 애시당초 요정놈들은 일을 시키면 한 5분 뒤면 지들 하고 싶은 장난을 치곤 한다. 특히나 공정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그런 경향이 매우 강해진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는 별로 맞지 않을터...

 

"...인형."

 

잘 보니, 마력으로 만든 실이 그것들의 등 뒤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인형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책장에 책을 채워 넣고 있었다. 각각의 마력실은 모두 도서관 중앙의 마스터의 책상과 테이블이 위치한 곳으로 이어져 있다. 과연. 확실히 그녀의 인형이라면 이런 복잡한 일도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걸어가 도착한 마법도서관의 중앙. 거기에는 느긋하게 홍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금발의 단발 머리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를 시야에 포착한 순간, 내 몸속에 있는 무언가가 크게 한번 요동친다... 아마 내 몸에 흐르는 마력에 남은 신키의 잔류 사념 같은거겠지. 얼마나 딸내미를 좋아하는거야. 좀 깬다.

그 때, 소녀의 몸짓이 멈추더니 마치 끼익- 하는 소리가 나는 듯 삐걱이며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 소녀. 그리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굳은 표정은 의문의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누구?"

"아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마스터는 어디 갔어?"

"마스터? 설마, 파츄리 이야기를 하는거야?"

"달리 이 공간에서 마스터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있던가?"

"흐응... 제자를 자처하는 이상한 녀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이상한 녀석이라니..."

 

파츄리 앞에서는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전투를 보여줬었다. 그런 녀석이 갑자기 자기보고 '스승님!'이라고 말하는거다. 솔직히 질 나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반에서 상위권인 학생 앞에 갑자기 전국 1등이 찾아와서 '오오오! 이런 풀이법이! 앞으로 선생님으로 부르겠어!' 라고 말하는거랑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고.

뭐, 실제로도 기본 지식은 파츄리에게 배우고 있으니까 마스터라고 불러도 문제는 없지 않을까?

 

"앉아도?"

"...어짜피 내 집도 아닌걸."

"감사."

 

앨리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대충 가까운 의자에 앉는다. 마스터는... 적어도 도서관 안에는 없군. 침실이려나. 거긴 여기보단 시원할테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더운거에 이렇게 약해서 쓰나. 아니 뭐, 거의 반쯤 치트 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우이라고 해. 그쪽은...?"

"앨리스.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물론 알고 있다. 7색의 인형사이자, 마계신이 특별히 아끼는 '아이'. 신키가 그정도로 신경 쓰는걸 보면, 아마 스스로 '만든'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치면 내가 동생이 되는건가? 뭐, 실제 나이로도 그녀가 훨씬 많을테니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겉모습이 아무래도 잘 쳐봐도 고등학생이란 말이지. 이걸 누나라고 부르는건 좀.

 

"파츄리는 잠깐 쉬러 갔어. 마력 소모가 커서 말야."

"마력 소모...?"

"네가 언제부터 파츄리의 제자를 자처한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최근의 연구 테마는 알아?"

"테마라."

 

그러고보면 마스터, 홍무이변 이후에도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잇는 실험을 계속했었지. 신키측에서 막았다는 사실을 분명 전달 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하긴, 그 막대한 마력량을 보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잇는 방법이었나?"

"어머, 의외로 알고 있네. 오늘은 그 마지막 실험을 위해서 나를 불렀어. 저번 실험때도 내가 도와줬거든."

"흐음."

 

음? 가만 있어봐. 생각해보면 앨리스가 파츄리를 도와준 것 때문에 백트래킹 당해서, 내 영혼만이 마계로 끌려간거잖아? 마리사도 마리사지만, 얘도 결국 내 몸을 이렇게 만든 원흉 중 하나인거...

...그만 두자. 일일이 따지면 연루된게 한두명이 아닌 사건이었다. 따져봐야 의미도 없다.

 

"보아하니 실패한 모양이네? 성공했으면 이 주변 마력이 이정도로 낮진 않을테니까."

"어머. 잘 알고 있네. 마력은 어느정도 느낄 줄 아는 모양인가봐?"

 

약간 다시 봤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앨리스. 그런 그녀는 어째서 내 마력을 못 알아채는가... 하면. 내가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힘숨찐이나 이런걸 동경해서 그런건 아니고, 근본적으로 내가 숨어다니고 하는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마력이 갈무리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개인의 기질에 따른 차이라고 마스터가 말해줬지.

 

"아무튼 맞아. 이번에 실패하면 정말로 그만둔다고 한걸 보면... 뭔가 마음속에 매듭이 지어진 모양이더라. 제법 오래 연구한 테마인데 말이지."

"흐응."

"...너, 진짜 제자 맞아? 제법 관심이 없어보이는데."

"아니, 솔직히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몰라서."

 

뭐, 그렇다기 보단... 내게서 바이패스에 대한 진실을 듣고 접기로 결심한 거겠지. 뭐, 실제로 마법 자체는 성공 했었기도 했고. 만족한거 아닐까?

 

"그나저나, 그런감... 쉬고 있는데 마리사 관련으로 물어볼 수는 없겠네. 다음에 와야하나."

"마리사?"

 

순간, 컵을 입에 가져다대려던 앨리스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살며시 그 컵을 내려놓는다.

 

"어떻게 된거야? 왜 너한테서 마리사의 이름이 나오는거지?"

"응? 왜냐니...으음???"

 

어째선지, 책을 정리하던 앨리스의 인형들이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다. 그것도, 품에서 무기를 꺼내 들면서.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은 넷으로, 넷은 여덟으로... 아니 시발, 잠깐만. 대체 몇개를 풀어놓은거야? 그보다 이걸 전부 다 조종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 좀 열받는군. 마리사를 언급했다고 이런 위협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납득 되질 않는걸.

 

"대답은 신중히 하는게 좋을꺼야."

"...지랄하고 있네.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긴 하겠지만, 다짜고짜 사람을 위협하려고 들어? 미안하지만 위협해오면 반격하고 싶어지거든?"

"네가 마리사를 어째서 알고 있는거야!"

"인형 물리면 이야기 하지. 물릴 생각 없으면... 마스터한텐 미안하지만, 이 도서관 째로 작살내 주겠어."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맞서자, 앨리스는 침묵을 지키며 나를 한동안 노려본다. 그리고는...

 

"...조금, 머리에 피가 올라온 것 같네. 실례했어."

"그려."

 

인형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장을 해제하고, 다시 원래의 작업 위치로 쫄래쫄래 돌아가기 시작한다. 잘 보면, 앨리스의 손 끝이 조금씩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즉, 수동으로 전부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씨바, 끝내준다...

 

"인형은 물렸어. 자, 대답해줄래?"

"오케이. 하지만 대신에 조건이 하나."

"뭔데?"

"너도 마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 상황 파악을 하고 싶으니까."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스. 자,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간단하게 하자면 간단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앨리스의 아까 전의 그 반응. 결코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생략했다간 이상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전부 말해둘까...그러면 결국 신키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거 같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원래 홍마관에 취직할 예정의 바깥 사람이었어. 모습도 원래 이 모습이 아니었고."

"마리사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었어?"

"이야기엔 순서라는게 있는겨. 아무튼, 갈 곳 없는 내 처지를 본 레이무가 홍마관에 나를 소개시켜줬거든. 덕분에 아무런 트러블 없이 홍마관에 들어와서, 숙소를 배정받았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

"키리사메 마리사가, 마스터의 그리모어를 들고 튀고 있었더군. 지 말로는 '빌려간다' 나. 기왕 홍마관의 직원이 된거, 첫 일이다 싶어서 마리사를 붙잡았지. 마침 마스터도 그녀를 쫓고 있었거든."

"파츄리가? 새삼스럽네. 자주 당하는 일일텐데."

"새삼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훔치는거냐... 아무튼, 마리사를 붙잡아 책은 다시 돌려줬어. 마스터는 말했지. 정말로 위험한 책이 있으니, 빌려줄 수 없다고. 뭐, 그 말을 들은 마리사가 가만히 있진 않았고."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내가 몸을 던졌더니, 어쩌다보니 내가 그 책을 펼치게 되었지 뭐야. 그래서, 죽었어."

"!?"

"그 책은 마스터의 최근까지의 연구 테마였던 '마계와의 바이패스를 잇는 마법'.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그리모어였어. 네가 도와줬다는 그거지."

"부, 분명히 저자 이외의 인물이 펼쳤을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미지수인 상태이긴 했지만... 죽었다고?"

"음. 사실, 네 말대로 죽을 정도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해. 실제로도 내게 나타난 현상은 종족에 따라선 죽지 않았을테지만."

 

어느샌가 소악마가 따라준 홍차를 한번 느긋하게 들이킨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뭔 맛으로 마시는질 모르겠군. 차는 잘 모르겠단 말야.

 

"내 영혼은 몸과 분리되어서, 마계로 넘어 갔어. 그 시점에서 내 신체는 생명 활동을 정지했고... 그리고 눈 앞에는 마계신, 신키가 있었지."

"...뭐?"

"뭐, 못믿을만도 하니까 증거."

 

주머니에서 마계신의 상징, 즉 머리 장식을 꺼내 앨리스에게 보여준다. 마침 머리를 풀고 있던지라. 머리 장식을 본 앨리스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그 바보 어머니... 다시는 마계론 안돌아갈꺼야."

"대충 의도는 눈치챘나봐?"

"보나마나 뻔하지. 그렇다고 해서 그런 위험한 함정, 보통 만들고 그럴까나..."

"귀성 좀 하고 그러지 그랬냐... 덕분에 말려들어서 죽어버린 난 뭐가 되냐고."

"윽."

"뭐, 너희 모녀한테는 별 감정 없어. 몸도 느그 엄마 덕에 개조됐고, 이렇게 살아났으니까. 그보다 중요한건... 마리사 쪽이야.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마리사는 내가 아직 죽은 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곧바로 살아난거 아니었어?"

"아니, 그게... 니 엄마가 니 자랑을 얼마나 하던지. 눈 떠보니 마리사가 울면서 내 관에 흙 뿌리고 있더라. 나는 나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아서 꼼짝도 못하고 묻혔다고."

"어머니..."

 

이마를 짚으며, 크게 한숨을 쉬는 앨리스. 그녀의 표정에서, 이제서야 납득이라는 감정이 엿보였다. 과연, 앨리스가 민감하게 군 것도 마리사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걸 알고 있어서 그랬던거구나.

 

"상황은 이해했어. 마리사가 그렇게 된 이유도 이제 이해가 되네."

"그, 혼자 납득하지 말고 설명 좀 해주지?"

"...최근의 마리사의 모습, 봤어?"

"뭐, 어쩌다보니. 제법 그... 힘들어보이던데."

"마리사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연구에 심하리만큼 몰두해. 일종의 자기 방어겠지."

"자기 방어라... 그런 것치고는 눈빛만큼은 살아 있던데. 단순히 현실 도피를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어."

"그랬어?... 나는 그렇게 된 이후로는 얼굴도 못봐서 말야. 그랬단 말이지..."

 

턱에 손을 갖다대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앨리스. 마리사가 그녀 말대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면... 테마는? 그녀가 저렇게된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그 테마 또한 나에 관한 것이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 콰아아앙!!!

 

"파츄리!! 파츄리 있냐!"

 

그때, 문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소녀의 우렁찬 고함소리. 돌아보니, 문 앞에는... 마리사가 있었다. 아니, 아무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이라지만 이건 좀.

 

"마리사?!"

"오우, 앨리스. 의외네. 이런 곳에서 보다니. 파츄리 못봤냐?"

"에? 아.... 파츄리라면 안에서 자고 있을거야..."

"어라? 그래? 곤란하네. 물어볼게 있었는데..."

 

그나저나, 아까전의 앨리스에게서 느껴지던 도도함이라고 해야하나, 약간 쿨한 느낌이 마리사 앞에선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뭔데. 마리X앨리임? 저는 이 커플링 지지합니다.

 

"음? 못 보던 얼굴이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활기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마리사. 전환이 빠른 여자로구만. 뭐... 아까전같은 꼬라지보단 백배는 낫다만. 그나저나, 나를 못 알아보는건가... 그럼 정말로 그때 나를 알아봤던 사쿠야나 플랑이 특별했던걸까? 레밀리아도 못 알아봤었으니...

 

"마스터... 파츄리의 제자야. 이름은 우이."

"파츄리한테 제자?...못 본 사이에 제자까지 들이다니, 그 녀석도 방심을 못하겠는걸."

"뭐, 멋대로 자처하고 있을 뿐이지만."

"자칭이었냐. 뭐, 좋아... 그나저나 마침 잘됐다. 앨리스한테도 물어볼게 있었어."

"에? 나?"

"음. 마계로 전송되어버린 혼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

"응?!"

 

순간, 앨리스가 곁눈질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는 앨리스.

 

"...요 몇주 안보이더니. 왜 그런걸?"

"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래. 중요한 일이야. 도와줄 수 있을까?"

"글쎄. 애시당초 그런 예시 자체가 많지도 않고. 보통 죽은 사람의 혼은 저승으로 날아가니까."

"자세한건 나중에 이야기 해줄께. 찾는 방법만 알려줄 수 없을까?"

"그, 그건..."

"제발! 너한테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얘 아까 마스터를 찾지 않았던가? 잘도 그런말을 하는군.

 

"어, 어쩔 수 없네. 이번 말이야."

 

얼씨구. 이쪽은 이쪽대로 엄청 쉬운 분이시네.

 

"후우... 일단 말해둘께. 그 드넓은 마계에서 특정한 혼 하나만을 찾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그, 그렇겠지."

"하지만, 마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마계신의 귀를 통하게 되어 있어. 즉..."

"마계신을 만나서 물어보면 가르쳐준다는거지? 고마워, 앨리스!  이 빚은 꼭 갚을께!"

"자, 잠깐!?"

"바빠서 이만!"

 

앨리스가 말릴 새도 없이 급하게 손에 든 빗자루를 타고, 도서관 안에서 빗자루로 비행하여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리사.

 

"...어째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 앨리스 씨?"

"네가 빨리 정체를 밝혔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댁이 멋대로 이상한 말을 한게 원인 아뇨? 댁이 그냥 내 이야기를 꺼내면 되는거잖아?"

"그, 그거야..."

"뭐, 간거는 간거고. 아무래도 마리사는 마계에서 '나'를 찾으려는 모양이네."

"...그런 모양이네."

 

마계로 전송된 혼. 그건 분명, 파츄리의 마도서를 펼쳐 신키가 만든 함정에 의해 날아가버린 내 혼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나저나, 혼 같은걸 찾아서 뭐하려는거지? 사과라도 하려는걸까?...아니, 그걸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그런 일이었으면 무녀인 레이무의 손을 빌려 강령술이라도 하면 어떻게든 되었을테니까.

 

"근데, 저거 그대로 보내도 되는거야?"

"응?"

"아니, 잘은 모르겠지만. 마계라는 곳 말야. 그냥 평범하게 투어링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곳인가 싶어서. 게다가 신키를 만난다고 한다면... 위험도라던가, 어때?"

"...그렇네. 사실을 말하자면, 때에 따라 달라."

"그건 또 뭔 소리여."

"어머니는 창조하실때 모두에게 애정을 주시지만... 창조하시는 개체의 종류는 굉장히 편파적이거든. 영향을 잘 받으신다고 할까..."

 

뭔가 확실하지 않은 말투다. 말하기 어려운거라도 있는걸까. 편파적이라. 내가 그때 만난 신키도, 기계적인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인간적. 그 등의 엄청난 날개를 떼고 보면, 평범하게 엄청나게 예쁜 누나 정도로 보였다. 누나라고 해도 되겠지? 아무튼 나보다 나이는 많을테니까.

 

"특히, 바깥 세계에서의 문물을 받아들이는걸 정말로 좋아하셔서... 가끔씩 곤란해질 때가 있긴 해."

"문물이라니. 구체적으론?"

"...만화나 영화, 그리고 게임."

"조진거 같은 예감이 드는군."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몸은 자동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리사를 뒤쫒기 시작했다. 좆됐다 씨발. 그런거 때문에 마리사가 죽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상황이 꼬일거다. 창조신이라는 녀석이 그렇게까지 기분파일줄은.

...생각해보면 그 편린을 내가 직접 맛봤었지. 시벌.

 

"존나 빨리 사라졌네, 미친."

 

얼마나 재빠른지, 마리사는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코메이지 코이시는 '무의식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능력 사용의 가장 보편적인 예시가, '은신'. 구체적으로는 무의식 하에서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여, 눈 앞에 있지만 그녀를 인식치 못하게 하는 기술. 뭐, 광범위한 인식 소멸 스킬이라고 할까.

 

거기서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 자신을 인식할 수 없다고 해도, 그녀는 거기에 있다. 즉, 존재가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럼, 그녀를 직접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데이터로써 그녀를 인식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개발한 것 중 하나가, 이 'Scent Chaser' 능력. 구체적으로는 체취, 향 등 특정한 냄새를 시각적 데이터로 변환하여 추적하는 능력이다. 영어로 저렇게 표현 했지만, 그냥 냄새 추적 능력이다. 물론 이건 누군가의 능력은 아니고,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일종의 필터 및 인식 방식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프로그래밍.

 

참고로, 이 능력으로는 코이시를 추적하지는 못했다. 내가 의도적으로 코이시의 능력에 대한 '적응'을 해제하자마자, 그녀가 남기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단 하나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센서에는 아무래도 반응을 하겠지만... 인간이 인지하려고 하는 동안에는 모든 추적을 떨쳐낼 수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조금 이야기가 탈선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슨 소리냐. 마리사의 냄새를 쫒아 추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냄새라는건 공기 중에 흩어지기 쉽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하면 정보의 정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겠지만... 지금 정도라면 추적이 가능하다. 음... 근데 여자애의 냄새를 쫒아서 추격한다라. 단순한 변태 아닌가 이거?

 

"인간 마을 쪽인가."

 

일단은 단서를 따라서 따라가보자.

 

 

 

 

 

 

 

 

 

 

 

 

 

 

 

 

 

 

 

 

 

 

 

 

 

 

 

인간 마을.

 

처음에 환상향의 인간 마을이라고 했을떄, 개인적으로는 대충 헤이안 시대나 이 언저리의 생활을 하고 있는 농촌 정도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와서 보니, 마을에는 전기가 통하고 있었고 문명 레벨도 시골 정도의 레벨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동차는 없는 모양이지만.

전기 자체가 풍족한건 아닌지라 밤에는 거의 다 불을 끄고 있어 어두컴컴하다. 물론 지금은 대낮이지만.

 

"마리사는... 으음, 여기서부터는 추적이 안되는군."

 

일단, 마리사가 인간 마을에 내린 것은 확실하다. 그녀가 인간 마을 상공을 지나쳐갔다면 아무리 희미해도 그 흔적은 남을터. 하지만 여기서 뚝 끊겼다는건... 그런 이야기다. Scent Chaser의 성능이 좀 더 좋았다면 정확한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아직 프로토타입이니까.

다행히 인간 마을이라면 마계라는 키워드와 엮었을 때 적어도 한 곳, 짐작 가는 곳이 있다. 한번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인간 마을은 몇번 들린적이 있다. 위치는 알고 있으니...

 

"읏차."

 

갑자기 마을 한복판에 날아들면 민폐일 수도 있으니, 뒷골목을 향해 날아 살짝 착지한다. 슬쩍 뒷골목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있지만 대다수읜 인간들은 내가 내려오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눈치. 뭐, 이렇게 날아다니는 놈이 나만 있는 동네는 또 아니니까. 새삼스럽다는거겠지.

 

내가 내린 곳은 명련사 인근. 즉, 환상향의 3대 종교 파벌 중 하나인 불교의 총본산이다. 이런저런 요소를 생각해보면, 마리사는 분명 여기를 들렸을 것이다. 나아가서, 아직 여기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도 없나?"

 

명련사의 커다란 입구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야마비코인 쿄코 정도는 서 있을 줄 알았는데... 근데 대신에, 안쪽에서 뭔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 열기... 뭔가 행사라도 하는걸까?

입구를 넘어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살짝 날아서 안쪽을 보자, 안에는 대량의 수박과 그 중심에 서 있는 이 절의 주지스님이 보였다.

히지리 뱌쿠렌. 요괴와 인간의 평등을 외치는 승려이자, 사식 사충의 마법을 익힌 마법사이기도 하다. 명련사는 항상 입구만 지나쳐서 그녀를 직접 보는건 지금이 처음이다. 근데, 저기서 뭘 하는거지? 수박으로 대체 뭘...?

 

"하아아아압!!!"

- 쿠우우웅!!!

 

우렁찬 기합과 함께 충격음. 그리고 다음 순간, 수박이 일제히 8등분으로 갈라졌다. 주변에선 '오오...'하는 감탄의 목소리와 함께 박수갈채. 하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미....미친 괴물년..."

 

설마 그 한순간에 모든 수박을 일일이 손날로 깨버릴 줄이야. 그것도 저렇게 단면도가 깔끔한걸 봐서, 손날에 마력을 둘러 닿는 면적을 정말로 칼로 베는 것 마냥 최소화 시킨 걸테지. 체술, 마력 조작 능력 모두 높지 않으면 불가능한 곡예다. 저런거랑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정신차려보니, 뱌쿠렌이 쪼갠 수박을 모두가 나눠먹고 있었다. 8조각으로 쪼개긴 했지만, 여전히 크기가 크다보니 이건 뱌쿠렌의 제자들이 알아서 잘라주고 있는 모습. 헤, 이런 지역 이벤트도 하고 있는건가. 포교의 전술로썬 제법 좋은 전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뱌쿠렌이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생긋 웃는다. 아까전의 그 움직임을 보인 상대에게 인식 당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지만, 마음을 다잡고 바닥으로 내려온다. 그러자, 뱌쿠렌은 인파를 해치며 내게 다가왔다.

 

"당신이 우이, 인가요? 듣던대로의 모습이라 깜짝 놀랐어요."

"뭐?"

"아, 실례했어요. 당신에 대해선 코이시에게 들었답니다."

"아하. 과연."

 

코이시는 '일단은' 명련사 소속이기도 하다. 뱌쿠렌의 권유로 명련사에 소속된 수행자라는 이야기. 물론 코이시는 딱히 수행 같은거에 흥미가 있어보이진 않았지만...

 

"제 이름은 히지리 뱌쿠렌. 이 곳 명련사의 주지스님이랍니다."

"우이. 코이시한테 들었겠지만, 바깥 세계에서 왔어. 허. 댁 같은 미녀가 주지스님이라면 바깥에서라면 엄청난 인기였을텐데 말이지."

"어머, 초면에 이런 칭찬이라니. 능숙하시네요."

"아니,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솔직히 이정도의 얼굴에 이 몸매라. SNS에 퍼졌으면 진짜 전설이 됐을텐데. 잘만 굴러가면 불교계의 전설의 아이돌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존나 쌔니까 보디가드도 필요 없지. 거의 무적이다.

 

"후후. 날도 더운데, 우선 수박이라도 한조각 드실래요?"

"그러고보니 자르고 있던데. 오늘 무슨 날이야?"

"아, 그런건 아니구요. 날이 덥다고 해서 마을 분들이 수박을 가져와 주셨거든요. 그래서 기왕이면 다들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평범하게 잘라먹으면 되잖아."

"아하하...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남성분들도 제법 좋아하시는 눈치라서, 가끔씩 이런식으로 힘을 쓰기도 한답니다."

"아...과연."

 

아이들이야 신기해서 좋아하는거겠지만... 남자들은 격하게 움직이면서 흔들리는 히지리의 그것을 보고 싶어서 그런거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군. 번뇌퇴산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아, 수박은 괜찮아. 나는 별로 덥지도 않고, 그리고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신가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무슨 일로?"

"키리사메 마리사를 찾으러. 이쪽으로 왔지?"

"글쎄요?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고개를 갸웃하는 뱌쿠렌. 보아하니 정말로 모르는 모양이다. 질문을 바꿔볼까.

 

"오늘 혹시 성련선이 출항할 예정은 있어?"

"어머. 오늘 처음 오신 것 치곤 굉장히 상세히 아시네요. 성련선에 대해선 코이시에게?"

"뭐, 그런 셈이지."

 

사실은 이미 설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지라,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성련선... 그러고보니 아까, 미나미츠가 오늘 출항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정기 일정이 아니긴 하지만... "

"행선지는?"

"...그러고보니 행선지까지는 물어보진 않았네요. 통상적인 운행 스케쥴이라면 어디까지나 '관광'의 요소로써 쓰이고 있으니까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음... 설명하기엔 좀 긴데. 조금 서두르고 있거든. 혹시 그 배에 나도 탈 수 있을까?"

"코이시의 친구분이기도 하고,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니... 물론이죠.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디?"

"별건 아니고, 며칠 뒤에 정기 집회가 있거든요. 거기에 참석해주신다는 조건이라면."

"아하. 뭐, 그런거라면야."

 

솔직히 억지로 뭔가를 강매당하거나 그런거였으면 거절하려고 했는데. 뭐, 훈련소에 있을땐 초코파이 얻어먹으려고 종교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으니까. 이정도 약속은 할 수 있다.

 

"그럼 이걸 가져가서 본당 쪽으로 들어가셔서 기다리고 계시면 될거에요. 혹시나 배 안에서 미나미츠한테 침입자로 오해 받았을 때, 그걸 보여주시면 될거에요."

 

그녀가 건내준 것은 그녀가 어째선지 목에 차고 있는 커다란 염주를 축소해놓은 듯한 녹색 염주였다. 근데 유리구슬인가...? 유리라고 하기엔 좀 감촉이 특이한걸.

 

"갑자기 들이닥친건데도 이렇게까지 도와줘서 고마워, 히지리."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겠어요? 그땐 차라도 한잔 하면서."

"그러자구."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히지리가 아까 가르켰던 본당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친절하네...다른 속셈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에게서 거짓말을 하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기사, 분류로 따지면 뱌쿠렌은 '선한 인간'에 속한다고 알고 있다. 그 기본 설정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본당에 들어서자, 바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다른 정적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건물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요력의 기운. 정확하게는... 요력으로 움직이는 무언가에 발을 들였다는 감각. 묘련사 본당이 성련선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정보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어와보니 뭔가 실감이 난다. 어떤 식으로 변형해서 배가 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요력의 흐름을 따라서, 어디에 있으면 안락하게 배에 탑승할 수 있을지 정도는 감이 잡힌다.

 

- 치지직...

 

그때, 법당 구석에 있는 스피커(왜 있지?)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스피커 너머로 숨소리가 들려온다.

 

- 아아, 테스트 테스트. 이거 들리는거 맞지? 내쪽에선 안들리니까 확인할 방도가 없단 말이지...

 

"뭐여?"

 

- 아아. 현 시간부로 긴급출항을 실시하겠습니다. 위험구역에 계시거나, 승선을 원치 않는 분들은 지금 바로 이탈해주시기 바랍니다.... 뭐, 걔 말고는 아무도 없겠지만.... 아, 뭐. 괜찮겠지. 출항!!!

 

- 쿠구구구구구...

 

낮은 진동음과 함께, 주위의 벽이 밀려나는 것이 보인다. 배의 형태를 취하기 위해서 내부 구조가 변하는건가? 그런 주제에 벽에 붙어 있는 장식이나, 가구 위에 올라가 있는 것들은 그대로다. 물리법칙을 벗어난 그 모습에, 다시금 여기가 환상향이라는걸 느낀다.

아니, 그보다. 안전구역 안에 없었으면 저 벽에 밀려 들어가서 죽었던거 아냐?...하기사, 여기 요괴들이 그런 사소한걸 신경 쓸리도 없나.

 

"......?"

 

그나저나, 내부 구조가 변형된 이후로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변형만하고 대기하고 있는건가? 분명 출항! 이라고 선언했던 것 같은데... 음?

 

"좌표가..."

 

지도를 열어 현재 좌표를 확인하니, 이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속도로 환산하면 시속 50km 정도로 날고 있는건가... 아니, 벌써 떠올라서 날고 있는데 이 탑승감이야? 존나 쩌는걸?...아참, 그러고보니.

 

- 야, 아이리.

- 아, 마스터. 무슨 일이에요?

- 지금부터 좀 멀리 떨어질 예정이라서 말야. 한동안은 절전 모드로 있어줘.

- 같이 가면 되는거 아니에요?

- 코이시한테서 도망치는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건 너잖아.

- 그, 그랬죠.

- 아무튼, 마계까지 다녀올거니까 얌전히 있어.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할께.

- 알겠어요. 코이시님께도 전달 드릴까요?

- 그러던ㄱ...아, 아니다. 코이시한텐 말하지마. 비밀인건 아닌데, 괜히 말했다가 여기까지 쫒아오면 일이 꼬여.

- 네. 그럼, 올 때 메로나~

- 그려.

 

...참고로 올 때 메로나~ 라는 인사는 내가 가르쳐준거다. 바깥세계에서 쓰던 인사법 중 하나라고 가르쳐준건데, 생각보다 입에 잘 붙나보다.

아이리가 나와의 마력 링크가 디스커넥되고, 절전모드로써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약 3일. 절전모드 중의 아이리는 번개를 이용한 공격을 하지 못하며, 기본 신체 능력의 70%만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외부요소를 통한 마력 충전은 단 하나의 방법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USB 포트 없는 휴대폰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이 3일이 지나면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기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상태에선 물론 반영구적으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기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의 공격에 매우 취약해진다.

뭐, 그 전까지 돌아갈거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

 

자, 그럼 일단 이제부터 어쩐다. 마리사를 쫒아 성련선에 탑승한 것 까진 좋은데... 아차, 그러고보니 정작 마리사가 이 성련선 안에 있는지부터 알아내야지. 찾아볼까.

 

"지도 정보는... 아무리 그래도 없나. 그렇다면."

 

설마 싶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해보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련선 내부의 정보까지는 없는지 현재의 좌표만이 확인된다. 뭐, 다른 방법이 없는건 아니니까 상관 없지만.

 

"후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오른쪽 손바닥을 바닥에다 댄 뒤 손바닥으로부터 기를 퍼트려, 이 성련선 전역에 기를 흘려넣는다. 혹시라도 배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소한의 양만 흘린다. 음... 제법 크네. 그리고 배에 대해선 전혀 모르니까 정작 내가 있는 위치를 뭐라고 부르는지 전혀 모르겠다. 일단은 한층만 더 올라가면 갑판인건 알겠는데. 거기에 배 전체에 요력과 마력이 흐르고 있다보니, 누군가의 존재를 특정하기가 좀 쉽지가 않다. 좀더 많은 양의 기를 흘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한데... 급한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흐름에 따라 움직인 것 뿐이긴 하지만 설마 벌써 마계로 가게 될 줄이야. 굳이 찾아갈 생각조차 없었다보니 스스로도 의외의 상황이다. 뭐, 이왕 간 김에 나도 신키 얼굴은 직접 한번 보고 가고 싶긴 하네.

 

"에고고. 얼마나 걸리려나."

 

자리에 누워, 팔을 베개 삼는다. 기는 아직도 흘리고 있기 때문에, 얼마 안가서 마리사의 존재여부 자체는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도 모르는 판이니,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단 누워서 쉬고 있는게 좋겠지.

 

"배에 이상한걸 불어넣고 있는 녀석이 있다 싶더니. 넌 뭐야?"

"어라라. 벌써 들켰나."

"이 성련선에 밀항자라니 간이 부었구나. 거기다가 느긋하게 누워서 쉬고 있기까지... 간을 좋아하는 녀석들 한테는 거의 진미이겠는걸?"

 

누운채로 시선을 내려보니, 거기에는 국자를 손에 든 세일러복의 소녀가 서 있었다. 이 배의 선장이자, 배를 침몰시키는 배유령. 무라사 미나미츠. 근데 선장이 배유령인건 괜찮은건가? 자기 배는 침몰 안시키니까 ok라는걸까...

 

"일단은 진짜 주인한테는 허가 맡았어~"

"그 염주는... 뭐야, 히지리의 손님이야? 간만에 재밌게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네."

"나로써는 굉장히 안심되지만 말야."

 

뱌쿠렌이 줬던 염주를 꺼내 흔들어보이자, 아쉬운 듯 중얼거리는 미나미츠. 정말로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내심 놀라고 있다. 뱌쿠렌 녀석, 겨우 몇마디 이야기 했을 뿐인데 이정도로 나를 이정도로 신뢰하고 있다고?...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아니면, 어짜피 배신 당해도 힘으로 찍어누르면 된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신뢰...아니지, 믿어준 사람한테 그런 말은 실례다.

 

"그나저나, 오늘은 일반 투어 루트가 아닌데 괜찮아? 마계로 가고 있다구~"

"마계라."

"난폭한 손님이 있어서 말야~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흐응."

 

잘 보니, 미나미츠의 옷 여기저기가 살짝 그을려 있다. 아무래도 탄막 승부로 마리사에게 진 모양. 스펠카드 배틀의 룰, 인가. 그러고보니 나도 슬슬 스펠카드 한 두개정도는 만들어둬야 하는데. 엔드 오브 문라이트는 굳이 따지자면 스펠카드로써는 실패작이니까 말야. 인펄사의 상심은 스펠카드라기보단 특수 마법이고.

 

"뭐, 상관 없어. 근데 마계라는 곳은 배를 타고서만 갈 수 있는 곳이야?"

"마계? 음~ 그렇지만도 않긴 한데. 맨몸으로 마계의 경계를 넘는건 그리 추천할만한 행동은 아니야. 몸에 압력이 좀 들어오거든."

"좀? 좀이라면 어느정도?"

"어린 인간 정도라면 그대로 고깃덩어리가 될 정도려나?"

"좀이 아닌거 같은데."

 

반대로, 이런 배 안이라면 배가 압력을 받아서 안에 있는 사람은 무사하다는 이야기인가. 과연... 아니면 경계에 대항할 수 있는 마력 방벽을 몸에 두르고 있으면 괜찮다는 이야기기도 하겠군. 나 같은 경우에는 몸에 기를 두르는걸로 어느정도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

 

"뭐, 경계를 넘을 때만 그런거니까 크게 걱정 안해도 될거야. 그렇지, 마계까지 도착할 때 까진 아직 좀 시간이 있는데, 갑판에 올라가보는건 어때?"

"갑판에?"

"응. 이곳에는 날아다닐 줄 아는 녀석이 많으니까 하늘 위에서의 풍경이라는거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성련선 갑판 위에서 내려다보는 환상향이란건 또 맛이 다르다구?"

 

약간 흥분조로 말하는 미나미츠. 자신의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자랑하고 싶었던걸까. 그녀의 목소리에선 어느정도 자부심도 느껴진다. 과연. 이러니저러니 해도 항해를 좋아하는 선장님이라는걸까. 그렇다면야.

 

"그럼 그럴까.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궁금해지는걸."

"분명히 마음에 들거야! 자자, 이쪽으로~"

 

미나미츠의 안내를 따라 갑판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면서 기의 흐름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배의 지도를 GUI로 띄워 곁눈질로 바라본다. 마리사의 위치는 아까전 부터 파악하고 있다.

그녀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선실 안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었다.

 

 

 

 

 

 

 

 

 

 

 

 

 

 

 

 

 

 

 

 

얼마 뒤.

 

"후우~어땠어, 성련선은?"

"생각 했던 것 보다 많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 대단한 배인걸."

"히히, 그렇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곧 있으면 마계 입구로 진입할 거야.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구."

 

그럼~ 하고 손을 흔들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무라사 미나미츠. 배유령이라길래 제법 음습한 요괴인가? 라고 생각 했었는데, 아무래도 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녀에게선 선장으로써의 프라이드, 손님을 즐기게 하고자 하는 엔터테이먼트 정신, 그리고 숨길 수 없는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는 구석구석에 '요괴다움'이 숨어 있긴 하지만... 굉장히 호감가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이 배, 성련선.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운 기체다. 단순히 요력만을 이용하고 있지 않고, 기, 마력, 순수한 운동 에너지 등 폭 넓은 부분에서 거리낌 없이 기술을 활용한 흔적이 느껴진다. 미나미츠는 이 배를 뱌쿠렌한테 받았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 시점은 어디까지나 '요괴가 존재하던 시절'. 뱌쿠렌이 이 배를 직접 만들었을 것 같진 않고, 누군가가 뱌쿠렌의 의뢰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배를 뱌쿠렌이 이용한거라면... 의외로 바깥 세계의 옛날은 제법 낭만 있는 시대이지 않았을까. 덕분에 이것저것 영감을 많이 받았다. 나는 요괴가 아니기에 아직 요력을 다루진 못하지만, 마력과 기, 그리고 운동 에너지... 그리고, 파츄리의 마법인 '금' 과 '목'의 마법을 이용하면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들뜨는건 여기까지 하고.

 

"...누가 보면 뒤진줄 알겠군."

 

미나미츠의 설명을 계속 들으면서, 마리사의 위치는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었다. 적어도 30분 이상은 미나미츠랑 움직인 것 같은데,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잠들거나 그런 상태는 아니다. 정말로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솔직히 조금 소름끼치는군. 음... 아니지. 내가 그렇게 반응하는건 아무리 그래도 좀 실례인가. 어찌됐던 그녀는 나 때문에 마계로 향하고 있는 거니까.

 

그 때.

 

"음..."

 

마치 사우나 안에 있다가 바깥에 나온 것 같은... 순식간에 공기가 일변한 감각. 거기에 온몸을 도는 마력이 평소보다 훨씬 더 활성화 되는 것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마계에 진입했다는걸 깨달았다. 과연... 그러고보면 내 몸은 신키가 만든 것. 마계에서의 친화도가 훨씬 높다는 이야기인가?

 

- 아아. 어텐션 플리즈. 본 함은 마계에 진입 하였습니다. 도전자와의 약속대로, 본 함은 3분 뒤에 여기서 회항하여 명련사로 복귀합니다. 내리실때 잊어버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여기가 종착인가."

 

GUI로 지도를 켜, 시선의 오른쪽 아래에 배치한다. 지역명은 마계, 에소테리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역명인데... 아, 성련선 5면 필드곡. 이거 진짜로 지역명이었어? 신기하네... 아차차, 나도 하선해야지. 계속해서 좇고 있는 마리사의 위치는, 미나미츠의 방송 이후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일부러 컨텍은 피했고, 미나미츠에게도 내가 승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리사에게 말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우선은 먼저 하선해서 어떻게든 미행할 수 있도록 포지션을 잡아봐야지.

 

"홀리..."

 

그리고 갑판 위로 나서서 본 풍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 스스로도 눈을 의심했다. 자색의 구름들 사이로, 울긋불긋한 바닥이 엿보인다. 아마 정말로 지면이 붉은색인 것은 아닐 것이고, 이 주변을 가득 채우는 마계의 마력이 대기의 색을 붉게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구름 위라니, 숨기가 좀 애매하긴 하네... 아, 구름 속에 숨어 있으면 되려나? 조심스럽게 진입하면 그야말로 연막속에 몸을 숨기는 셈이 되겠군.

 

그나저나, 예상했어야 했는데. 성련선이 항로로써 뚫어놓은 길이라고 해봐야, 결국 마계의 일부인 '법계'로 향하는 항로뿐일 것이라고 말이지.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뱌쿠렌이 봉인되어 있던 장소가 있으니까.

아무튼, 빠르게... 하지만 구름이 흩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구름 뒤에 숨어 성련선에서 마리사가 하선하는 것을 기다린다. 얼마되지 않아, 마리사가 빗자루를 타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와 엇갈리듯 성련선은 지나왔던 항로를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마리사 녀석... 신키를 만나려고 하는 모양인데. 무려 마계를 창조한 신을 대체 어떤 식으로 만나려고 하는거지? 바깥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일신 종교에선, 기도하면 나타난다고는 하던데.

 

- 삐융!!!

 

"뭐여 시벌."

 

마리사의 인영을 중심으로 빔이 뿜어져 나와, 어디론가 발사된다. 그 궤도에는, 몇마리의 요정들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마리사가 내뿜은 빔에 맞은 요정들은 시원하게 증발. 아니, 애꿎은 요정은 왜 갑자기 괴롭히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어디선가부터 요정들의 무리가 마리사에게 덤벼들기 시작한다. 그 수는,수십에서 수백. 어디서 저렇게나 많은 요정들이 나타나는걸까. 솔직히 벌집 들쑤신거랑 비슷한 감각이 느껴진다. 아니, 근데 더 이해가 안되네. 대체 무슨 결과를 바라고 저런 짓을?

 

"응?"

 

그때, 무리를 지어 마리사에게 덤비려던 요정들 중 일부가, 어째선지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다. 아니, 나는 갑자기 왜? 아니 시발, 어그로 관리 안해? 거기다가 저 녀석들, 표정이 굉장히 호전적인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요정들이랑은 조금 다른 모양. 마계라서 그런걸까.

 

"조용히 처리 해야겠군."

 

일단은 미행하고 있는 입장이다. 화려하게 처치했다가 미행 대상한테 들키는 것 만큼 한심한 일도 없겠지. 뭐, 그것을 위한 물건은 이미 준비해놨지.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빵야빵야."

 

- 퓩! 퓩! 퓩!

 

[금]의 마법으로 순식간에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만들어내, 요정들의 미간을 향해 정확하게 총알을 발사한다. 소음기를 통해 발사된 총알은 빠르게 요정들에게 날아가, 머리에 기절할 정도만큼의 충격을 주어 기절 시킨다. 발사한 것은 고무탄이지만(목속성의 마법으로 만들었다), 탄에 담겨 있는 마력에 의해 기절할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고무탄이라 불안한 명중률도 마력이 담겨 있기 때문에 크게 향상된 상태. 상대가 의식하고 피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못맞출 수가 없다.

총에 맞은 요정들은 그대로 슈우욱 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가지만... 뭐, 요정이니까 여기서 자유 낙하 한다 해도 죽지야 않겠지. 애시당초 죽음의 개념이 없긴 하지만.

 

그나저나, 보통 '평범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지닌 권총을 만들어낼 때에는 잘해봐야 30초 정도 소모되고, 평소에는 1분 정도 쓰는데... 지금 만들어진 권총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 완성도는 '실제 권총'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는 수준. 마계에 있어서 그런걸까? 평소보다 마법 사용의 상태가 좋다. 그나저나, 마리사 녀석. 뭐 때문에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거지?

 

"...설마, 난동 부리고 있으면 신키 쪽에서 찾아올거라고 생각하는건가."

 

하는 짓이 야쿠자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가망이 있는 작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뭣보다, 여기는 법계. 마계에서도 깡촌이라고 불리고 있는 모양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페어리 슬레이어 짓 좀 한다고 창조신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진 않는데. 다른 의도가 있는걸까?

마침 마리사가 주위를 정리하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좋아, 따라 붙어보자.

 

 

 

 

 

 

 

 

 

 

 

대충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무 생각도 없었나보네."

 

가져와서 주머니에 넣어뒀던 육포를 씹으면서, 멀리 있는 마리사를 관찰한다. 비행 마법과 전투를 병행한지 1시간. 마계의 요정들은 제법 호전적이고 양이 많아, 한번의 전투마다 소비되는 체력이 평소의 전투보다 높을 터. 게다가 그걸 거의 쉬지 않고 1시간 동안 강행하는건... 아무리 마리사라고 해도, 쉽지는 않을 터.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마계의 마력 농도. 마리사가 '마법사' 라면 괜찮았겠지만, 그녀는 어찌됐던 아직 인간의 몸이다. 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천천히 몸에 부담이 올텐데.

 

그나저나, 정말로 이렇게 난동 부리는 것 만으로 신키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걸까. 전투 이외에는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이 법계에서 나의 영혼을 찾고 있다던가? 아예 찾아다니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모래사장에서 맨눈으로 사금 찾기보다 무모하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이대로는 마리사가 지쳐서 쓰러진다. 그냥 내가 나서서 강제로라도 되돌려보내야 할까. 겸사겸사 내 정체도 밝히고.

 

...알고 있다. 사실 이럴 필요 없이 애시당초 내가 성련선에서 마리사가 있는걸 확인하자마자 그녀와 컨택해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굳이 이럴거까지 없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나는 아직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를 용서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1시간이나 저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내 마음속 한 구석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고 있다. 원한 같은건 아니다. 애시당초에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 무언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

 

나는 그저, '살인'이라는 죄를 청산하기 위해 그녀가 어디까지 행동하는가가 궁금한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이기에 가능한... 아니, 이건 피해자만이 채울 수 있는 권리를 지닌 호기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쓰러지게 되면 도울 생각이지만... 아무튼, 그 호기심이 충족될 떄 나는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똑같은 짓을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보기 안타까운데... 음? 뭐야 이 반응은. 저 멀리서부터 뭔가가 다가 오고 있는데? 

 

"음...? 뭐야, 저 빨간거."

 

시력을 마력으로 더 강화시켜,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포착한다. 뭔가 빨간 옷을 입고 있는 무언가... 요정은 아니고. 옷이 마치... 메이드복? 금발에, 메이드복에, 이 마력 반응... 이 조합, 뭔가 기억이 날랑말랑하는데...

...유메코. 맞다. 유메코다. 아, 그 도박에 미친 쪽 말고. 신키의 최측근이자, 마계 최강의 존재 중 하나. 저런게 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거지? 설마 마리사의 작전이 먹힌건가? 마리사를 신키에게 안내하려고 찾아온걸까? 만약에 그런거라면... 이야 시발, 이게 되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런 것 치곤 그녀의 표정이 밝지 않다. 거기에 이 느낌은... 살기.

 

"애미."

 

전속력으로 마리사를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 저 멀리서 마리사를 향해 날아오는 나이프의 군집. 젠장. 마리사 녀석, 눈치 못챘는지 피하려고도 하질 않는구만. 내가 직접 쳐내는건 이 거리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나이프엔 나이프지!"

 

[금]의 마법으로 수많은 나이프를 만들어내, 마리사에게 날아가는 나이프의 군집과 겹치도록 발사한다. 계산하고 발사한건 아니기 때문에 날아드는 모든 나이프를 상쇄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나이프는 전부 튕겨냈는지 날아든 나이프는 마리사의 뒤를 넘어 허공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러던 말던 유메코는 그대로 마리사에게 돌진한다. 다행히 날아드는 나이프에 놀란 마리사가 회피기동을 하여, 유메코의 발차기를 피한다.

 

"여기는 내 구역이야. 또 언제나처럼 난동을 피우는구나. 너는."

"누구냐? 넌."

"기, 기억 못한다고? 이쪽은 마계에서 네녀석들이 난동을 부렸던 날을 아직 잊고 있지 않은데..."

"아~....신키 옆에 붙어 있던 그 메이드 녀석이로군. 기억 났어."

 

이제야 자신을 기억한 마리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유메코.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내게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과연. 신키님의 반응이 두군데서 느껴진다고 했더니. 네가 그 인간이구나."

"그런듯?"

"어, 너 분명... 우이였나? 왜 네가 여기 있는거야."

 

이제서야 내 존재를 알아챘는지, 살짝 놀란 눈치로 내게 말을 거는 마리사.

 

"뭐, 투어 비슷한거지.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마리사."

"오, 오우..."

"그나저나 여기는 진짜 아무것도 없네. 마계라고 하길래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말야."

"여긴 마계에서도 깡촌인 법계니까. 신키님이 계신 곳과 가까워질 수록 너는 상상도 못한 풍경이 펼쳐질껄?"

"헤에-"

"...굉장히 관심 없다는 듯한 리액션이네. 투어라고 하지 않았어?"

"뭐, 투어라고 해도 사람마다 목적이 다른법이지. 자,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볼일 보세요."

 

아까전에 자신이 던진 나이프를 상쇄 시킨게 나인걸 알고 있어서 그런걸까. 유메코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이내 마리사에게 시선을 돌린다.

 

"내 구역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마리사. 뭐가 목적이야?"

"신키와 만나게 해줘. 찾아야 할 영혼이 있어."

"영혼?... 명계랑 헷갈린거 아냐? 왜 영혼을 여기 마계에서 찾는건데?"

"그건 내 사정이고. 만나게 해줄거야? 말거야?"

"...제법 건방지네. 내 구역을 어지럽힌 것도 모자라서, 다짜고짜 요구질이라니. 싫다고 하면 어쩔건데?"

"당연히 이 녀석으로 승부를 봐야겠지."

 

품에서 스펠카드를 몇장 꺼내 보여주는 마리사. 스펠카드 룰. 가지각색의 종족이 사는 환상향에서, 인명피해를 내지 않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투 룰. 하지만, 그 카드를 보고도 유메코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거. 요새 마계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말야. 미안하지만 스펠카드 결투는 받지 않을거야."

"뭐...?"

 

이건 또 다른 전개로군. 확실히, 상대가 룰을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 이 스펠카드 룰이다. 다만, 이런 경우 하쿠레이의 무녀가 제재를 준다거나 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만, 아까전에 '요새 마계가' 라고 말했지? 뭔가 있는걸까.

그보다, 좀 흐름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마리사가 아무리 날썌고 강하다고는 해도 일개 인간. 반대로 유메코는 마계에서 신키가 만든 창조물 중 최강에 속하는 존재. 만약에 유메코가 진짜로 진심으로 마리사를 상대한다면...

 

"구역에서 난동을 부린건 눈감아주지. 지금 당장 돌아가도록 해. 지금 마계는, 평범한 마법사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야."

"잠깐만! 나 진짜로 신키를 만나야한단 말이야!"

"...눈 감아줄때 빨리 떠나. 안 그러면 녀석들에게 당하기 전에 내가 처리해주겠어."

 

살의에 가득찬 눈빛으로 마리사를 노려보는 유메코. 그 기백에는 아무리 마리사라고 해도 다소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녀석들? 마계에 침입자 같은거라도 있는걸까?

 

"...이쪽은 이쪽대로 사정이 있단 말이야.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면...!."

"하아... 진짜로 말귀를 못알아듣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 마리사를 향해, 유메코는 엄청난 속도로 마리사에게 다가가 그녀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하려고 한다.

 

- 턱!

 

"뭐야?"

"우, 우이?"

 

몸이 먼저 움직여서 다행이다. 유메코의 팔에 들어가 있는 힘은, 평범한 인간의 육체라면 쉽게 뚫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진짜로 죽이려고 했냐, 이 미친 메이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부탁을 하면 적어도 거절하는 이유정도는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

"건방 떨지마. 그저 신키님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인 일반인이."

"존나 쌉인정하는 부분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리고, 창조신의 최고 걸작이라는 녀석이 이렇게나 속이 좁아서야, 창조주가 뭘 가르쳤나 몰라?"

"...그 말 취소해!"

 

팡! 하고 강하게 내 손을 뿌리치는 유메코. 그 반동으로 나와 유메코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벌어진다. 심리적으로도 멀어진 것 같지만, 그건 뭐 패드립의 순작용이니.

 

"원하신다면 싸워드리지. 다만, 내가 이기면 신키를 만나게 해주는거야. 안그래도 나도 면담이 좀 필요할 것 같거든."

 

과장스러운 제스쳐를 취하며 지금 이 대화를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하듯 말한다. 분명히 지금 제 3자의 시선이 느껴진단 말이지.

 

"닥쳐. 어짜피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감히 신키님을 모욕해?"

"ㅋㅋ 그니까 신키 욕 안먹게 니가 잘했어야지. 안 그래?"

"......"

"어... 마리사, 멀어지는게 좋겠어."

"뭐?"

"떨어져 씨발!"

 

멍때리는 마리사를 발로 차 밀어낸 직후, 유메코의 바디블로가 내 복부에 직격한다. 부정적 감각 차단으로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몸의 제어가 한순간 불가능해진다. 부정적 감각 차단이 있다고는 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는 불쾌한 감각이다. 거기에 그 충격파만으로 마리사는 한번 더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이거, 내 몸이 이 공격으로 산산조각이 안난게 기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존나 쌔시네요."

"죽어!!!!"

 

바디블로의 충격으로 날아가는 내 몸. 그리고 그걸 따라오듯 수많은 나이프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이프라니. 아까부터 느끼는거지만 좀 사쿠야랑 비슷한 전투 스타일이네. 힘의 수준이 전혀 다르고, 시간 조종 능력이 없지만... 뭐지? 야부키 신고인가? 아니, 이런 비유는 유메코한텐 실례려나.

몸에 제어를 되찾는 것과 동시에 나이프의 궤도에서 벗어나 아까 만들었던 권총을 꺼내 유메코의 미간을 노리고 발사한다. 이번엔 고무탄이 아닌 실탄. 거기다가 마력으로 사속을 강화시켰다. 어짜피 이거 맞아도 안죽는건 아까 전 얻어맞는 한 순간에 파악했다.

 

- 탕탕탕!!!

 

"치졸하긴!"

"뭐, 그러시겠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총알을 피하며 내게 돌진해오는 유메코를 보며 나도 모르게 쓴웃음 지었다. 일단은 쏜 직후에 마력으로 발사 위치를 조종했기 때문에 총구를 보고 피하는건 불가능했을텐데 말이지. 즉, 탄을 직접 보고 피했다는 이야기다. 뭐하자는 동체시력이야?

 

"결국 그정도 뿐이라는거겠지, 인간!"

 

머리를 노리며 날아오는 유메코의 강권. 아까는 복부였기에 몸의 제어가 일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충격이었겠지만, 머리는 좀 위험하다. 하지만, 아까부터 느끼던거지만 공격이 제법 정직하다. 상대가 어떻게 잔재주를 부려도, 압도적인 기초 스펙 하나만으로 이를 전부 상쇄해 왔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지만.

 

"글쎼. 나름 이것저것 겪어서 말야."

 

몸을 살짝 비틀어 그녀의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기를 극단적으로 모아 강화시킨 손날로 이를 흘려보낸 뒤, 그 힘을 이용하여 그대로 그녀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그녀를 내동댕이 친다. 메이린의 '기'의 활용법을 얻으면서, 동시에 그녀가 가지고 있던 권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유메코의 팔을 흘려보낸 왼쪽 손목을 보니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금방 낫긴 했지만, 이렇게 될까봐 이 부위를 기로 극단적으로 강화 시켰는데도 이 꼬라지다. 진짜로 괴물인가? 그렇다면 그걸 준비해야겠는걸.


- 콰아아아아앙!!!

 

자신의 힘이 더해져 내동댕이 쳐진 유메코는 새까만 법계의 바닥으로 떨어져, 그대로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쳐박힌다. 이걸로 무력화 됐을리는 없을거고.

 

"읏차."

 

금의 마법으로 총구가 6개인, 이상하리만큼 총신이 긴 총을 만들어내 그 손잡이를 붙잡는다. 다총열기관총, 일명 '미니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범하게 살면서 이 총의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런 내가 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마스터의 마법도서관에 관련 서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도서관 최고야.

자, 어디보자. 일단 정확하게 유메코의 머리 위로 이동해서, 총열을 직각으로 내리고...

 

"자, 문명의 이기의 위력 한번 보실까."

 

총에 뒤쪽에 있는 스위치를 킨 뒤, 총을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얼마 안가.

 

-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시발 존나 쩔어!!"

 

마치 예초기 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분당 4천발의 탄환을 발사하는 미니건이 불을 내뿜는다. 탄을 계속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기 때문에 급속도로 온몸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지만, 못버틸 정도는 아닌데다가 이 압도적인 화력에 온몸이 떨려온다. 실제로 총의 반동으로도 떨리고 있고,.공중에서 쏘고 있다보니 자연적으로 몸이 점점 위로 떠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휴우. 기분 좋았다."

 

대충 1분 정도 쐈을까. 슬슬 현기증이 나기 시작해서 총의 스위치를 끄고, 그대로 던져버린다. 누가 줏어가도 환상향에서는 나 말고는 써먹지도 못할 무기다. 기껏해봐야 둔기로 쓰지 않을까. 자, 유메코의 상태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못버텼나보네."

 

유메코의 신체 자체는 탄에 피해를 입어도 꿰뚫리지 않아 몸은 멀쩡해보였지만,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사실상 옷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준으로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유메코라도 4000발이나 되는 그야말로 '총알 세례'를 맞고서도 멀쩡하진 않았는지, 기절해 있었다.

솔직히 이걸 맞고도 그녀가 전투 속행이 가능했다면 나는 명백하게 졌을거다. 총알을 만들고, 발사 할때의 탄 퍼짐 방지, 그리고 사거리 증가 마법을 동시에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마력 고갈로 대응을 못했을테니까...

...반대로 맞아준게 신기하네. 방심이라도 했던걸까?

그나저나, 다른건 몰라도 탄 생성 마법의 마력 소모가 너무 큰걸. 하기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금속을 '만들어 내는' 마법을 쓰고 있으니까. 마력 소모가 클 수 밖에 없지.

 

"휴우."

"대... 대단해... 방금 그건?"

"아아, 방금 그것은 [미니건] 이라는 것이다. 분당 4000발의 탄환을 발사하는 괴물 같은 총이지. 참고로 살상용이니까 농담으로라도 사람한테 겨누면 안돼. 위험하니까."

"저 녀석한테는 겨눴잖아."

"안 죽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 그리고 사람 아니고."

"그, 그러냐... 그나저나, 저 녀석한테는 신키가 있는 곳을 물어봐야 하는데 말이지."

"......"

 

으음- 하고 곤란한듯 신음을 흘리는 마리사.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영혼을 찾는다고 했지. 왜 찾는거야?"

"...글쎄다. 사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찾는다 한들 죽은 녀석을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그저.... 그렇네. 적어도 여기가 아니라, 명계로 제대로 보내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는걸까. 듣자하니 바깥 세계에서 온 녀석이라고 하던데... 나 때문에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렸으니까 말야."

"음."

"뭐, 나는 염마랑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으니까 말야. 잘 말해두면 어떻게 좋은 곳으로 보내주지 않겠어?"

"그것 때문에 마계까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라고 말하며, 품에서 플라스크 병을 하나 꺼낸다. 은은하게 마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아, 아마 영혼을 안전하게 담기 위한 용기겠지. 과연, 마리사의 목적은 이거였나.

 

"...라니, 아하하. 사정도 모르는데 이렇게 말해봐야 잘 모르려나."

"아니. 대강의 사정은 사실 마스터에게 들었어."

"...그런가. 알고서 따라온거지?"

"뭐. 그런 셈이지."

 

이제 와서 숨겨봐야 뭔 소용이 있겠나.

 

"...결국은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는건 알아. 이런걸로 용서 받을 수 있을리도 없고. 하지만... 할건 해야하지 않겠어?"

"그럴지도 모르지. 뭐, 그렇다는데! 신키! 그만 구경하고 나와!"

"에?"

 

아까부터 느껴지는 시선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마력.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그녀의 마력은 나의 마력과 매우 유사하다. 근처에 있다면 모를 수가 없다.

 

"아하. 들켜버렸네☆"

 

무안한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낸, 3쌍의 이형의 날개를 가진 창조신. 신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전에는 본적 없는 이형의 헤일로가 떠 있었다.

 

"그 헤일로는 왠거야?"

"에? 아, 이거? 요새 어린 여자애들은 머리 위에 이런걸 띄우고 있던데? 패션인거 같아서!"

"그러십니까..."

 

'젊은 애'는 둘째치고, 정말로 영향받기 쉬운 성격이구만. 하는 김에 교복에 총기류도 등에 메고 있지 그랬어.

 

"오랜만이네 마리사. 요새 앨리스는 건강해?"

"...신키. 부탁이 있어."

"만나자마자 부탁이라니, 꽤나 급하네~ 뭔데?"

"네 힘으로, 마계로 흘러들어온 영혼을 찾아줘."

"영혼?"

"파츄리의 책 때문에 이쪽으로 흘러들어온 영혼이 있을거야."

"어? 그 영혼의 주인이라면 네 옆에 있잖아."

"뭐?"

"......그걸 바로 말해버리면 어쩌냐."

 

째릿, 하고 신키에게 눈총을 쏜다. 눈치가 있으면 적어도 '왜 그런걸 묻느냐-'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런... 에휴. 됐다.

 

"에? 뭔데?"

"아니야. 아무것도... 뭐, 그런거야. 마리사."

"하, 하지만... 그때 만났을땐 분명..."

"남자였지 않냐고? 그렇긴 한데 말이지."

"아하하. 신체를 변형시키다보니 어쩌다보니 여성형으로 바뀌어버렸네?"

"신이라는건 생각보다 대충대충인 모양인지라."

"아.... 아아..."

 

마리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그 손에서 플라스크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그 직후.

 

"미안.... 미안해...!...흐윽...!"

 

내게 푹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말을 입에 올리는 마리사. 그 얼굴에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었겠지.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마리사를 차가운 눈으로 보는 내 시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됐어. 뭐 어때. 사람이 살면서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이지."

"하... 하지만..."

"하지만이고 킹치만이고 없어. 당사자인 내가 용서한거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케이? 뚝. 울지 말고. 괜히 너 울렸다가 앨리스한테 걸리면 인형들한테 꼬챙이형 당할걸?"

"...그녀석한테도 아무래도 걱정하게 만든듯하네."

"하는 김에 모리치카 린노스케 한테도 제대로 인사하러 가야겠지?"

"...물론이지. 돌아가면 할게 많겠는걸."

"그려그려."

 

마리사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지만, 약간은 구원받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자, 그럼 이제...

 

"신키. 아까 유메코가 한 말은 뭐야?"

"아~ 그거! 안그래도 요새 골머리를 앓고 있단 말이지. 그 검은 기운!"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여기서도 출몰하고 있었나.

 

"내 귀여운 애들한테 들러붙어서, 이상하게 만들지 뭐야~ 어디서 자꾸 나타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일단은 틈새 요괴한테도 상황은 전달하고 이쪽에서 대처하고 있었어."

"그래서 스펠 카드 룰의 정지를..."

"애시당초 서로간의 중재를 위해서 만들어진 룰이니까 말야. 지금 같은 비상시에는 적용할래야 적용할 수 없어."

"그것도 그렇지."

 

이전의 홍무이변을 떠올려본다. 마계의 녀석들도 그 영향을 받아 변성했다면, 확실히 스펠 카드 룰이 어쩌고 할 상황이 아니다. 그나저나 당장 유메코가 그 검은 기운에 당했었다면... 솔직히 소름이 끼치는군.

 

"...그런데 이상하네. 평소보다 틈새 요괴한테서 답이 오는게 늦네. 보통은 메세지 보내면 거의 몇초만에 답장이 오는데 말야."

"메세지라니, 뭔가 메신저 같은게 있는거야?"

"응? 라○ 쓰는데?"

"○인."

 

과연, 여기 일단은 일본이었지. 카카○톡보단 라○인가. 그보다 얘네들 어플로 메세지 주고 받고 있었나...

 

"그 검은 기운에 대해선 뭔가 알아낸건?"

"아직은. 하지만 적어도 환상향 내에서 만들어진건 아니야.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무언가."

"으음..."

"...아! 그렇지. 우이한테는 이걸 넘겨주려고 했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 넓은 소매를 뒤지는 신키. 이윽고, 그녀는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비녀?

 

"머리장식 치고는 제법 수수하네."

 

재질을 알 수 없는, 머리쪽에 작은 푸른 장미 1송이만이 유일한 장식인 은빛 비녀였다. 받아들어보니, 서늘하고도 의외로 묵직한 감촉이 느껴졌다.

 

"전에 머리방울도 줬잖아. 이걸 또 주는거야?"

"그건 따지고보면 방어구에 가까우니까. 요건 그거야. 우이만 쓸 수 있는 무기. 말하자면 전용 장비."

"전용 장비라. 뭔가 멋진데."

"그치?"

 

천진난만하게 웃는 신키. 고맙긴 한데, 이런게 창조신이어도 괜찮은거냐 마계. 그보다 이게 무기라고? 비녀로 눈이라도 찌르라는걸까.

 

"쓰는 법은 그거 안에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을테니까, 나중에 읽어봐."

"아, 그러네. 고마워 신키. 아, 맞다. 앨리스랑 만났는데 말야."

"에, 정말!? 뭐라고 했어?"

"일전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 해주니까, 절대로 안돌아올거랜다."

"그, 그럴 수가..."

 

절망한듯 꽈당-하고 쓰러지는 신키. 공중에서 쓰러지다니, 실력도 좋으셔라. 일단 신키에게 받은 비녀로 머리를 묶어 고정시킨다. 비녀라. 이것도 간만에 써보네. 이전에 몇번 써보긴 했는데 머리끈보다 머리가 더 많이 빠지길래 그만 뒀었지... 마음에는 들었는데 말야. 지금이라면 머리도 안빠질테니까.

 

"아무튼, 고마워 신키. 우리는 이제 슬슬 돌아갈께."

"아, 포탈 열어줄께. 저 경계를 맨몸으로 넘는건 별로 건강에 안좋으니까. 우이는 괜찮겠지만."

"오, 그러면 좋지."

 

에잇- 하고 신키가 손을 휘두르자, 푸른색 포탈이 열린다. 그 너머에는, 인간 마을 상공이 보인다. 이거 존나 편해보이는데. 난 못쓰려나? 신키한테 지금 당장 물어봐도 좋겠지만...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슬쩍 마리사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는데, 슬슬 기분이 나빠질 수준의 마력 잠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자, 마리사."

"...응."

 

마리사와 함께 포탈을 통과해, 인간 마을 상공으로 돌아온다. 뒤를 돌아보니, 신키가 쾌활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니 이내 포탈이 닫혀 완전히 소멸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이래저래 일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마리사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으니 오케이다. 으음... 일단은 마리사는 집까지 배웅해주고, 뭐라도 사서 지령전으로 돌아갈까.

 

"추, 추워. 뭐야? 왜 이렇게 추운거야?"

"엥?"

 

마리사의 말에 GUI를 통해 주변 온도를 체크한다. 잠깐만 있어봐. 영하 2도라고? 왜? 지금 한여름 아니었어?

 

"...아."

 

코 끝에 닿는 감촉. 문득 손바닥을 들어보니, 새하얀 눈송이가 손바닥 위에 내려 앉아 녹아내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출발할때와는 다르게 구름이 잔뜩 끼어, 조금씩 눈이 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여름에 눈은...

 

"설마...."

 

그러고보니, 신키가 유카리와의 연락이 끊겼다고 했지. 거기에 이 날씨... 스멀스멀, 뭔가 불안한 예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지금 올라오는 불안한 예감은 항상 맞더라

 

"마리사, 겨울옷 준비해서 합류하자. 하쿠레이 신사로 와."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법의 숲으로 날아가는 마리사. 여름 복장이었는데 저렇게 날면 겁나 추울텐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 아이리.

- 마스터, 지저에도 급격한 온도 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 우선 지령전 안에 난방 준비 해두고, 합류해줘. 하쿠레이 신사로.

- 알겠습니다.

 

인간 마을을 내려다보니, 뱌쿠렌과 그 제자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 전체를 돌며 난방 준비를 최대한 빠릿빠릿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이변인데도 저렇게 빠르게 대응을 하다니,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인간 마을이구만.

 

"또 시발 뭔 지랄이 나려고 이러는건지. 어휴 시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쿠레이 신사를 향해 날아간다. 지금의 이 현상이, 정말 단순한 이상기후이기만을 바라며.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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