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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보컬 어레인지 곡 번역 가끔 합니다
by Lunawhis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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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이 글은 갈 곳 없는 망상을 때려박은 동방 2차 창작 소설입니다. 따라서 때때로 역겹습니다.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는 2차 창작에서의 터부(개인적 관점)인 오리지널 캐릭터, 줄여서 오리캐가 나옵니다. 우욱씹 소리가 절로 나올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번 더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나옵니다. 좀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한번 읽는걸 권하지 않습니다.

뒤로가기와 창 닫기 버튼은 항상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꽤 오래 걸린듯








































"오... 이건 참."

 

지하, 플랑도르의 방 근처.

파츄리를 구하고 난 뒤 내가 바로 향한 곳은, 플랑도르의 거처였다. 그대로 레밀리아를 상대 했어도 좋았겠지만, 가장 성가신 능력을 지닌 플랑도르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하면 어찌할 방도가 없기에... 물론, 그 역이 성립해도 내게 승기는 없겠지만.

 

플랑의 방 입구 언저리는, 일전의 그 '말랑말랑한 벽' 으로 감싸여져 있었다. 사쿠야의 시간 정지 능력으로 닫힌 공간의 단면은,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뚫을 수 없는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벽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 예를 들어 여기에 나이프를 던져 넣으면, 벽 안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아주 빠르게 그 자리에 멈춰버린다. 플랑은 이 멈춰버린 공간 안에 갇혀 있는 상태다. 아마 사쿠야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면서, 그녀를 일시적으로 봉인한 거겠지. 다만...

 

"곧 깨지겠구만."

 

사쿠야가 정신을 잃은 탓인지, 혹은 안에 갇혀 있는 플랑의 능력의 영향인 것인지, 정지된 공간의 벽에 균열이 나고 있었다. 균열 자체는 크지 않지만, 아마 이 공간이 해제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리라. 결국 교전은 피할 수 없겠지.

...다만, 선공권은 나한테 있다. 이 기회를 살려 크게 우위를... 나아가선, 노 데미지 클리어를 목표로 삼자.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파츄리의 원소 마법, 기. 그리고, 언젠가 한번 사용 했었던 '대상의 능력을 완전 카피' 하는 능력. 마지막껀 당장은 쓸모가 없고... 기는 최후의 호신술 같은걸로  그나마 쓸만한 패는 파츄리의 원소 마법인가. 눈동냥으로 익힌 것들 뿐이라, 당장 쓸 수 있는건 월부, 일부, 화부, 수부, 금부의 일부분뿐. 예상되는 가장 좋은 유효타는 아무래도 '태양의 마법'이지만, 사쿠야의 능력은 닫혀 있는 플랑의 방 전체를 감싸고 있다. 태양의 빛을 미리 비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태. 선공권이 있는건 좋은데, 정작 상황을 다시 보니까 딱히 유리한 것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드는걸.

음... 방에 직접적인 데미지를 줄 수 없으면... 그 이외의 구역을 전부 장악하면 되지 않을까? 다행히 주변 지형은 이 휴대폰의 지도로 모두 파악되고 있다. 좋아. 생각난 김에, 재빨리 준비해 볼까.

 

 

 

 

 

 

 

 

 

 

 

 

 

 

 

 

 

 

 

 

 

 

 

 

 

 

"으아아아아아!!!"

 

-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벽. 플랑도르가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사쿠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있던 대상이 사라진 것에 의아해 하지만,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무너진 벽을 걷어차고 방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녀의 눈은 흰자위조차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행동거지에는 이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기운'에 의해 능력은 강화 되었으나, 안그래도 능력 때문에 불안정하던 이성은 이미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했다. 그저 본능에 따라, 부숴버릴 누군가를 찾아 배회할 뿐. 그러나,

 

- 철커덩! 슈우우욱! 

 

플랑도르의 머리 옆을, 거대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 콰아아앙!!!

 

그리고 복도에 울려퍼지는 굉음. 플랑도르가 돌아본 그 곳에는, 무언가 길다란 금속 막대기가 저 너머의 벽에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상황 이해보다 먼저, 그녀는 몸을 움직여 막대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옛날 시대의 공성전에서나 쓸법한 목제 발리스타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물론, 복도의 크기 때문인지 공성전에서 쓸 만한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이 활시위에 걸려 있던 화살의 위력은 플랑도르에겐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크르르...!"

 

공격을 당한것에 대한 분노일까. 플랑도르는 거칠게 손을 휘둘러, 발리스타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콰아아앙!!

 

"키이이이이이이이익!!!"

 

발리스타에 장착되어 있던 부비트랩이 폭발하며, 플랑도르의 몸에 자그마한 나무조각과 금속 조각이 후두둑 박힌다. 고통에 괴성을 지르는 플랑도르. 하지만, 고통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 치이이이익---!!

 

"키이이익!?"

 

금속 조각이 꽂힌 상처부위로부터, 살이 구워지는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플랑도르가 그 상처를 상처쨰 몸에서 도려내자, 바닥에는 살점과 함께 소리의 근원이 드러났다.

'은'. 흡혈귀에게 있어서, 천적과도 같은 금속. 그런 금속이, 몸 안에서부터 그녀를 불태우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무언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플랑도르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 딸깍! 콰아아아아앙!!!

 

돌바닥에 어떻게 설치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지뢰가 폭발하여 그대로 플랑도르의 발목을 날려버린다. 폭발의 충격으로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그녀의 몸에 이번엔 무언가 가느다란... 하지만 단단한 무언가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직후.

 

- 펑! 파바바바바박!!!

 

수백개의 금속 구슬이 날아와, 그녀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린다. 게다가 이번에 날아온 금속 구슬 또한 전부 '은'.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데미지를 입은 플랑도르는 이젠 으르렁거릴 기운도 없는지, 지면에 엎드린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확인사살은 중요한 법이지."

 

- 탕! 탕! 탕!

 

저 멀리서 날아온 3발의 탄은, 정확하게 플랑도르의 머리를 3번 꿰뚫었다.

 

 

 

 

 

 

 

 

 

 

 

 

 

 

 

 

 

 

"허. 생각보다 엄청 빨리 끝났네."

 

- 삐융!

 

플랑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을 마계신의 머리장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으로 정화시키며 중얼거려본다. 사쿠야를 공격한 시점에서 이성을 잃었을거라곤 생각했고, 이성을 잃은 상대한테는 함정을 이용하는게 꽤나 유효할 거라고 생각해서 준비해봤는데... 설마 준비한 트랩의 절반도 안썼는데 무력화 시킬 수 있었을 줄이야.

....그나저나, 목부랑 금부 이거 개사기네. 마력만 있으면 총이나 트랩 같은 군사장비까지 만들 수 있을 줄이야. 거기에 금속 종류도 정할 수 있다니... 뭐, 화약만큼은 시간 내에 준비할 수가 없어서 화약류는 '기'로 대용하긴 했지만. 군대 있을때 내부 구조같은걸 알아놔서 다행이야.

 

"그럼 이제 남은건 레밀리아 뿐인가..."

 

플랑도르처럼 이성을 잃은채라면 상대하긴 비교적 쉽겠지만, 지금처럼 선공권이나 밑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올거 같진 않단 말이지... 뭐, 일단 가장 중요한건 레밀리아의 위치를 파악하는거다. 휴대폰이 제공해주는 지도 정보는 어디까지나 지형 정보까지. 누가 어디에 있는지까지는 당연하지만 알 수 없다. 단순히 생각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아무래도 레밀리아의 방 정도겠지만...

 

그 때.

 

"고마워. 덕분에 정신이 맑아졌어."

 

빠직, 하고. 몸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직후.

 

"크으으으으으으윽!?!!"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에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숨도 안쉬어진다. 몸도 안 움직이고, 눈 앞이 번쩍번쩍거린다. 그럼에도 정신만은 멀쩡한게, 오히려 더 미칠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이...!?

 

"씨발!"

"?!"

 

- 탕! 퍼어어엉!

 

플랑의 가장 근처에 있던 하나 남은 트랩의 트리거를 쏴 맞춰 터트려, 그녀의 발걸음을 늦춘다. 자, 심호흡이다. 심호흡. 숨을 쉴때마다 몸의 고통은 줄어들고, 몸의 제어가 돌아온다. '기'를 습득했을 때 나도 모르게 습득한 기술로, 호흡으로 몸의 생명 에너지를 활성화 시켜 회복 속도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기존에도 마력을 호흡으로 회복했었기 때문에, 사실상 '호흡'이라는 행위가 업그레이드 된 것.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기' 이외의 다른 기술들은 일시적으로 쓰지 못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플랑의 능력을 고려하면, 죽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만.

 

"켈록켈록... 놀랐어~ 설마 눈이 부서지고도 살아서 움직일 줄이야!"

"살아서 움직일 줄이야~ 같은 소리하고 있네. 좆같은년..."

 

그보다 좀 곤란하게 됐는걸. 안그래도 싸워서 이기기 힘든 플랑인데, 이쪽은 능력을 거의 다 봉인당했고, 저쪽은 도리어 이성이 돌아왔다. 그나저나, 분명 검은 기운을 제거했을텐데 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거지? 아까전에 슬쩍 봤을 때, 그녀의 모습은 루미아나 치르노처럼 성장한 모습이었다. 복장도 새빨간 드레스로 바뀌어 있었지... 검은 기운은 옷도 바꾸어주는걸까.

어느쪽이던 저쪽은 아직 내게 적대적이다. 지금 상태에서 플랑을 이기려면....

 

"'그거'를 써볼까."

 

설마 이딴걸 쓰겠어? 라고 생각해서 지하 입구에 버려둔 '그것'을 떠올려본다. 내부 구조 같은건 잘 몰라서 대충 아는대로 만들어놔 아마 한발밖에 쓰지 못할, 조악한 모조품이지만... 하지만 맞추기만 한다면...? 어짜피 여기서 할 수 있는건 없다. 아까전의 '눈'의 공격으로 마법으로 설치해둔 모든 함정이 망가져버렸으니. 입구쪽엔 그나마 물리 공격 쪽 트랩이 남아 있으니 발 정도는 늦출 수 있겠지.

 

"크으으으~ 씨발! 달릴 때마다 몸이!"

 

마치 쥐가 났던 발로 움직였을때처럼, 발을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든다. 차라리 쥐가 난 것이면 다행이지만, 이 통증은 체내의 '부서진 마력회로' 끼리 부딪치면서 내는 것인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고통과는 별개로 몸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일까. 왠만하면 잠시 어디서 쉬면서 부서진 회로가 다시 수복되는걸 기다리고 싶긴 한데...

 

- 콰아아아앙!!

 

"어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는거야~?"

"씨발."

 

플랑의 느긋한, 하지만 살의로 가득찬 목소리가 휴식이라는 선택지를 찢어발긴다. 그 화려한 붉은 드레스와는 반대로, 격한 움직임으로 내게 달려오는 플랑. 솔직히 존나 무섭다. 내가 귀파주던 떄로 돌아가주면 안될까.

 

"슬슬 출구가...!"

"아하하하! 더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붙잡힐 거라구!"

"아니 씨벌 존나 빠르네."

 

이쪽은 온몸의 격통을 참아가면서 전력질주 하고 있는데, 이걸 쳐 쪼개면서 따라붙어? 좀 많이 빡치는데? 아니,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존나 열받네? 좃같아서 저 히죽거리는 면상에 죽빵이라도 한방 갈기고 싶은 기분인걸.

...안할 이유는 없겠군.

 

"이--- 씨발련아!"

"웁!?"

 

- 빠아아아악!! 쿠우웅!!

 

기를 이용하여 이동방향과 속도를 그대로 반전, 그 기세를 몰아 플랑의 안면에 정권을 꽂아 날려버린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위력은 강했는지, 플랑은 그대로 벽에 세게 부딪친다. 의외의 기습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통했군. 지하 입구는 저 모퉁이를 돌면 바로 앞에 있다. 아까의 손맛으로 보건데,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수단' 이라면 어느정도 먹힐 수 도 있을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큰 빈틈을 만들어 줄 수 있겠지. 문제는 어떻게 맞추냐...인데.

 

"찾았다."

 

지하 입구로 향하는 계단. 그리고 그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최후의 수단'. 몇걸음만 가면 바로 손에 들어올 수 있는 그 순간.

 

- 푸우우욱!!!

 

"으익!?"

"잡 았 다~"

 

왼쪽 종아리에 느껴지는 고통. 내려다보니, 새까만 긴 막대기가 종아리를 관통하여 그대로 땅에 박혀 있었다. 젠장, 고정 당했다! 억지로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이 고통...! 보통 막대기가 아닌지, 종아리로부터 극심한 고통이 밀려온다. 벗어나려면 종아리가 찢겨나가는걸 감수해야하지만... 지금도 이정도의 고통이다. 다리가 찢겨나가는 그 고통에 내 정신이 버틸 수 있을까? 씨바, 진짜 몇걸음 안남았는데...!

 

"잘도 레이디의 얼굴에 주먹질을 했겠다? 이번에야말로 너의 '눈'을 완전히 형태도 없이 박살내버리겠어."

"ㅈ됐노 씨발."

 

그래, 맞아. 아직 '기'는 쓸 수 있지. 몸에서 사출 시키지는 못하지만, 기를 땅에 퍼트려서 저 '최후의 수단'을 튕겨내는건 가능해. 하지만 과연, 내 '눈'이 작살나기전에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을까가 아니지. 해야한다!

 

"크으으윽!!"

"아하하~? 뭘 하려는진 몰라도, 늦었어! 자, 이걸로 네 '눈'을...!"

 

손바닥을 펼쳐 의기양양한 태도로 선언하려는 플랑도르. 하지만, 그녀의 말은 어째선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걸로 틈이 생겼다!

 

- 티잉! 철컥!

 

"너... 어째서 '눈'이 보이지 않는거야?"

"알빠노 씨발. 뒤져!"

 

의아해하는 플랑도르를 일축하며, 기로 튕겨 내 가까스로 손에 들 수 있었던 '최후의 수단'을 그녀의 흉부를 향해 겨냥한다. 중량 16kg, 전장 39cm. 13mm 탄에 탄두는 은. 어디까지나 어느 신부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총의 레플리카.

굳이 이름 붙이자면, '자칼 레플리카 프로토타입'.

 

- 쿠우우우우웅!!!

 

마치 대포라도 쏜 듯한 거대한 소리가 지하 가득 울려퍼지고, 손에 들려 있던 총은 슬라이드부터 시작해서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나, 재발사가 불가능 한 수준으로 망가져버린다. 반동도 엄청났지만, 쏘기전에 팔에 기를 두른 덕인지, 꼴사납게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팔이 저리긴 하지만.

그리고 플랑의 가슴팍엔, 사람 얼굴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우야 씹. 파괴력 장난 아니네. 모조품의 프로토타입인데도 이 화력이라니. 좀 더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보통 총 정도의 내구도 정도까진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파괴력 보니까 실용화 마렵긴 하네.

 

"아..."

 

- 풀썩!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린채,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지는 플랑도르. 그런 그녀의 몸에선, 다시금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마계신의 머리장식은 놓치지 않는다.

 

- 삐융!

 

마계신의 머리장식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섬광은 순식간에 검은 기운을 소멸시킨다. 그리고, 플랑의 몸과 복장은 이전에 내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휴... 솔직히 이번 '검은 기운'은 여태까지랑은 변칙적이라, 이런식으로 재생이 진행되지 않을까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좀 안심이 되는군.

 

"에고야 씨발. 디지겠다 진짜. 후우..."

 

털썩, 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 한숨을 크게 내쉬어본다. 솔직히 이번에는 진짜로 뒤지는거 아닌가 좀 쫄리긴 했는데, 어떻게든 됐구만. 아까전에 플랑이 내 '눈'을 한번 더 박살냈다면, 이번에야 말로 빼도박도 못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다만... 마지막에 플랑이 말한게 있었지. '눈이 보이지 않는다' 라고...

일전의 '적응 능력'이 역할을 수행한 것일까? 으음... 여전히 내 능력에 대해선 수수께끼가 많군. 정확한 효과를 알기 위해선 아무래도 이 힘을 부여했을 녀석 본인한테 물어보는게 최선이겠지?...근데 생각해보면, 걔는 일단은 그 세계의 '창조신' 이잖어.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인걸까? 마계에서의 하나님 같은거 아녀. 마계에 간다 한들...

 

"하아... 씹!"

 

- 푸우욱! 땡그렁!

 

아까전에 플랑이 던졌던 철봉 같은 무언가를 발에서 뽑아 아무렇게나 던진다. 이제보니까 저거, 플랑이 사용하는 무기잖아? 어쩐지 겁나 아프더라니.

 

"하아... 좀만 쉬다가 가자."

 

잠시 쉬는 동안에, 몸 상태를 점검해보자. 아까까지 플랑의 무기가 박혀 있었던 왼쪽 종아리는 더디긴 하지만 순조롭게 회복중. 저 무기 자체에 회복을 저하 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력회로도 어떻게든 수복은 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여전히 '마력'을 사용한 무언가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기가 있으니 전투 속행은 가능하겠지만, 공중을 날지 못하고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은 좀 문제가 있다. 조금만 더 회복하면 기를 탄환처럼 발사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사거리는 짧을테지. 그나마 원거리 무기라고는 아까 만들어둔 예비용 권총 1정에, 탄은 3탄창 정도인가. 금부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탄의 보충도 불가능하고, 총이 망가지면 수복도 안된다. 탄창은 한 탄창에 17발에... 으음. 은 탄두니까 일단 맞출 수만 있어면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을거 같긴 한데. 애시당초에 거리를 못좁힐 것 같단 말이지.

 

"에휴 씨발."

 

생각해보니 마지막 남은 상대인 레밀리아는 '운명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정확하게 어떤 능력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어떻게 강화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자신은 총을 맞지 않는 운명' 을 세팅해 놓는다면 진짜로 절망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 내게 '레밀리아의 모든 공격을 반드시 맞을 운명'이 세팅되면 솔직히 좀... 답이 없겠는걸. 아니 씨발. 그 검은 기운은 뭐길래 이전부터 사람 인생을 좃같게 만드는거람. 게다가 정체도 불분명하고.

대체 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짓 하고 있나 모르겠네. 그냥 레이무가 부활하는거나 기다릴껄 그랬나? 애시당초 이거 내 일도 아니었는데...

 

"으으..."

"깼냐."

 

생각보다 빠르게 정신을 차리는 플랑.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반가운듯 베시시 미소 짓는다. 아, 귀여워.

 

"그때의 그 인간이네? 홍마관, 돌아 왔었구나?"

"사쿠야도 그렇고, 어떻게 한눈에 알아보는거야? 나는 아직도 위화감 때문에 거울을 거의 못보는구만..."

"오래 살다보면 그정도는 보이게 돼... 그나저나, 나 왜 여기서 자고 있었던거야?"

"기억 안나?"

"응. 분명 사쿠야가 방에 찾아온 것 까진 기억 나는데...."

 

아무래도 사쿠야가 그녀를 봉인하기 직전까지는 기억을 하는 모양이다. 검은 기운에 잠식되고 나면 그 동안의 기억은 잃는건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난 플랑은, 주저 앉아 있는 내 옆에 달라붙어 앉는다. 솔직히 아까전에 쳐맞던거 생각해보면 살짝 쫄리긴 하는데...

 

"미안. 거짓말이야."

"뭐?"

"사실 기억하고 있었어. 네 '눈'을 망가뜨리던 때부터."

"말의 뉘앙스를 들으니 자신의 의사는 아니었던 것처럼 들리는데."

"...무서웠어. 마치 남의 몸에 내가 갇힌 기분. 분명 내 목소리, 내 몸이었을텐데..."

 

살짝 떨리는 플랑의 어깨. 아무래도 두번째 각성 때 의식은 되돌아 왔었던 모양이다. 음... 의식이 살아 있는채로 몸의 의지를 뺏기는 경험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무슨 최면물 동인지도 아니고 말이야.

 

"다 끝났으니까 괜찮아. 거기에 아무도 안죽었으니, 최고 아니겠어?"

"하지만... 네 '눈', 이렇게나 엉망진창인데..."

 

하며, 손바닥을 펼쳐보이는 플랑. 그런 그녀의 손바닥 위에, 금빛으로 빛나는 테니스공 정도 크기의 구체가 나타났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내 존재의 본질. 플랑이 '눈'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였다.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무언가 테이프 같은게 감겨 있다. 마치 응급처치라도 한듯한...

 

"이게 '눈'인가... 아무리 그래도 내 본질을 이렇게 물체로 보는건 묘한 기분이네."

"어!? '눈'이 보이는거야?!"

"어? 보이면 안되는거야?"

"언니한테도 몇번이고 보여줬는데, 안보인다고... 사쿠야나 다른 애들도 그랬구."

"그, 그래?"

 

짐작가는데는 있다. '적응 능력'. 플랑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능력'을 한번 먹어서, 거기에 적응해 버린 것이 아닐까. 으음, 그나저나 이거... 잘 보니까 구체라기 보단 무슨 글자의 뭉치 같기도 하고... 음...?

 

"잠깐만 그대로 있어봐."

"어? 어?"

 

당황하는 플랑은 잠깐 내버려두고, 손을 뻗어 나의 '눈'에 손대본다. 마치 내가 내 몸을 만진듯한 감각. 묘한 기분이로군. 어디보자... 글자 뭉치라기 보단, 무슨 종이를 몇겹이고 뭉쳐서 구체로 만든 느낌이구나. 이거 풀면 좆되는걸까? 솔직히 좀 궁금하긴 한데.

음... 왠지 괜찮을 것 같아. 해보자.

 

"에잇."

"!?!?!?!"

 

'눈'을 구성하던 종이(?)를 한장 떼어낸다. 거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열이 마구잡이로 나열되어 있었다. 마치 억지로 컨버팅 당한 문자를 보는 느낌. 혹시나 포멧을 다르게 한다면 보일까? 라고 생각한 찰나.

 

"어?"

 

마구잡이로 나열 되어 있던 문자열은, 내가 볼 수 있는 형태의 문장... 아니, 수치로써 변경되었다. 이건... 내 몸의 일부의 수치다. 왼쪽 종아리의 정보...인가? 근육의 어느 부분이 파열되어 있는지, 뼈에 금이 어느정도 가 있는지 등의 정보가 수치로써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거..."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떠올린 순간, 내 손은 '눈'을 빠르게 해체시키고 있었다. 갈라진 부분이 있으니 거긴 조심하면서.

 

"어?! 어어어어?!"

 

이 작은 구체를 얼마나 응축시킨걸까. '눈'은 줄어들 기세가 없고, 종이(?)는 한도 끝도 없이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군. 우선 있는 '종이'를 이어 모아, 하나의 페이지로 만든다. 그리고 종이의 문자열을 마치 타블렛 PC를 조작하듯 옆으로 밀어내 종이에 공간을 만들어낸 뒤,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일단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변수를 만들고... 데이터 참조는 감으로 한다. 어짜피 내 몸이다. 원하는 정보는 알아서 불러오겠지. GUI 인터페이스는 얼추 RPG 느낌으로 하면 느낌이 살거 같고... 손으로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만 해도 프로그램이 알아서 짜지는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환경이 '나 자신' 이라서 인걸까. 이거면 금방 하겠군. 5분이면 되겠어.

 

"저, 저기. 뭐 하는거야?"

"어? 아아, '스테이터스 창' 을 만들고 있어."

"스테...?"

"네가 꺼내준 '눈'은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구체로써 뭉친 것이었어. 그리고 본질이라함은, 그 용량의 최대 크기를 알 수 없는 '데이터 덩어리' 였던거지."

"데?이터?"

"응. 근본적으로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치들이 이곳에 전부 기록, 수정되고 있었어. 몸 뿐만이 아니야. 기억, 지식, 경험. 그리고 능력까지. 아마 인격이나 '혼'도. 모든 것이 이 '눈'에 적혀 있었던거야. 뭐... 모두의 '눈'이 이런 형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으응...? 잘 모르겠어."

"그치? 나도 씨바 뭐라 씨부리는지 모르겠다 야. 뭐, 요지는 그거야. 이걸로, 나는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바로바로 알 수 있게 되는거야."

 

게다가 GUI 제작 툴도 따로 작성해둔다. 이거라면, 지금은 만드는 걸 잊어버리더라도 즉석에서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뭐, 지금 만드는 것 만큼 체계적으로 보여주진 않겠지만...

 

"...후우. 이런 느낌이겠지."

 

만들었던 GUI와 스테이터스 프로그램 Ver 0.1(beta)를 갈무리 한 뒤, 필요한 GUI만 표시한다. 거기에는 내 이름과 몸 상태만이 인체 모양으로 가볍게 표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가기 기능을 머리속에 입력하면... 끝. 당장 생각나는건 다 했다.

 

"'눈'이... 사라졌어."

"아, 외부에 간섭을 받지 않도록 방어코드를 심었어. 플랑 네가 마음만 먹으면 뚫을 수는 있겠지만... 뭐, 지금처럼 완전히 무방비인 '눈'의 형태로는 나오진 않을거야."

 

애시당초 그녀의 힘으로는 이젠 내 존재를 한번에 뭉갤 수 있을 수준의 '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아까의 싸움 중 마지막 순간, 그녀가 나의 '눈'을 꺼낼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추측한 대로 '적응 능력' 에 의해서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환경 적응 능력' 인가. 한번 들여다봤는데, 진짜 더할 나위 없는 사기 스킬이었다. 앞으로의 전술의 방침을 크게 바꿀 정도로.

 

"...자, 이제 남은건 레밀리아 뿐인데."

"언니도... 아까 나처럼 되어버린거야?

"그런거 같더라. 지금 니 언니 떄문에 환상향 전체가 붉은 안개로 가득하다구?"

"붉은 안개... 잠깐만, 지금 그 붉은 안개가 펼쳐진지 얼마나 된거야?"

"어? 글쎄. 아침 시간에 레이무랑 티키타카 하다가 안개가 퍼지는걸 봤으니까... 잠깐만, 지금 몇시야?"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본다. 오후 7시 20분인가. 점심도 못먹었는데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야? 안먹어도 되지만... 붉은 안개가 퍼진지... 얼추 10시간 쯤인가? 9시쯤에 레이무랑 만났으니까.

 

"대충 10시간 정도?"

"분명, 언니한테 들은 적이 있어. '내가 제대로 환상향을 먹어치우겠다고 생각하면 반나절이면 된다' 라고."

"혹시 언니가 중2병을 앓고 있니?"

"중2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한 말은 허세가 아니야. 언니의 안개는,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만에 안개 속의 모든 생명을 빨아들일 수 있어."

"뭐?"

"직접 보여줬는걸. 식량 상대로."

"...좀 싫은 이야기를 들어버렸군."

 

어렴풋이 위험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은 했지만... 거기다가 레밀리아가 검은 기운에 의해 강화되었다면, 이미 때가 늦은게 아닐까...  아니지, 그런 부정적인 시각은 지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건 정보.

 

- 아이리! 들려?

- 마스터? 어디서 말씀을 하고 계신거에요?

- 일종의 원거리 통신이야. 아무래도 너한테는 생각만 하는걸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양이더라.

- 지, 진짜요?

- 나도 능력 뒤져보다가 처음 알았어. 하여간, 레이무의 상태는 어때? 그리고 환상향 전반적인 상황도.

- 레이무는 3시간 전쯤에 치료가 끝나서, 지금은 쉬는 중이에요.

- 치료라고? 상태가 많이 안좋았나보네.

- 들이마신 안개가 폐에 들러붙는 바람에... 그리고, 야쿠모 유카리가 10분 전에 공유해준 내용을 공유해 드릴께요.

 

하쿠레이 신사 특파원(?) 아이리의 말에 따르면, 환상향 전역에 퍼져 있던 붉은 안개는 여전히 환상향 전체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안전지대'도 설치된 상태라고. 현재로썬 [인간 마을], [영원정], 그리고 [요괴의 산 전역] 이 안전지대라는 모양이다. 인간 마을은 유카리가, 영원정은 야고코로 에이린이, 그리고 요괴의 산은 천구들에 의해 안개를 막아내고 있다는 듯.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수많은 생명이 빼앗길거라고.

 

- 환상향 자체가 무너지진 않겠지만, 타격이 클거에요. 타임 리미트는... 1시간이라고, 전달 받았습니다.

- 오케. 너도 이쪽으로 돌아와. 같이 싸워야겠어. 너라면 안개는 문제 없지?

- 물론이죠. 금방 갈께요.

 

...좋아. 아이리한테도 복귀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 50분 안에 결착을 지어야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몬헌 같네.

 

"그럼 빨랑빨랑 해치워 볼까. 넌 어떻게 할래?"

".......도우려고 해도, 지금으로썬 발목만 잡을 것 같으니 여기서 쉴께."

"흠. 그러시던가."

 

그녀의 표정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검은 기운에 잠식 되어 있었던 영향일까. 내심 도와줬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언니를 때리게 두진 않겠어' 라면서 막아서는 것 보단 훨씬 낫다. 그때, 그녀가 '아, 맞다'. 라고 말하며 내게 무언가를 건낸다.

...아까 내 왼쪽 종아리를 관통한 무기였다.

 

"이거라면 언니의 공격 정도는 몇번 막을 수 있을거야. 들고 가."

"그, 그려. 근데 이거 뭘로 만든거야? 금속? 같은데."

"내 뼈. 파츄리가 가공해준거야."

"보기와는 달리 통뼈시구만."

"그치-"

 

흡혈귀의 뼈는 가공하면 이런 금속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건가... 쓸데없는 지식이 늘었군.

 

"고맙다. 그럼 다녀올께."

"언니를... 부탁할께."

"오냐."

 

그 말을 뒤로 곧바로 정신을 잃은 플랑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지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내 전공은 게임 제작. 그 중에서도 프로그래머 쪽에 치우쳐 있는 쪽이다. 원래부터 동방Project의 창시자인 ZUN을 동경하여 게임 개발에 몸을 담그려고 했었지만... 뭐, 여러 문제가 있어서 취직을 못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것이, '남과 합을 못 맞춘다' 라는 부분. 물론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평범한 부분에선 문제가 크게 없었다. 문제는, 업무적인 부분... 그러니까, 프로그래밍 파트. 스스로도 제어가 안될 정도로, 프로그래밍 과정에 있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기준을 맞추는 일을 정말 극단적으로 못했다.

이게 정말로 치명적인게, 내가 못맞춘다면 다른 팀원이 내게 맞춰줘야 프로그램이 성립이 되는 형태가 되는데... 때에 따라 비합리적이고, 의견이 갈릴 수 있고, 지나친 확장성을 고려한 스타일의 코딩을, 그것도 신입인 녀석을 중심으로 팀 전체가 따라간다고? 거기에 실력도 확실치 않은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애시당초에 1인 개발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걸지도.

 

이렇다보니 안그래도 취직이 어려운 상태인데, 상황이 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집안 사정이 좀 급격하게 기울었던 바람에, 더 이상 하나의 길만을 관철할 수는 없어졌던 것. 그래서 그나마 연관된 일자리 여러군데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하다가... 이쪽으로 날아오게 된 것이었다.

 

왜 이런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했느냐. 당연히 이 스테이터스 창을 만드는데 든 속도에 대한 정당성을 어필하기 위해서지. 애시당초 '내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만 있으면 어떻게 써도 코드로써 성립 되는' 형태였다. 거기에 머리속엔 게임 개발을 위해 조사했던 레퍼런스가 한가득.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이었어도 가능했으리라.

 

...뭐, 각설하고. 홍마관, 정문 인근.

 

아까 내가 벌인 파괴의 흔적을 바라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치르노의 냉기결계로 막힌 안개가 주위의 빛을 차단하고 있고, 하늘 위 안개 사이로 살짝 뚫린 공간으로부터 붉은 빛을 띈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무슨 크툴루 신화 기반 TRPG에서나 묘사될 법 한 배경인걸.

 

"...우선 치르노부터 만나야겠군."

 

이번 이변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한 개체, 치르노. 그녀가 만든 냉기의 결계가 없었다면 홍마관 내부에 있던 사쿠야나 마스터는 생존하지 못했으리라. 레이무까지 공격했던걸 보면, 제법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보였으니까.

거기다 저 결계가 저 많은 붉은 안개의 입자들의 진입까지 막고 있다.  솔직히 저것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레밀리아에게 흡수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파워업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레밀리아와의 싸움이 끝날때까지, 치르노는 최대한 은엄폐를 하도록 부탁할 필요가 있다. 치르노가 쓰러지면, 당연하지만 이 결계는 사라질테니까.

 

그 때.

 

- 펄럭!

 

거의 무음이나 다름 없었기에 들려온 작은 날갯짓 소리. 그리고, 그 직후에 느껴지는 강렬한 '안 좋은 예감'.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위험하다. 이건...

 

"잠깐 잠든 사이에 재밌는 짓을 해주었구나, 잔챙이가."

 

- 피이이잉!!!

 

형언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소리를 듣자마자, 내 몸은 전속력으로 홍마관 내부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솨아아아아아...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요괴의 호수의 물이 크게 솟아오른다. 폭발의 여파는 당연히 이쪽까지 도달했지만, 그 충격파는 어째선지 건물, 그리고 건물에 뚫어놨던 구멍으로 도망쳐 들어온 내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솟아올랐던 물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동안, 그 엄청난 파괴력에 내심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솔직히,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호수의 물을 통째로 증발 시켜버리는게 어디 있냐고. 그것도 한방에. 좀 너무한거 아냐?

 

"하아... 씨발..."

 

이젠 입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건물 밖으로 나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치르노의 냉기의 결계가 사르르 사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의 일격으로 나가떨어진 모양이구만. 으음, 요정은 죽지 않는다지만, 아까의 그 공격으로도 안 죽는걸까. 좀 걱정되긴 하는데...

...아니지. 지금은 내 걱정을 먼저해야겠지. 저걸 던진 년을 상대해야하니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붉은 달을 등지고, 붉은 안개는 그것의 등 뒤로 흡수된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날개를 펼친 무언가.

 

스칼렛 데빌, 영원히 어린 흡혈귀. 레밀리아 스칼렛

 

하지만 의아하군. 저정도 충격파면 건물이 멀쩡할리가 없을텐데. 심지어 내가 구멍까지 뚫어 놓은 상태라, 개박살이 나야 정상일거 같은데... 마법으로 지켜지고 있나? 아니면... 이것도 레밀리아의 능력에 의한걸까. 그런거라면, 이 지형적 이점(?)을 살려야겠지.

 

"보자... 적당한 짱돌이..."

 

벽을 박살 내고 난 잔해에서 적당한 돌을 몇개 골라내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쥐고, 저택 안을 달려 건물 실내에서 최대한 높은 위치로 이동한다. 뭐, 기껏해봐야 3층 정도지만. 그리고, 최대한 레밀리아가 보이는 위치로 이동한다. 제법 높은 위치에 있어서 위치 선정이 좀 쉽진 않은데... 다행히 어떻게든 각이 나오는군.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있지."

 

창문을 연 뒤 오른손에 짱돌을 들고 온몸의 힘을 오른팔에 집중 시킨다. 중요한것은 테크닉이 아니다. 상대를 맞추는 '이미지'. 그 이미지만이 확실하다면, 몸은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내 몸은 그렇게 설계 되어 있는 모양이니까. 노리는 것은, 심장. 앵간하면 이 한방에 모든걸 끝낼 거라는 생각으로!

 

"뒤져!"

 

- 파아아앙!! 퍼어어어억!!!

 

공기가 터지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쏘아진 짱돌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그대로 레밀리아의 왼쪽 가슴에 적중한다. 하지만, 돌은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그녀의 그 붉은 눈동자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이쪽을 봐주었구나?

그리고, 그녀는 마치 붉은 총탄이 된듯 이쪽으로... 씨발 직진해오잖아!?

 

"효과가 좀 너무 좋았는걸."

- 쨍그랑!!

 

창문을 통해 날아들어오는 레밀리아. 그 충격으로 복도 전체의 유리창이 깨지고 말았지만, 내 집 아니니 알바는 아니고. 나는 침착하게 보조용으로 남겨두었던 권총을 그녀에게 겨누고 있었다. 들어온 직후인 지금이라면 맞출 수 있을터!

 

- 탕!탕!탕!

 

양쪽 가슴에 한방, 머리에 한방씩 쏘는 모잠비크 사격법으로 그녀에게 총격을 가한다. 플랑에게도 은탄이 먹히는 것은 확인 된 상태. 맞추기만 한다면...!

 

- 파바박!

"뭐여 씨벌?"

 

하지만, 총알은 그녀의 앞에서 갑자기 부자연스러운 궤도로 방향을 틀어, 뒤쪽의 벽에 박힌다. 뭐지? 섹23스 피스톨즈인가?

 

"에잇."

 

- 탕! 팍!

 

시험삼아 한발 더 쏴봤지만, 총알은 또 이상한 방향으로 궤도를 틀어 벽에 박히고 만다. 이거... 아무래도 레밀리아의 능력인거겠지?

 

"소용없다. 내게 날아드는 공격은 이제 먹히지 않아."

"그럴 '운명'이라 이거겠지?"

"...흥. 파체나 동생에게 들었나보구나. 하지만 이해할 수 없군. 그걸 듣고도 내 앞에 섰단 말이냐?"

"뭘. 모기새끼 하나가 신기한 능력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다고 생각해서 말야."

 

사실 존나 쫄리고 있지만. 예상이야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운명을 조종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액티브한 능력은 아니었던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것도 검은 기운의 영향인가?

 

"하. 모기라. 제법 허세를 부릴줄 아는 아녀자로군. 하지만 괜찮은가? 지금부터 그 '모기'의 손에 죽을텐데?"

"뭐여 씨벌. 일본뇌염모기였어? 안물리게 조심해야겠네잉."

"...하나하나 열받게 하는 말투로군."

"빡치라고 하는 말이니까. 잘 먹히고 있는 모양이라 기쁘네."

 

등에 대충 메달아뒀던 플랑의 검을 손에 쥔다.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촉... 소드마스터 우이로 돌아갈 때로군. 소드마스터였던 적은 없지만.

 

"일단은 물어볼께. 네가 환상향 전역에서 모으고 있는 저 생명 에너지. 저걸로 뭘 할 생각이야?"

"대답해줄 이유는?"

"없지."

 

어깨를 으쓱여보이고, 레밀리아를 향해 돌진한다. 그러자, 허공에서 수많은 붉은빛의 쇠사슬이 튀어나와 내 몸을 얽매려고한다. 그 수는, 피할 수 없는 수준. 물론, 어디까지나 지금의 속도로는 말이지만.

 

"축지."

"!?"

 

메이린이 썼던 기술, 축지를 이용하여 한순간에 레밀리아와의 거리를 좁힌다.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보이지만, 그녀의 몸은 누구보다 빠르게 나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충 예상 했다 이거야.

 

"흡!"

 

레밀리아를 향해 플랑의 검을 던진다. 검의 궤도는 레밀리아의 심장으로의 직격 코스. 하지만 이렇게 던지는 칼조차 투사체 판정인지, 칼은 궤도를 틀어 레밀리아의 겨드랑이 아래를 스쳐지나가 바닥에 꽂힌다.

 

"머리가 나쁜 인간이로군."

"판단이 좀 이른걸."

 

플랑의 검과 내 오른손 사이에는 신축과 고정의 기를 부여해두었다. 그리고, 이렇게 오른손의 고정의 기를 해제하면?

 

- 슈우우욱!

 

"?!"

"그런 모기새끼! 수정해주겠어!"

 

- 빠아아아악!

 

검을 향해 몸이 고속으로 당겨지며, 순식간에 레밀리아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레밀리아의 안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를 갈겨준다. 수정펀치! 수정펀치!

 

- 쿠우우웅!!

 

안면에 주먹을 정빵으로 맞아버린 레밀리아는, 그대로 바닥에 부딪쳐 튕겨 나온다. 오? 이거 공중콤보 각인데?

 

- 촤라라락!!

 

하지만 그때, 붉은 쇠사슬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아니 이걸 공중 가드를 박네. 존나 치사한 새끼... 하지만 레밀리아를 안으로 끌고 들어온건 정답이었을지도. 큰 기술로 압도하려 들지 않는걸 보면, 홍마관을 망가뜨리고 싶어 하진 않는 모양이다.

 

- 피이이잉!!

 

들려오는 굉음. 마치 허물이 벗겨지듯 스르륵 풀려가는 쇠사슬 속에서, 거대한 붉은 창을 손바닥 위에 얹고 있는 레밀리아가 나타났다. 어... 생각했던거랑은 좀 다른데.

 

"궁그닐."

"씨발."

 

금방이라도 쏘아질듯한 붉은 창. 이쪽은 축지와 신축을 이용한 이동을 동시에 하는 바람에 저걸 피할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힘든 상황인데...! 마력이라도 회복 되었으면 어떻게든 됐을거 같다만. 어찌됐던, 직격은 피할 수 없나...!

 

- 마스터! 충격에 대비해주세요!

- 으잉??

 

"번개여!!!!"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 천장을 뚫고 내려친 붉은 번개가 그대로 레밀리아를 삼킨다. 그 충격으로 내 몸이 날아가긴 했지만, 저거에 말려든 것 보단 훨씬 낫다. 그보다, 이건...!

 

"아이리!"

"늦어서 죄송해요, 마스터!"

 

창문 밖에서 내게 손을 흔드는 붉은 머리의 소녀, 아이리였다. 그러고보니 합류하라고 이야기 했었지. 생각보다 빨리 왔는걸.

 

"일단 거기서 나와주세요! 곧 더 많이 내려칠거에요!"

"씨부럴."

 

프렌들리 파이어는 좀 에바지. 일단 급하게 창문을 통해 홍마관에서 나와, 정원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내가 나가길 기다렸다는 듯.

 

- 쿠르르르... 쾅!!!콰과광!!!콰아아아아앙!!!

 

마치 천지를 찢어놓으려는 듯한 기세로 붉은 번개가 내리쳐져, 레밀리아가 있던 곳을 몇번이고 부숴버린다. 이게... 아이리의 힘이라고? 존나 쌘데?

 

"흐에에에에..."

"?!"

 

갑자기 힘이 쫙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아이리가 공중에서 그대로 낙하하고 있었다. 

 

"어이쿠, 씨발... 뭐야? 왜 그래 갑자기?"

"히...힘이 다해서..."

"...뭐? 설마 아까전의 공격..."

"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을 썼어요. 그래서 힘을 완전히..."

"......"

 

확실히, 위력은 대단했으니 이렇게 되는 것도 이해가 안가진 않는데... 설마, 어디 사는 멍청한 마법사처럼 이 한 스킬밖에 못쓴다거나 하진 않겠지?...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조...조금... 쉴께요."

"그려."

 

- 슈우우욱...

 

아이리의 모습이 마치 안개처럼 사라지고, 내 품속에는 그녀의 본체인 내 캠핑용 나이프만 덩그러니 남았다. 손에 쥐어보니, 여전히 아이리가 있는게 느껴진다... 음, 잠깐. 아이리를 쥔 손으로부터, 마력회로가...?

 

"오, 오오..."

 

작살났던 마력회로가,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왜? 아이리를 손에 쥐어서인가? 이유는 당장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걸로 마법을 다시 쓸 수 있다. 그럼... 다시 재정비할 시간이로군. 아직도 모이고 있는 저 붉은 안개를 보아하니, 아까전의 뇌격으로 레밀리아를 쓰러뜨리진 못한 모양이니까.

 

일단 금부를 사용해 금속 쉬스를 만들어 아이리를 허리춤에 고정한다. 괜히 전투에 바로 썼다가, 쉬고 있는 아이리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까. 주무기는 아까 플랑에게서 받은 플랑의 검으로 충분하다. 원거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걸 알았으니, 결국 근접 공격이 주가 되겠지. 최대한 보조를 위한 은제 무기를 많이 만들어놔야...

 

- 콰아아아아앙!!!

 

"생각보다 빠른데."

 

잔해로부터 쏘아져 나온 붉은 구체. 그 중심엔 당연히 레밀리아가 있었다. 아까보다 표정이 좀 굳어 있는걸 보니, 적잖이 빡친 모양인걸. 그나저나, 아까전의 그 뇌격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은거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까? 흡혈귀 답게 심장에 말뚝이라도 박아야하나? 혹시 모르니까 만들어놔야지.

 

"방해하지마라...!"

"무리한 요구를 말씀하시는구만."

 

하늘을 가득 메우는, 사람 팔뚝만한 붉은 창. 아니, 형태를 보니 바늘인가? 그것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젠 진짜 앞뒤 가리지 않으려는지, 그 궤도에 끝에는 홍마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곤란한데. 궤도 상에는 사쿠야와 메이린이 자고 있는 방도 포함되어 있다. 제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 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 절망하는 그녀의 모습도 아주 조금은 보고 싶긴 하지만... 사쿠야에게는 빚이 있다. 어쩔 수 없지.

 

"뇌부."

 

아이리를 손에 쥐고 이미지한다. 그녀가 보여준 붉은 번개. 그리고 번개로 닿은 대상을 폭발시키는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의 연쇄. 아이리와의 종속관계를 통해, 그녀의 번개를 일부 빌릴 수 있게 된 모양이니, 잘 써먹어보도록 할까.

 

"인펄사의 부서진 마음."

 

- 퍼버버버버벙!!!

 

칼 끝에서 발사된 붉은 번개가 레밀리아가 만들어낸 바늘 하나에 닿아, 폭발을 일으키며 소멸한다. 그리고 그 폭발에 휘말린 바늘도 폭발을 일으키고... 연쇄 작용으로, 레밀리아의 바늘은 모두 폭파되었다. 연쇄폭발이라. 이것도 로망이지.

 

"뭣이...!?"

"자기 집 째로 박살내려고 하다니. 뭔 생각이냐?"

"...어짜피 이게 성공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

"어이쿠 시발."

 

아까 전의 쇠사슬이 몇십가닥이 되어 내게 쇄도해온다. 그 끝에 달린 날은 크고 아름다워서, 몸 어디를 찌른다 해도 반으로 절단 당하겠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끝만 조심하면 파괴력은 거의 없는 셈.

 

"이럴떈 오히려 돌진이지."

"!"

"어금니 꽉 깨물어라잉?"

 

기를 이용하여 빠르게 도약하고, 비행 마법을 통해 이를 가속. 순식간에 레밀리아의 눈 앞까지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턱을 향해 수정 펀치!

 

- 빠아아아악!!

 

"큭!?"

"어따, 시원하게 박혔네. 그럼 한방 더!"

 

턱을 정통으로 맞은 탓인지 살짝 흔들린 레밀리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안면에 좌우로 훅을 갈겨준 뒤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던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거리가 어느정도 벌어진 시점에서 그녀의 몸에 아까전처럼 붉은 쇠사슬이 감싸지더니, 쇠사슬을 뚫고 나온 레밀리아가 자세를 되잡고 내게 달려든다. 제법 터프하신걸. 하지만, 예상한 바이다.

 

"나는 네게 '원거리 투사체'를 맞추지 못하는 운명인 모양이더라."

"!"

 

내게 달려들던 레밀리아는 보았을 것이다.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수십개의 은빛 구체를.

 

"그럼 빔은 어떨까?"

 

- 삐융! 쿠구구구구구구...!!!

 

월부[엔드 오브 더 문라이트], 30발. 30개의 구체가 발사한 빔은 레밀리아를 중심으로 교차해, 지면에 닿아 작은 크레이터를 만들고 있었다. 빔은 굴절되지 않았다. 보아하니, 빔은 맞을 운명이었나보네. 치트를 칠거면 상황 설정을 좀 잘해놨어야지. 쯧쯧.

...근데 가만 있어봐. 이거 월부... 아냐? 레밀리아는 흡혈귀인데, 이거 먹히는거 맞아?

 

- 파아아아아아앙! 후두두두둑!!!

 

"으악 씨발 안먹히네!"

 

순간, 빔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붉은 폭발이 일어나더니 그 중심으로부터 엄청난 수의 파편이 쏟아져 나온다. 가까스로 피해보지만, 파편이 팔다리에 박히는건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박힌 파편으로부터, 뭔가가 빠져나오는 이 느낌은...!

 

"애미 씨발. 좆같은 모기새끼!"

 

체내의 재생력을 최대한으로 올리는것과 동시에, 몸 표면에 화부로 불을 붙인다. 마력회로가 정상화되어 고통은 없지만, 생살 타는 냄새는 확실히 느껴진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몸에 있던 마력의 1할이 빨려 나갔다. 아마 그녀가 흩뿌린 파편은 하늘위에 떠 있는 저 붉은 안개와 같은 성분, 즉 레밀리아의 몸의 일부였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판단이 늦었으면, 마력을 죄다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이제 장난은 끝이야."

 

날아올라, 나와 같은 높이로 올라오는 레밀리아.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지?

 

"덕분에 할당량은 달성되었어. 이걸로, 의식을 시작할 수 있겠네."

"...씨발."

 

...뭘 할건지는 몰라도, 당했다. 아까전에 내게서 빼앗은 마력으로, 아무래도 충분한 양의 힘을 얻은 모양이다.

 

"그래... 그렇겠네. 너는 이대로 두면 나를 계속 방해할테지. 그러니, 이렇게 해줄께."

"!?"

 

순간,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 뭘 당했는지도 이해가 안되는데 벌써 수를 썼다고? 대체 무슨...!?

 

"너는 이제 나를 방해할 수 없는 운명이야. 받아들이도록 해."

"지랄났네 시발. 그래서 안 움직이는거냐?"

"이렇게 직접적인 운명 조작은 취미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좀 급해서 말야."

"씨발."

 

진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운명' 이라고 했지? 내가 그녀를 방해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건가? 게다가 운명이라면 내가 심리전을 걸 여지조차 없겠지. 어느쪽이던 내가 그녀를 방해할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운명' 단위로 막아 설테니까. 개사기 능력이잖아?

 

"이걸로... 드디어, 레이무에게 사과 할 수 있겠어."

"?"

"자, 시작하자. 이걸로 과거는 변할거야!"

 

레밀리아가 손을 뻗자, 엄청난 양의 마력이 가시화 되어 폭풍처럼 회오리 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변하게 한다고? '운명을 조종하는 능력'..., 운명이라는건 이미 정해져버린 과거는 바꿀 수 없지. 하지만 레밀리아가 이조차 변할 수 있다면.... 이건 이미 그 다음 단계다. 과연. 그녀가 환상향 전역에서 에너지를 모아온 건 이것 때문이었나...

하지만 뭐지? 이 불길한 예감은. 뭔가가 이상하다. 이 마력의 폭풍... 과거를 변하게 하는 능력이 발휘되려는 것 치곤, 지나치게 불안정하다. 마치, 다른게 간섭하고 있는 것 같은.

 

"...검은 기운?"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올린 그 단어. 하지만 그 단어로, 왠지 모르게 지금의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했다. 여태까지 알 수 없었던 검은 기운의 목적. 만약에 레밀리아가 그 목적의 수단이었다면? 이 과거를 바꾸려는 힘에 간섭해서 '다른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이정도의 에너지라면, 거기에 매개가 레밀리아라면, 솔직히 뭐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는 안되지."

 

여태까지 이렇게 말려들면서 몇번이고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일에 말려들어야 할까? 그냥 붉은 안개고 뭐고 다 내버려둬도 되지 않았을까? 단순한 영웅심리로, 힘이 있기에 행동하려 했던걸까? 정말로?

...아니. 그렇지 않았다. 여태까지 그 답을 머리속에서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 헤메고 있었을 뿐.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나는 환상향이 좋다. 한 맥주 좋아하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이 세상을 좋아한다. 거기에서 좌충우돌 난리를 치는 소녀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코이시.

그녀와는 아직 겨우 친구가 되었을 뿐이다. 좀 더, 아직 좀 더 그녀를 알고 싶다. 평소 취미는 무엇인지, 먹을 것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장소는 어딘지.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산더미만큼 있는 지금, 나를 방해하려는 것을 눈앞에 두고 지나갈 정도로 인내심이 좋지 않다. 그러니까.

 

"방해하지 못하는 운명이라고 했던가?"

 

온몽에 힘을 주자,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팔과 발목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잘보니, 붉은 실이 양손발목에 묶여 있다. 과연, 이게 그 '운명의 붉은 실'인가... 그래. 아무리 신키가 준 '적응 능력' 이라 할지라도, [운명 조작] 같은 비상식적인 능력에 한방에 적응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눈]의 기록에 따르면 내 운명은 이미, 레밀리아에 의해 크게 변성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운명을 바꾸는 능력 따위... 이미 적응했다.

 

"운명은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나가는거다. 망할 흡혈귀."

 

- 쩌저적! 파아앙!

 

운명의 붉은 실에 금이 가더니, 가루가 되어 터져 사라진다. 몸은 움직이고, 붉은 실에 의해 피를 흘리고 있었던 손목과 발목은 깔끔하게 아문다.

 

"뭐...!?"

"일단은 위험한 폭탄부터 제거해볼까."

 

등에 메달아뒀던 플랑의 칼을 쥐고, 폭풍의 중심, 즉 레밀리아의 손바닥 앞에 집중한다. 그러자, 무언가 하얀 구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것이 '눈'. 지금 일어날 현상의 존재 증명. 플랑도르에게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능력'을 한번밖에 맞지 않아 '눈'을 관측할 수는 있되, 직접 간섭할 수는 없다.(내 '눈'은 내꺼라 간섭할 수 있었지만.)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것은, 플랑도르의 뼈를 가공하여 만든 검. 이거라면!

 

"으랏차!"

- 까아아아앙!!!

 

플랑의 칼을 휘둘러 '눈'을 가격하자, 엄청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 솨아아아아...

 

거짓말 같이 주변의 마력 폭풍이 싹 사라지고, 붉은 안개도 소멸한다. 그리고 무슨 원리에선지, 안개에 담겨 있던 생명 에너지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제법 장관인걸. 하지만 아직 안끝났다.

 

"아... 안돼!"

"돼!"

- 꽈아아아앙!!

 

한번 더 플랑의 검을 휘둘러, 이번엔 레밀리아의 머리를 내려친다. 자고로 고장난건 내려치면 고쳐진다고들 하지.

아무래도 효과가 좋았는지, 머리를 맞고 기절해 떨어져 내려가는 레밀리아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려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마계신의 상징은 놓치지 않았다.

 

 

 

 

 

 

 

 

 

 

 

 

 

 

 

 

 

 

 

 

 

 

 

 

 

 

후일담.

 

며칠 후, 하쿠레이 신사.

 

"우으~..."

"......"

 

굉장히 어두운 표정의 레밀리아와, 무심한 표정으로 그 뒤에 서 있는 사쿠야. 그리고 그 맞은 편엔, 짜증을 참고 있는 레이무와 그 뒤에 대충 앉아 있는 나와 아이리가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미 레이무에게 전달한 상태다만, 레밀리아가 아무리 그래도 사과하고 싶다면서 쳐들어온게 지금 상황. 나랑 아이리는 놀러온 김에 개꿀잼 구경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재밌는 구경을 할 줄 알았으면, 코이시도 데려올껄 그랬나. 자고 있길래 두고 왔는데.

 

"뭐라도 말 좀 하지?"

"아우, 그, 그게..."

"......"

 

주인이 곤란해 하고 있음에도, 조용히 그 뒤를 지키는 사쿠야. 그냥 봐선 시종의 귀감이다만, 잘 보면 그 부드러운 시선이 레밀리아의 뒤통수를 향하고 있다. 저거, 곤란해하는 레밀리아가 귀여워서 가만히 놔두고 있는 모양인데...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보여 참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계속 있으면 진행이 너무 더디겠군. 말문을 좀 트게 해볼까.

 

"그러고보니 레이무. 전에 홍마관에 소개장 써준거 고마워."

"하아?... 그러고보니 그랬지. 근데 갑자기 뜬금없이 왜 그래?"

"아니 뭐... 마침 고용주도 앞에 있겠다 싶어서. 거기에 덕분에 이렇게 환골탈태도 했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그렇게 되진 않거든."

 

질린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이무.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믿지 않았지만, 내가 찍어서 현상해준 사진 이야기를 하니까 어떻게든 믿어주었다. 참고로 그때의 사진은 아직 그녀의 방에 걸려 있는 모양.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그런 말을 하고 있자니, 레밀리아의 표정에 변화가 있었다. 저 표정은... 그렇군. 귀신을 본 표정이 저런 느낌일까.

 

"너....너!?"

"거 아가씨. 사람한테 손가락질 하는건 좀 예의가 없지 않아?"

"그때의 그 남자가 너야!?"

"이제야 눈치챘구만. 하긴, 겉모습만 보면 전혀 모르긴 할거야."

 

아직도 거울보면 깜짝깜짝 놀랜다. 슬슬 익숙해질만도 할텐데 말야.

 

"그보다, 사쿠야 너 이야기 안했어? 넌 알고 있었잖아."

"사쿠야?"

"아... 그,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었던 지라."

"끄응..."

 

뭐, 실제로도 경황은 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간, 사쿠야는 플랑에 의해 망가진 몸을 고치기 위해서 영원정에 입원해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낫다니, 영원정은 대체 어떤 치료를 한거야? 솔직히 생활에 영구적인 장애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이었는데.

거기에, 그 때의 전투로 인해 홍마관은 여기저기 파손된 상태다. 복귀 직후에도 사쿠야는 바빴겠지. 레밀리아가 아무말도 못하는건, 아무래도 그런 정황이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쿠야도 한눈에 보고 파악했는데 주인인 그녀가 파악을 못한건 좀 이상하긴 하네. 생각해보면 플랑도 한눈에 알아봤었잖아? 레밀리아, 생각보다 감이 좋지 않은 쪽일까? 아니면 사쿠야랑 플랑이 감이 좋은 편인걸까.

 

"뭐, 붉은 안개로 레이무 너한테 폐 끼친 것도 있겠지만, 내가 죽은줄 알고 사과하려고 했던 거 아냐?"

"그런거야?"

".......(끄덕)"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물벼락 맞은 고양이 같은 행색으로 레이무를 올려다보는 레밀리아.

생각해보면, 이번 홍무이변도 그것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레이무가 맡긴 인간을 죽이게 해버린 것. 그 사실을 없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마음... 거기에 검은 기운이 파고들고 만 것이다. 타이밍이 안좋았던걸까.

 

...아니, 그럴거 같진 않군. 그런걸로 이변이 이렇게 완전히 재현되지 않을거고, 이번 싸움에서 레이무와 마리사가 홍무이변 중 만났던 녀석들이 하나같이 검은 기운의 영향을 받은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은 기운에는 무언가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을 따르는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한 리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게 타당하겠지.

애시당초 검은 기운의 목적은 뭐지? 레밀리아의 '운명을 조작하는 능력'의 그너머, 과거의 운명까지 조작하는 능력을 발휘하면서까지 무엇을 하려고 했던걸까.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걸...

 

"우이!"

"아?"

"몇번이고 불렀는데."

"아, 쏘리. 생각 좀 하느라. 그래서, 무슨 일인데 레이무?"

"...이야기 안들었구나. 이 녀석의 처벌은, 네가 정하라는 이야기였어. 어떻게 할래?"

"음?"

 

귀찮은 듯이 어깨 너머의 레밀리아를 엄지로 가르키며 말하는 레이무. 참고로 그 레밀리아는 마치 벌받는 강아지 마냥 시선을 피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째 좀 불쌍하기도 하고... 아니지, 생각해보면 얘만 아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거 아냐?

...아니, 그것도 아닌가. 내가 그때 죽지 않고 홍마관에서 일한다고 해서, 내가 무사히 살아서 바깥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운명이라는 것은 그런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레밀리아의 능력이라는건 의외로 꽤 애매한 느낌일 수도 있겠군. 그러니까, 실질적인 공헌도로써. 나처럼 운명 조작을 완전히 관측할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진짜 능력이 발동 됐는지 확인할 방도도 없을거고...

 

"어찌됐던 니 몸이 그렇게 된건, 그리고 그 이후에 겪은 일은 얘가 원인인 셈이지. 이번 일의 전적인 피해자인 네가 그녀의 처우를 결정하는거야."

"참고로 대황갓무녀 레이무님께선 어떤걸 생각하셨는지요?"

"뭐야 그거.... 글쎄. 이번 일은 정말로 위험했으니까. 완전히 봉인시킬까 싶기도 해."

"oh..."

 

가차없구만, 레이무. 하긴, 하쿠레이의 무녀로써 이번 일은 쉬이 넘어갈 일은 아닐 것이다. 환상향 전역을 위험에 빠트린 거니까. 생각해보면 그 처우를 내게 정하게 하는 것도 꽤 큰 결심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처우라... 여기서 대충 대답하거나 레이무에게 떠넘기면, 진짜로 레밀리아가 봉인당할지도 모른다. 아니,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사이가 틀어질테니 결국 레밀리아와 레이무가 테에테에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는거지. 그건 인류적인 손실이다.

 

"음... 그럼, 홍마관 프리패스로."

"뭐?"

"에?"

 

의아해하는 레이무와 레밀리아. 아차, 조금 설명이 부족했나.

 

"뭐, 간단하게 말해서 홍마관에 자유롭게 출입하게 해달라는 이야기야. 정확하게는 마법도서관쪽이려나. 마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말이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배우는건 빠른 모양이니, 마법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

...검은 기운이라는게, 이번만 나타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최대한 힘은 키워놔야지.

 

"뭐, 덤으로 거기 애들이랑 노가리도 까고. 시간 되면 업무도 도와줄께. 괜찮지? 사쿠야."

"...나는 아가씨가 정한 일에 따를 뿐이야."

 

라고 말하는 사쿠야였지만, 살짝 안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걸로 적어도 레이무가 레밀리아를 공격하진 않을테니까.

 

"그걸로 충분해?"

"그걸로 충분해. 애시당초, 대부분이 반쯤 사고같은거였으니까."

 

그리고 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마리사였으니까... 아 참. 마리사도 만나봐야하는데. 뭐, 시간될때 가볼까. 폰 네비로 위치는 이미 확인한 상태다.

 

"그렇다고 하네. 이의는?"

"어, 없어."

"그럼 결정났네. 혹시나 나중가서 딴 소리 하면 말해, 우이."

"오냐."

"그럼 볼일 끝났으면 가봐~ 나 이제 장보러 갈거니까."

 

하늘하늘 손을 흔들어보이며 밖으로 나가, 그대로 날아가버리는 레이무. 날아가기 직전에 살짝 보였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레이무도 내키진 않았던 모양이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 가자, 아이리. 올라온 김에 먹을 것 좀 사서 내려가자구. 사토리한테 돈도 받아놨어."

"네, 마스터."

"너희도 조심해서 돌아가. 다음에 보자구."

 

손을 흔들어보이곤, 이쪽도 하늘로 날아올라 인간 마을로 향한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나."

"마스터?"

"아니, 되돌아보니까 환상향에 온 이후로 이상한 일에만 말려드는거 같아서."

 

흡혈귀 눈에 띄었다고 인생이 꼬이질 않나, 한번 뒤지질 않나, 몸이 개조 되질 않나, 세계를 작살내버릴 레벨의 이변에 끼어들어서 해결해버리질 않나... 대체 시발 뭐가 문제인걸까 환상향은.

...뭐, 그래도 어쩌겠나. 좆같다고 콱 뒤져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실 적응 능력 때문에 죽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쩝."

 

시발 어떻게든 되겠지. 어짜피 깊게 생각해봐야 하등 쓸모가 없다. 지금은 눈 앞에 놓인 목표에나 집중하자. 환상향을 만끽하고, 환상향의 소녀들과 친해지면서, 코이시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나의 환상들이니까.

 

 

 

 

 

 

 

 

 

 

 

 

 

 

 

 

 

 

 

 

 

 

 

 

 

 

환경 적응 능력(眞)

 

우이의 몸에 각인된 본래의 능력. '환경'에 적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능력 소지자의 몸에 영향을 미친 능력에 대한 압도적인 저항력을 얻는다. 저항력을 얻은 상태에서 한번 더 그 능력의 영향을 받게 되면, 그 능력을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인 예시로, 능력 소지자가 [죽음]의 개념을 겪고도 살아나면 죽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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